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명인 May 17. 2022

괜한 무게감에 붙이지 못했던 직함, 작가

어렸을 때 부터 유난히 글 쓰는걸 즐겼다.


책 읽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글 쓰기를 참 좋아했다. 감정의 요동이 칠 때면 항상 그 감정을 배설하는 수단으로 글을 선택해왔다. 어찌보면 지극히 개인적 감정 해소만을 위해 '글'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사춘기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 방법이 나에게 참 도움이 되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익어가는 과정이라고 느껴졌으니까.


그 때 이런 브런치라는 좋은 플랫폼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생각을 표출할 수단이 일기장 / 싸이월드 뿐이었단 것이 문제였지. 물론 은밀하게 일기장에 쓸 데도 있었지만, 왜 다들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누군가 지금 내 생각과 감정을 이해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괜한 기대감이 생길 때. 그럴 때 싸이월드에 올려버린게 아주 큰 실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채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그저 공감 받기를 원했던 아기였던거지.


그러다보니 또래 친구들에게 내 글은 너무 감성에 치우친 너무도 딥한 글이었다. 내 감정과 우울감이 지나치게 묻어나는 글들이다 보니 유쾌하고 캐쥬얼한 글은 단연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가볍고 유쾌한 소통에 목적을 두는 싸이월드라는 채널에 올려버리는 탓에 문제가 생겼다. 친구들에게는 그냥 가벼운 놀림이었겠지만 개복치인 나에게 '똥글쟁이'라고 별명이 붙어버리는 바람에 이후로 누군가 내 글을 보는거에 대한 괜한 공포감과 창피함이 생겼다. 


'내 글이 잘못된 방향인가'라는 고민과 함께 '글을 숨겨야겠다'라는 마음. 그리고 '긴 글은 쿨하지 못하고 찌질하다'라는 오해가 생겨버렸다. 어찌보면 나도 그렇게 현명하게 글을 쓴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춘기는 편협한 시야로 세상을 삐뚤게 보기 참 쉽다. 그렇게 나는 자꾸 쿨해지고 싶어서 단순하게 표현하는 법을 고민했고, 긴 글을 피했다. 생각을 길고 자세하게, 그리고 다양한 표현으로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게 나인데, 나를 자꾸 바꾸려 했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위트있는 짧은 문구들만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문득 차고 올라오는 글에 대한 욕구를 느낄때면, 그냥 아무 공책이나 펼쳐서 일기를 쓰는 것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근데 그 일기마저 누군가 보면 어떡하지 하며 꽁꽁 숨기기만 했다. 


그러던 찰나에 어찌저찌 급히 준비하게된 수시 논술 전형. 한편으로는 참아왔던 글쓰기에 대한 욕구를 풀 수 있었던 기회였다. 돌이켜보면 참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 때는 뒤늦게 시작한 만큼 불안감이 컸다. 도망갈 구석이 없었고 정면으로 부딪혀 논술의 세계를 헤엄쳐 나아가야 했다. 괜한 불안감과 선생님의 압박으로 학원에 기대야 할 것 같아 엄마에게 학원을 보내달라며 땡깡을 부렸다. 하지만 우리 엄마, 절대 논술학원을 보내주지 않았다. 논술이야말로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설득하는 것인데 사설 입시 학원에서 배우는 논술은 그저 시험을 위한 요령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이다. 


그때는 엄마가 참 미웠다. 허나 지금은 너무도 감사하다. 덕분에 힘들었지만 그만큼 주체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를 인정받게 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성취감을 느꼈다. 그리고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내 생각을 글로 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표현을 잘 못하는 나는 말로 할 때보다 글로 전할 때 내 생각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편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일기 쓰는 것도 좋아했다. 근데 이렇게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로 생각을 잘 전달해 공감을 사는 사람들을 '작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괜한 무게감을 느끼고 '작가'라는 이름에 누가 될까싶어 작가가 되거나 작가로 활동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 


꿈 꿀 수 있는데, 꾸지 않았다. 


뭔가 모르게 높은 벽이 느껴지는 영역이었고, 나는 그만큼의 깊이와 인사이트가 없다고 생각해 도망치고 외면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분명 나같은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 가만 보면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작가가 되고 싶은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라며 미뤄버린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아주 완벽한 활동무대가 '브런치'가 아닐까. 내면의 진지함과 정면돌파하고 싶은 사람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사람들,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것이 필요한 싶은 사람들, 내 생각에 더 큰 우물을 파고 싶은 사람들.


댄서들에게 '스우파'가 있다면, 작가들에게는 '브런치'가 있겠다.


특히나 요즘 같은 스낵컬쳐가 만연한 사회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 '긴 글', '깊이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생산성'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무언가 나에게 도움, 이득, 역량 확대가 되는 것에 갈증을 느끼고, 개인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본능이다. 사회가 발전하는 이유고, 내가 성장하는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깊이있는 글'의 가치와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또 달리 생각하면, 글쓰기는 최고의 취미다. 글은 일단 한번 쓰는 것만으로도 성장한다. (물론 '밥먹었다. 맛있었다. 또먹어야지' 이런 글은 해당 안됨ㅋㅋ) 주제에 대한 고민을 연속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전달하며 설득할 글을 쓴다는 것은 깊은 사고의 과정이며 동시에 '좋은 글'에 대한 고민과 이를 위한 노력을 발생시킨다. 


돈도 안드는데 왜 글쓰기를 망설였을까. 누가 글 쓴다고 총 쏘는 것도 아닌데. 


많이 읽고 꾸준히 쓰다 보면 글쓰기 역량은 깊어지고 나의 정체성과 내면은 더 굳건해지리라 믿는다. 참아오고 외면해왔던 내 꿈이자 욕심을 브런치가 정확하게 간파했고 다시끔 알아차리게 해줬다. 참 고맙다. 그리고 정말 똑똑한 플랫폼이다. 덕분에 글을 쓰고 있고, 자주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나는 가벼운 것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당연 가볍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것이 주는 즐거움 역시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깊이가 얕아 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듯 하다가도 이따금 다시 허전한 마음을 불러온다. 내 내면에는 소위말하는 '진지충'적인 모먼트가 아주 확실하게 존재해서 모든 것에서 항상 '의미', '가치', '본질'을 얻기 원한다. 이것이 없는 만남, 사람, 과정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속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 이유로 나는 인간관계 역시 좁고 깊다. 또 소수정예를 좋아한다. '감성'과 '진지함'이 없으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자신의 확실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 이게 나다.


근데 가끔 이걸 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만 걱정하는 때가 생긴다. 특히나 이번 취업을 준비하면서 여러번 느꼈다. 보여지는 회사의 규모, 현재 평판 등에 은연중 큰 영향을 받으면서 휘둘리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글을 쓰면서 스스로 더 확신을 가졌다. 고민했던 회사를 정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앞으로 성장할, 뚜렷해질 나에게 기대가 생겼다.


이렇게 나는 글을 쓰면서 '나'를 확립하게 된다. 

글쓰기는 나에게 꼭 필요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이다. 


1. '나'알기 그리고 '강점'알기

2. '좋은글'을 위한 공부 


나날이 더 '좋은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명에게라도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다면, 가치있는 글이다. 그러니 내 글은 언제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최소 '나'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를 위해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누군가들을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