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버이 날

나도 어느덧 어버이 날 용돈을 받았다

by 플로라

어버이날이라고 딸아이가 용돈 박스라는 것을 우리 부부 앞에 슬며시 건네주고는 멋쩍은 듯이 한마디 툭 던진다. 같이 담았으니까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나눠 쓰세요 하면서 씩 웃는다.

작년 결혼기념일에 딸아이가 준 용돈 봉투를 서로 갖겠다고 남편과 장난으로 몸싸움을 했던 것이 기억났던가 보다.


친정 부모님은 경제권을 친정엄마가 가지고 계셔서 그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형제들은 무슨 날이 되어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면 항상 엄마에게 돈봉투를 드렸었다. 엄마에게 드리나 아빠에게 드리나 매한가지라 여겼기에 그랬었는데, 시댁 부모님을 보면서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시댁에서 봐 온 시어머님은 명절이든 생신이든 무슨 날이 되어서 자식들로부터 받으시는 용돈을 항상 그 자리에서 시아버님과 반반으로 나누시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내게는 조금은 낯설었었다. 그게 그거 아닌가 혼잣말로 되 내이며 고개를 갸우뚱했었는데 그때 시아버님 입장에선 그게 그거가 아닐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 건 우리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 장성한 딸아이로부터 용돈을 받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그 용돈을 받는 즐거움이 온전히 내 것만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은연중 나타난 남편의 소심한 반항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벌어 온 월급봉투는 나에게 다 주겠지만 자식이 주는 코 묻은 용돈을 굳이 치사스럽게 반땡 하자는 남편의 반항은 금액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훌쩍 커서 어느덧 자식 노릇을 하는 딸아이가 마냥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워서 그리고 잘 커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오만 원권 지폐가 여러 개가 돌돌 말린 것과 꽃송이가 함께 포장된 용돈 박스를 풀어보는 것도 아까워 편지만 살짝 꺼내 읽어보고 받은 그대로 포장해서 화장대 잘 보이는 곳에 세워 두었다.


나이 들어 흰머리 나는 것도 짜증 나고 늙어가는 것이 억울하기만 했던 요즘 딸아이의 어버이날 선물로 인하여 우리 부부 큰소리로 한번 웃어봤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