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지난 40년간의 직장생활을 뒤돌아보니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어린 나이에 공기업에 입사하여 30세에 첫 관리자가 된 이후 공기업 15년, 대기업에서 25년, 40년의 직장생활 중 27년을 팀장급 리더로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보낸 시간들이 마치 모자이크의 그림이 맞춰어지듯 하나의 큰 그림으로 다가온다.
젊은 시절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의 설렘, 우쭐함, 자신감, 기대감, 열정, 더 높은 위치로의 성장에 대한 희망...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여러 가지 직무가 바뀌고 상사가 바뀌고 부하직원이 바뀌고 적응하면서 기대감과 성장에 대한 희망은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바뀌어 가고, 나이 많은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느꼈던 묘한 감정들, 어린 상사 밑에서 일하며 겪었던 복잡한 심경들, 그리고 승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며 현실에 안주해야 했던 순간들까지 - 이 모든 경험들이 이제 하나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돌이켜보니 팀장이라는 자리는 참으로 미묘한 위치였다. 조직의 중간 어디쯤에서 위로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아래로는 팀원들의 마음을 살펴야 하는 자리. 때로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 앞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고, 때로는 자신보다 어린 상사에게 아부하는 느낌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보고를 올려야 하는 자리.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을 품고서도 묵묵히 현재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리. 바로 그 자리에서 27년을 버텨내며 배운 것들이 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를 떠올려본다. 그때는 팀장이 되면 무언가 특별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팀원들이 내 말을 잘 들을 것이고, 모든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며, 명쾌한 지시를 내리고 결정하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해결될 거라 막연하게 기대했고 상사의 인정을 받으며, 부하들의 존경을 받으며 더 높은 자리로도 무난히 도달할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나보다 15살 많은 과장님이 팀원으로 들어와 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당황하고, 신입사원의 발랄한 기지에 놀라고 황당한 주장에 당황하고, 때로는 여직원에 대한 배려가 형평의 문제로 제기되고, 팀 내 이상한 추문으로 고통받고, 적극적인 업무추진이 업무진단의 사유가 되고, 임원급 상사들의 인사로 인해 자리를 옮겨야 하는 등... 참고 견디고 처신하는 방법이 생존을 결정 짓기도 함을 점점 많이 느끼게 되었다.
승진에서 밀려날 때마다 느꼈던 좌절감. 함께 일하던 팀장들이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또한 팀장에서 내려가기도 하는 상황들 속에 나는 여전히 팀장 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의 그 묘한 감정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어떤 면에서는 적어도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스스로 삭혀야 하며 팀원들에게는 더 성실하고 겸손한 리더가 되어야만 했다.
지금 새롭게 팀장이 된 후배들을 보면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진다. 성과에 대한 열정, 더 높은 위치로의 성장에 대한 충만한 기대감... 그러나 그 열정을 어디로 배출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모습, 완벽한 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는 모습들, 잘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밤잠을 설치는 모습, 혹시 실수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들. 특히 자신보다 나이 많은 팀원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나, 동료 팀장과의 관계와 젊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 후배들에게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로서 "이런 것들이 있더라"는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고 싶었다.
팀장직에 대한 무수한 매뉴얼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뉴얼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 나이 많은 팀원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도 팀의 목표를 달성하는 지혜, 어린 상사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방법, 조직 내 승진 말고 내가 더 성장하는 방법 등에 대해...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터득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거창한 팀장론을 정립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팀장으로서 마주하는 일상적인 상황들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완벽한 팀장이 되는 법이 아니라, 조금씩 나아지는 팀장이 되는 법을. 큰 성공보다는 작은 실패를 줄여가는 법을. 화려한 성과보다는 진실한 신뢰를 쌓아가는 법을 말이다.
36가지 주제로 나누어 풀어낼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때로는 성공에서 얻은 것이겠지만, 더 자주는 실패에서 얻은 것일 것이다. 적어도 동의하지는 못해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구성하여 정답을 찾는 교과서가 아니라, 같은 고민을 했던 선배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수필집 정도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접근하기를 바란다.
팀장직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완벽한 팀장이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팀장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승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더라도, 나이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은 당신만의 독특한 팀장 스타일을 만들어낼 것이며 본인의 인생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팀장의 길은 외롭고 어려운 길이다.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전투를 수행해야 하는 중대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며, 전투가 끝나면 반드시 보상이 뒤따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묘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 속에서 여러분은 더 성장해야 함을, 인생은 직장생활이 전부가 아니다. 자기를 위해서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하여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이기고 여러분 개인의 인생에서도 승리하기를 바란다.
힘내세요, 팀장님들. 당신들의 오늘과 내일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