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TSE는 AI(인공지능)를 막았을까

2024 할리우드 협약을 계약 문언으로 읽어보면

by 이한결

- IATSE 협약의 의미는 AI(인공지능)를 금지한 데 있지 않고, AI(인공지능) 도입의 조건·책임·고용영향을 노사계약 안으로 끌어들인 데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AI(인공지능) 논쟁, 왜 IATSE 협약부터 봐야 하나


2024년 미국에서 제일 큰 영화 산업 노조 IATSE(International Alliancce of Teatrical Stage Employees)와 제작사 측 교섭단인 AMPTP가 체결한 할리우드 기본협약(Hollywood Basic Agreement)과 지역표준협약(Area Standards Agreement)은, 영화·TV 제작 현장에서 AI(인공지능)를 어떻게 다룰지를 실제 계약 문언으로 옮긴 사례다. IASTE에는 프로듀서나 작가, 감독을 뺀 모든 영화인들이 미국에서 제일 큰 영화인 노조로서, 할리우드 기본협약(Hollywood Basic Agreement)은 대략 4만5천 명의 로스앤젤레스 중심 스태프를, 지역표준협약(Area Standards Agreement)은 약 2만5천 명의 지역 스태프를 포괄한다. 그래서 이 문서는 단순한 노조 캠페인 문구가 아니라, AI(인공지능)가 제작 현장에 들어올 때 어떤 노동이 협약 안에 남고 어떤 위험이 누구의 책임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이 쟁점은 특히 배우나 작가의 생성형 AI(인공지능) 문제만으로 좁혀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실제 제작 현장에서는 카메라, 미술, 편집, 사운드, 프로덕션 오피스처럼 뒤에서 돌아가는 수많은 숙련 노동이 AI(인공지능)와 맞물리기 시작한다. IATSE 협약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현장 노동의 문언”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이 텍스트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AI1.png 쟁점은 AI 찬반이 아니라, AI 사용을 어떤 계약 문언으로 통제하느냐다.


2023년의 원칙은 2024년 문언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IATSE의 2023년 AI 핵심원칙은 비교적 분명했다. AI(인공지능)를 쓰는 직무도 기존 직무와 같은 권리와 보호를 받아야 하고, 새로운 기술이 기존 노동조건을 무너뜨리거나 노조를 우회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AI(인공지능)는 일자리를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조합원의 노동을 보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방향이었다. 동시에 IATSE는 사용자 투명성, 교육·업스킬(upskill), 개인정보와 윤리, 그리고 AI(인공지능)가 노동조건과 역할에 미치는 영향이 단체교섭의 대상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내세웠다.


2024년 최종 합의각서(final MOA)는 그 정책 문구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대신 AI(인공지능),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생성형 AI(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을 정의하고, 제작사가 기존에도 CGI·VFX·사운드 효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뒤, “인간의 기여”가 중요하고 AI 시스템(AI Systems)이 고용에 미칠 영향을 다뤄야 한다는 조항 구조로 들어간다. 즉, 이 협약은 반기술 선언문이 아니라 “기술 사용을 허용하되 그 영향과 책임을 어떻게 계약 안으로 넣을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협약이 실제로 확보한 것 1: AI(인공지능)를 써도 협약 밖으로 밀려나지 않게 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조항은 협약 적용 범위다. Basic과 ASA 모두, 제작사 또는 사용자가 직원에게 AI 시스템(AI Systems)이나 그 산출물을 협약 적용 업무에 사용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적는다. 다만 동시에, 직원이 AI 시스템(AI Systems)을 사용해 서비스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프롬프트(prompt)를 입력하거나 AI(인공지능) 사용을 감독하더라도 그 노동은 계속 협약의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한다. 또 직원에게 자신이 만든 프롬프트(prompt)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협약 적용 대상 직원(covered employee)을 대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지점은 “프롬프트(prompt) 업무가 별도 직무가 아니다”라고 과장해 읽기보다, “프롬프트(prompt) 입력과 AI(인공지능) 감독이 들어와도 적어도 협약 보호가 사라지지 않도록 했다”는 정도로 읽는 편이 문언에 더 가깝다.


협약이 실제로 확보한 것 2: 사용 권한은 남겨두되, 정책 공개와 협의를 묶었다

마찬가지로 이 협약은 AI(인공지능) 사용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작사와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쓸 권리를 계속 가진다고 적고, 직원에게 AI 시스템(AI Systems) 사용을 요구할 수 있으며, 직원이 스스로 AI(인공지능)를 쓰려면 사전 동의를 요구하거나 그 산출물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적는다. 저작권성, 개인정보, 보안, 윤리, 지식재산권 보호 같은 리스크가 문언에 직접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동시에 그 정책은 직원에게 제공되어야 하고, 서면 정책은 노조에도 제공되어야 한다. 또 직원은 생산 일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AI(인공지능) 사용과 관련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부분은 “투명성”이 선언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협약은 노조 요청이 있을 때 최소 반기마다 업계 단위 회의를 열고, 회사별로는 분기별 회의를 열도록 한다. 그 회의에서 회사는 협약 대상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AI(인공지능) 기술의 현재 사용 또는 예정 사용을 설명해야 하고, 일자리 영향, AI(인공지능) 제어 장비의 물리적 안전, 편향 완화, 업스킬(upskill)·리스킬(reskill) 논의도 의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무제한 공개는 아니다. 업계 단위 회의는 공개된 정보 범위 안에서 운영되고, 회사별 회의는 기밀정보 보호를 전제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비밀유지약정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이 협약의 투명성 조항은 존재하지만, 전면 공개형이 아니라 관리된 협의 구조에 가깝다.


협약이 실제로 확보한 것 3: 보상·책임·동의 구조를 넣었다

개인 소유 AI 시스템(AI Systems)을 쓰는 경우의 문구는 특히 세밀하게 봐야 한다. 2024년 6월 28일 요약본(summary)은 직원이 자기 AI 시스템(AI Systems)을 쓰면 “키트 대여료(kit rental fee)”를 협상한다고 적었다. 그런데 최종 합의각서(MOA) 문언은 더 좁다. 제작사 또는 사용자가 직원의 개인 소유 AI 시스템(AI Systems) 사용에 동의한 경우, 그 사용에 대해 당사자들이 “합리적 보상(reasonable reimbursement)”를 협의한다고 되어 있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설명자료만 보면 정형화된 대여료 체계처럼 들리지만, 최종 문언은 자동 지급이 아니라 개별 협의형 비용상환 또는 보상에 가깝다. 문서 위계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서 드러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책임 배분이다. 협약은 직원이 업무 범위 안에서 AI 시스템(AI Systems)이나 그 산출물을 사용하다가 제3자의 청구를 받는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같은 예외가 없는 한 제작사 또는 사용자가 법률상 방어와 필요한 비용을 포함해 직원에게 면책을 제공하도록 적고 있다. 2023년 원칙 문서가 AI(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공정 보상과 권리 보호를 넓게 말했다면, 2024년 최종 문언에서 바로 확인되는 보다 구체적인 보호 장치는 오히려 이런 면책과 비용상환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스캔 조항은 AI(인공지능) 관련 인격권·프라이버시 쟁점을 일반 독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보여준다. Basic과 ASA 모두, 직원의 시각적 또는 음성적 초상을 영화에 사용하기 위한 스캔은 동의 없이 할 수 없고, 사용 목적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제공되어야 하며, 동의는 눈에 띄고 분리된 방식으로 서명 또는 이니셜을 받아야 한다고 적는다. 더 나아가 그 동의 문서는 직원에게 제시되기 전에 노조에 제공되어야 하고, 스캔 동의는 고용의 조건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공개 문서만 놓고 보면, 이것은 AI(인공지능) 조항 묶음 가운데 가장 명확한 동의 중심 보호장치다.


협약이 실제로 확보한 것 4: 교육과 전환 지원을 협약 안에 넣었다

교육 조항도 빼놓을 수 없다. 협약은 새로운 기술의 영향을 다루는 바람직한 방법으로 직무훈련(work training)과 다른 프로그램을 적시하고, 이를 설계·집행할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교육은 단순한 AI(인공지능) 사용법 숙지가 아니라, 현재 직무에서 AI 시스템(AI Systems)을 다루는 능력과 다른 협약 적용 직무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기술까지 포괄하도록 설계돼 있다. 위원회는 비준 후 90일 내에 열리도록 돼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이미 직업 안전망이 완성됐다”는 뜻으로 읽기보다, 전환 지원을 계약 조항 안에 넣었다는 정도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공개 문서만으로는 그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느 정도 작동했는지까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을 과장하면 안 되나

무엇보다 이 협약을 “AI(인공지능)를 막은 계약”이라고 쓰면 곤란하다. Basic과 ASA 모두 위반 청구는 중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금지명령형 구제(injunctive relief)는 허용되지 않고, 중재인도 AI 시스템(AI Systems)이나 산출물의 사용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적는다. 게다가 해당 조항은 명시적으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존 권리와 의무를 확장하거나 축소하지 않으며, 협약 적용 범위 자체를 바꾸는 것도 아니라고 선언한다. 따라서 이 문구를 근거로 “모든 새로운 AI(인공지능) 직무가 자동으로 노조 관할로 들어왔다”거나 “AI(인공지능) 대체가 계약상 원천 봉쇄됐다”고 읽는 것은 문언보다 앞서 나간 해석이다.


오히려 더 법률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부속합의서(sideletter)다. Basic Agreement에서는 AI 조항과 별도로, 많은 서부 해안 스튜디오 로컬 협약(West Coast Studio Local Agreements)의 ‘기술변경(Technological Change)’ 조항이 AI 시스템(AI Systems) 도입으로 인한 기술 변경에도 적용된다고 적고, 그런 조항이 없는 로컬에도 다른 로컬의 기술변경(Technological Change) 조항을 AI(인공지능) 관련 기술변경에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제작사가 일시적으로 AI 시스템(AI Systems)을 실험하거나 시험하는 경우에는 그것만으로 기술변경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SA도 비슷하게, 사용자에게 AI(인공지능) 사용 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하면서, 노조 요청이 있을 경우 법이 요구하는 범위에서 고용영향을 교섭해야 한다고 적되, 일시적 실험·테스트에는 그 의무를 제한한다. 결국 분쟁의 무게중심은 “AI(인공지능)를 썼느냐”보다 “그 사용이 실제로 고용영향을 낳는 기술변경인가”라는 해석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AI2.png 사용 금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의·보상·책임의 구조다.


결국 이 협약의 의미는 어디에 있나

정리하면, IATSE 협약의 의미는 AI(인공지능)를 금지했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정확하게는, AI(인공지능) 도입을 이미 예정된 현실로 받아들이면서도 프롬프트(prompt) 업무, 협약 적용 범위, 개인 도구 사용, 저작권·보안·프라이버시 리스크, 스캔 동의, 정기 협의, 교육, 고용영향 교섭을 단체협약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있다. 2023년 원칙 문서가 “정부 규제를 기다리지 말고 교섭으로 들어가자”는 방향을 제시했다면, 2024년 최종 문언은 그 방향 중 일부를 실제 권리와 절차의 문장으로 고정했다. 그래서 이 협약은 승패의 언어로 읽기보다, AI(인공지능)를 현장에 들이면서도 누가 설명하고 누가 동의를 받아야 하며 누가 비용과 책임을 부담하는지를 적기 시작한 계약으로 읽는 편이 더 정확하다.


앞으로 이 문서의 진짜 무게는 조항 그 자체보다 집행에서 드러날 것이다. 회사별 분기 회의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프롬프트(prompt) 제공과 대체 사이의 경계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그리고 AI(인공지능) 관련 기술 도입이 실제 ‘기술변경(Technological Change)’으로 판단되는지에 따라 이 조항은 단순한 선언으로 남을 수도 있고, 업계의 실질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공개 자료만 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협약은 “AI(인공지능)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보다 “AI(인공지능)를 쓰더라도 노동이 협약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무엇을 문언으로 붙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 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