'오늘'에만 집중하던 내가 '감사'를 배우기까지
상고를 졸업한 후 가족과 홀로 떨어져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간관계였다. 서툰 관계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싶었고, 사람들과 능숙하게 잘 지내고 싶었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동양철학, 종교, 서양철학 등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여러 가르침 속에서 특히 어떤 불교 경전의 "현재의 너를 알고 싶으면 과거의 너를 보고, 미래의 너를 알고 싶으면 현재의 너를 보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닿았다. 나는 '언제'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 고민의 끝에서, 결국 인간의 삶은 '오늘'이고, 오늘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이라는 깨달음에 미쳤다.
그 후 나는 늘 오늘에, 이 순간에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집중의 끝에는 예상치 못한 번아웃이 찾아왔다. 그 무기력한 극복 과정 속에서 나는 행복의 본질에 대해 다시 고민했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막연한 정상을 좇기보다,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을 깨닫는 '감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 세 줄씩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석 달이 넘는 기록 끝에 감사에 대한 몇 가지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째, 감사는 어느 특별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 삶의 모든 곳에 깃들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지쳐있다면 그마저도 힘겨운 일이 된다.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코가 막히거나 가슴 답답한 공기 속에 있어보면 비로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살아 숨 쉬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다.
둘째, '결핍'은 당연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마찬가지다. 허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그 맛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이처럼 결핍을 통해 소중함을 아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감사의 시작이다.
셋째, 감사는 나를 넘어 우리를 향할 때 더 큰 울림을 준다. 매일 마주하는 가족, 따뜻한 말을 건네는 친구가 결코 당연한 존재가 아님을 기억할 때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깊어지는 관계를 위해서는, 늘 표현하는 내가 있어야 한다.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당신이 내 곁에 있어주어 감사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표현. 관계 속에서는 이렇게 의식적으로 표현하려는 노력과 작은 실천이 당연했던 일상을 특별한 감사의 순간들로 채워나간다.
결국 감사는 특별한 순간이 아닌, 일상의 모든 순간에 깃들어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장 따뜻한 마음의 감각이다. 우리 일상에서 진심 어린 "고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미안합니다"라는 몇 마디 말이 오갈 때, 마음에는 진정한 평온이 찾아온다.
이것은 내가 아이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나는 아이들이 식사를 마친 뒤에는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자신의 잘못 앞에서는 "죄송합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몸에 밴 습관이 되기를 바란다. 진심 어린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바로 내 삶 속 감사의 최종적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