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오늘을 잘 보내는 연습

by 래온

새해가 되면 우리는 어김없이 목표를 세운다. 다이어리 첫 장에 조심스럽게 적어 내려간 다짐들, 이번엔 정말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마음, 작년과는 다른 내가 되겠다는 약속들. 달력이 바뀌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은 조금 들뜨고, 괜히 바빠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막상 새해 첫날이 지나고 두 번째, 세 번째 날이 되면 깨닫게 된다. 오늘의 하루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침에 눈을 뜨고,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고, 하루가 저물면 또다시 잠자리에 든다. 새해라는 이름표를 달았을 뿐, 삶의 리듬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 사실이 때로는 실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며, 새해를 맞이한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괜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달라질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것. 환경이, 일정이, 해야 할 일이 그대로여도 마음의 무게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같은 하루를 살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하루가 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새해에 와서야 다시 떠올렸다.

걱정을 조금만 덜어내 보기로 했다. 아직 오지 않은 일들, 혹시나 생길지도 모를 문제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대신 오늘 하루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해 보기로 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 하나, 따뜻하게 건넨 말 한마디, 스스로를 조금 덜 몰아붙이는 선택 같은 것들.

마음을 가볍게 먹으니 주변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 보였다. 늘 지나치던 길에서도 햇빛이 예쁘게 들어오는 순간을 발견했고, 무심코 마신 커피 한 잔에서도 작은 위로를 느꼈다. 행복이라는 게 거창한 목표를 달성해야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렇게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실감했다.

우리는 종종 행복을 너무 먼 곳에 두고 산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되어야, 모든 걱정이 사라져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깨달은 건, 행복은 조건을 모두 갖춘 뒤에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을 조금만 느슨하게 풀어주고, 오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것.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살고 있다 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하루의 모양이 아니라, 그 하루를 대하는 나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새해의 목표가 반드시 눈에 띄는 성과여야 할 필요는 없다. 걱정을 덜어내는 연습,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마음, 그 정도면 충분히 새해다운 변화다.

올해도 분명 바쁘고, 때로는 지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이 생각으로 돌아오고 싶다. 마음을 조금만 가볍게 먹어도, 행복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사실을.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속에서도 나는 충분히 괜찮게, 그리고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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