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며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를 알고 지낸 지도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비록 10년이 넘은 세월 동안 자주 보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1년 만이든 언제든지 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진정한 몇 안 되는 친구 중에 하나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힘든 일이든 기쁜 일이든 늘 함께였던 것 같다. 이번에도 거의 1년 만에 얼굴을 보았다.
약 1년 전에 친구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정말로 직접 청첩장을 받게 되는 날이 올지 몰랐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에서 결혼식을 갖거나 결혼을 한다는 얘기가 많아졌지만 이렇게 정말 친한 최측근 친구가 결혼하는 것은 처음이다. 뭔가 굉장히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건지, 우리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지만 청첩장을 주는 친구와 시댁, 남편 이야기를 하는 친구가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러면서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었을까' 뭔가 마치 숨겨진 내 딸처럼 기특하면서도 '혼자 고생도 많이 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첩장을 받고 같이 이야기를 하는데도 친구가 결혼식장에 서있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좋은 뜻으로 뭔가 내가 더 울컥하고 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친구한테 "(다른 친한 친구 이름)이랑 뒤에서 끌어안고 엉엉 울 거라고" 말했다. 친구는 "왜 너네들이 난리냐, 당사자인 나도 눈물이 안 나는데ㅋㅋㅋㅋㅋㅋ"라고 했다. 그래서 "네 몫까지 다 울 거니까 넌 절대 울지 마라, 무엇보다 주인공은 울면 안 된다" 라며 그냥 둘이 말없이 웃었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근황이야기가 나왔다. "요새 어떻게 지내, 잘 지냈어?" 아직 주변 사람들은 바로 최측근이 아닌 이상 나의 손목 수술을 아는 이가 거의 없다. 굳이 말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지금은 손목 수술을 하고 한 달 정도 쉬고 있다. 쉬는 동안에 취미 삼아 좋아했던 글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그 순간에 정말 친구는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 정말 멋있다. 대단하다."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한 달이 다 돼 가면서 생각이 많아졌는데 나의 별 거 아닌 행동 하나와 말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나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이 굉장히 마음을 울렸다. 친구도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나름 혼자 힘들었던 일들이 있었는데 누구한테 말 못 하고 나에게는 말하며 본인이 너무 큰 힘을 받고 간다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들어주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는데 친구가 힘이 되었다는 말이 오히려 나에게도 더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짧은 만남인데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과 좋은 기운, 힘이 되는 관계가 얼마나 있을까, 다시 한번 관계과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 되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야, 누구보다 앞으로 펼쳐질 너의 새로운 삶과 모습을 응원할게. 진심으로 축하하고 언제라도 힘들 때에는 정말 편하게 연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