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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un 14. 2023

1년차_0526 내가 들고 있는게 펜인가 딸랑인가?

드라마는 드라마지만, 육아는 현실이다

아이가 아팠다.


4월에도 아데노바이러스에 걸려 학교를 2주 동안 쉬었는데 이번에는 일요일 밤부터 고열이 나기 시작, 결국 목요일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가 이전 입원했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나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나름 능숙히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검사결과 이번에는 마이코플라스 인한 세균성 폐렴이란다. 거기에 보카바이러스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다행히도 아이의 컨디션이 많이 나쁘지 않아, 열만 잡히면 퇴원가능하다고 하시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마스크를 쓰는 동안 면역력이 떨어져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아이들에 아프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딱 우리 아이다. 과장 안 하고 정말 이 세상 모든 기관지염은 다 옮아오는 것 같다.


다행히 3일 뒤 아이는 무사히 퇴원했다. 하지만 외래 진료 때까지는 등교불가다. 그렇게 5월 말, 또다시 의도치 않게 2주 가정보육이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자, 이번에는 남편이 콜록되기 시작한다. 이것도 유전의 힘인가? 아이가 걸리는 감기 또한 모조리 걸리는 그이다. 다행히 성인이라 폐렴으로 전의 되는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기침에 가래 뱉기를 반복이다.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 도통 전염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체력도 좋아, 웬만하면 아프지도 않다. 아파도 타이레놀 한두 알이면 금방 멀쩡해진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바쁘다. 아이 챙기라, 남편 챙기라 몸이 모자라다. 설거지는 쌓여가고, 빨래도 쌓여가고, 집안은 장난감 폭격을 맞았다.




아이가 아프면 글을 쓰고 싶고 말고를 떠나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정말 글을 써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글이 내 마음대로 잘 안 써질 때도,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이야기를 모두 갈아엎어야 할 때도. 하루, 이틀, 나흘, 길면 보름... 글 쓰는 일을 멈추고 일상생활로 돌아가 있다 보면 어느새 다시 노트북 앉아 있는 나이다.


지난 2년동안 육퇴 후 오롯히 나에게 남은 자투리 시간을 끌어모아 한 개의 시나리오와 두 개의 대본을 완성하면서도, 파트타임 일을 병행하며 눕는 순간 꿈나라로 순간이동할 때도, 그리고 그렇게 고생하며 지원한 모든 공모전에서 낙방했을 때도, 진심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짜증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그 어떠한 부정적인 마음도 '포기'까지 나를 몰고 간 적은 없었다. 글을 쓰는 것은 분명 고된 일이긴 하지만, 그만큼 나에게 즐거운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내가 '내가 정말 글을 쓸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의 '아이'었다. 아이가 다 나으면, 분명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글을 쓰겠지만 생각하면서도 아픈 아이 옆에 앉아 있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가정주부가 본업인 내가 글 쓰는 일에 몰두하지 않고, 집을 조금만 더 깨끗이 청소했다면? 내가 청소를 잘 하지 않아 아이가 아픈가 싶고. 내가 글을 쓰지 않고 밥 만든데 조금만 집중했다면? 내가 요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  아이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글을 쓰지 않고 아이에게 더 집중했다면? 내가 글 쓰는 대 눈이 팔려 아이를 돌보지 않은 것 때문에 죄책감이 든다. 오은영박사님도 이러한 생각은 절대로 응원하시지 않겠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작가가 되어 일을 할 때 아이가 아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픈 아이를 두고 나의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걸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아이가 크면 이런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지? 생각하면서도 아직 콧물을 훌쩍이는 아이를 학교로 보내는 마음이 어렵다.


상상보다 생각이 더 많은 지금, '엄마'라는 이름 앞에 놓인 수많은 꿈들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나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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