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OB 형님들과 함께한 즐거운 여정
상봉역에서 만나는 시간은 10시로 여유로웠지만 약속시간을 맞추려면 서둘러야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서니 새벽에 비가 살짝 내렸는지 상쾌한 공기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읽기를 미뤄두었던 소설책 "추사" 한권을 베낭 한귀퉁이에 끼워넣고 전철에 올라 몇페이지를 넘기다가 졸다가 어느덧 상봉역에 약속시간 10분전에 도착하니 노동운 선배님이 다급히 오시는 모습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오랜만이지만 익숙하고 친근하신 모습이다. 역시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춘천행열차로 갈아타기위해 경춘선라인으로 들어서니 성일형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셔서 반갑게 인사하고 춘천행열차에 올랐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역대 최소인원으로 산행을 하게 되어 다소 아쉽지만 멋진 날씨에 아름다운 자연이 기다리고 있으니 많이 아쉬워할 겨를이 없다
춘천행열차는 항상 뭔가 설레이게하는 무언가 있는 것 같다
역이름들도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춘천 등 웬지 멋진 만남과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지명들이다.
상천역에서 내려 호명호로 방향을 잡고오른다. 소나무인지 잣나무인지 나무이름들이 조금 헷갈리는 숲길에서 도심에서 마셨던 좋지않은 공기들을 모두 내뱉고 숲에서 나오는 향기로 바꿔 마시느라 바쁘다.
가파른 능선을 간만에 종아리에 찌릿한 좋은 느낌을 받으며 오르다보니 어느덧 시원한 호명호수((虎鳴湖水)가 한눈에 들어온다. 양수발전을 위해 물을 강제로 끌어올려 1980년 최규하대통령시절에 만들었고 당시에 많은 분들이 희생하면서 만든 호수인데 지금은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단다.
우리는 땀흘리며 힘들게 올라왔는데 호수에 올라와서 보니 버스가 관광객들을 호수까지 태우고 올라오고 다시 내려갈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ㄷㄷㄷ
특이하게도 호수 한가운데 태양광판넬을 등에 씌운 대형거북이 상이 있었는데 그 거북이가 밤에도 일하는 것 같아서 안쓰러웠다.
간단히 형님들과 점심을 김밥, 간식, 과일 등으로 간단히 때우고 호명호수를 한바퀴 돌아본 후 호명산 방향으로 산행을 계속했다. 호수쪽에는 관괭객들이 꽤 많았지만 산행코스에는 보이는 등산객들이 거의 없어 늦가을도 아직 아닌데도 낙엽소리가 사각사각거리며 우리의 발걸음을 재미있게 해 주었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호명호수를 출발하여 두시간정도 산행하니 드디어 호명산 정상이 나와서 정상샷 한컷을 찍고 드디어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어느 높은 산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에 당황했지만 반대편에서 머리높이를 한참 넘는 큰 베낭을 짊어지고 혼자 이렇게 가파른 산길을 올라오는 아저씨를 보고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말을 걸어보니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본인만의 야영지가 있다고 한다. 혼자 자연을 만끽하는 여유로움도 부러웠지만 그래도 둘이면 더 좋아보였을 것 같다. 다행이 우리는 셋이라 그 분보다 우리가 더 행복한 것 같다는 위로를 마음속으로 해 본다.
한참을 내려오고 있는데, 형수님이 갑자기 다치는 바람에 같이 오지 못한 옥수형님이 뒤풀이할 식당에서 기다리신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바빠졌다.
끝이없을 것 같은 가파른 내리막 길도 조금씩 어두워지는 시간이 되니 끝이 보여서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사실 무릎도 조금씩 아파오고 발목도 무리를 했는지 별도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더 반가윘던 것 같다.
그런데 내려오니 우리앞에 난관이 하나 더 있었다. 약속장소인 청평역 근처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꽤 큰 강폭의 강을 건너가야 하는데 지난 여름 홍수에 청평역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청평교가 유실되어 강을 건널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마음급한 동운형님이 강을 신발 벗고 맨발로 건너자고 하셨다. ㅜㅜ 나와 성일형님이 절대 반대하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시간이 걸려도 돌아가자고 겨우 설득하여 약 20분정도 더 걸어서 식당에 겨우 도착하니 옥수형님이 거의 두시간째 기다리고 계셨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또 반가운 마음으로 식당에 앉아 산행으로 허기진 뱃속을 칼국수, 막걸리, 수수부꾸미로 가득채우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전철에 올라 정신없이 졸다보니 어느덧 집 앞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