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m의 ‘구매’는 무엇을 뜻하나

AB 2426 이후 달라진 문구

by 이한결

Steam의 ‘구매’는 무엇을 뜻하나

디지털 콘텐츠는 정말 ‘내 것’일까: 캘리포니아 AB 2426가 바꾼 것과 남겨둔 것


AB 2426의 핵심은 디지털 거래의 실질을 갑자기 소유권으로 바꾼 데 있지 않고, 사업자가 라이선스를 소유처럼 팔아 보이게 하는 관행을 더 이상 숨기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사건 개요


디지털 스토어에서 영화, 전자책, 게임을 결제할 때 많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제 내 것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거래에서는 그 “구매”가 실제로는 일정한 조건 아래 접근을 허용하는 이용 허락(license)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의 AB 2426는 바로 이 지점, 즉 소비자가 기대하는 소유와 사업자가 실제로 부여하는 권리 사이의 간극을 겨냥한 법입니다. 2024년 9월 24일 법으로 확정됐고, 2025년 1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 사업 및 직업법 제17500.6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법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려면, 몇 년 사이 반복해서 드러난 “사라지는 디지털 구매” 사례를 먼저 봐야 합니다. Ubisoft는 2023년 12월 공식 공지를 통해 The Crew를 온라인 스토어에서 내리고, 2024년 3월 31일 이후에는 서버 종료로 어떤 플랫폼에서도 접근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PlayStation도 2023년 말 공식 공지에서 이용자들이 이미 구매한 Discovery 콘텐츠를 라이브러리에서 제거할 예정이라고 알렸다가, 같은 달 뒤이어 “업데이트된 라이선스 계약”을 이유로 제거 계획이 더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수정 공지했습니다. 디지털 거래가 물리적 매체 구매와는 전혀 다른 법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드러난 장면들이었습니다.

B1.png ‘구매’라는 단어가 곧바로 소유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왜 캘리포니아는 이 문제를 법으로 건드렸나


의회 분석자료를 보면 입법의 문제의식은 꽤 분명합니다. 소비자는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하지만, 실제로는 영구적 소유가 아니라 취소 가능성이 있는 접근 라이선스만 받는 경우가 많고, 긴 이용약관이나 결제 화면의 표현만으로는 그 차이를 제대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상원 사법위원회 분석은 바로 그 점 때문에 “구매(buy)” “구매(purchase)” 같은 표현이 일반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고 보았고, 거래 시점에 더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AB 2426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새로 설계하는 법으로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의 기존 허위광고 체계 안에 조항을 하나 추가해, 라이선스 거래를 소유처럼 보이게 광고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을 문제 삼는 법입니다. 그래서 이 법을 읽을 때는 “소비자가 무엇을 실제로 갖게 되는가” 못지않게 “사업자가 그 거래를 어떤 언어와 화면으로 제시하는가”를 같이 봐야 합니다.


핵심 법적 쟁점


AB 2426는 정확히 무엇을 금지하나


조문은 사업자가 디지털 상품을 “구매(buy)” “구매(purchase)” 또는 합리적인 사람이 무제한 소유를 얻는다고 이해할 만한 다른 표현으로 광고·판매하는 행위를 겨냥합니다. 다만 그 표현 자체를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닙니다. 사업자가 법이 정한 방식으로 거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면, 여전히 그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문구는 조문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합리적인 사람(reasonable person)”이 무제한의 소유권을 얻는다고 이해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AB 2426의 성격이 분명해집니다. 이 법은 “디지털 콘텐츠를 사는 것”을 금지한 법이 아니라, 라이선스 거래를 마치 물건의 완전한 매매처럼 보이게 하는 판매 언어를 규제한 법입니다. 그래서 블로그나 기사에서 자주 보이는 “캘리포니아가 디지털 소유권을 인정했다”거나 “이제 구매 버튼을 못 쓴다”는 식의 설명은 조문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표현입니다.


사업자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AB 2426는 사업자에게 두 가지 준수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합니다.

첫 번째는 거래마다 소비자의 명시적 확인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소비자는 자신이 디지털 상품에 대한 소유권이 아니라 라이선스를 받는다는 점, 그 라이선스에 제한과 조건이 있다는 점, 그리고 사업자가 해당 디지털 상품에 대한 권리를 더 이상 보유하지 않을 경우 접근이 철회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거래 전에 “구매”가 사실은 라이선스라는 점을 평이한 언어로, 명확하고 눈에 띄는 방식으로 고지하고, 라이선스 상세 조건에 접근할 수 있는 링크나 QR 코드 등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고지나 확인이 다른 약관 속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조문은 이 내용을 거래의 다른 조건과 “구별되고 분리된” 형태로 제시하도록 요구합니다. 상원 사법위원회 분석도 같은 점을 반복합니다. 즉, 긴 이용약관 맨 아래에 한 줄 넣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결제 흐름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인지할 수 있는 위치와 형식이 실무상 핵심이 됩니다.


또 하나 짚을 점은 “반드시 체크박스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설명이 조문보다 더 나간다는 것입니다. 체크박스는 실무적으로 매우 유력한 방식일 수 있지만, 법이 허용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닙니다. 명시적 확인을 받는 경로와 별도로, 거래 전 명확한 고지와 조건 접근 수단을 제공하는 경로도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적용 대상은 넓지만, 예외도 분명하다


조문상 “디지털 상품”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디지털 영상물, 디지털 음원, 전자책, 디지털 코드, 그리고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이나 게임이 포함됩니다. 게임의 경우 추가 콘텐츠나 부가 콘텐츠도 범위에 들어갑니다. 결제 화면 하나의 문구 문제가 영화, 음악, 전자책, 게임 전체에 걸친 공통 규제 문제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예외도 분명합니다. 구독기간 동안에만 접근이 제공되는 구독형 서비스, 금전적 대가 없이 제공되는 디지털 상품, 그리고 거래 이후 판매자가 접근을 철회할 수 없는 디지털 상품은 적용 대상에서 빠집니다. 조문은 그 예시로 구매 시점에 영구적 오프라인 다운로드를 제공하는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또 이 법은 디지털 상품을 반드시 다운로드하게 만들지도 않고, 서버에 저장한 뒤 인터넷을 통해 접근하게 하는 방식을 금지하지도 않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AB 2426를 “다운로드 의무화 법”으로 설명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 법이 바꾸는 것과 바꾸지 않는 것


AB 2426가 바꾸는 것은 거래의 설명 방식입니다. 적어도 사업자는 이제 라이선스를 소유처럼 판매하는 언어를 이전보다 훨씬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결제 화면, 버튼 문구, 제품 상세 페이지, 약관 연결 방식, 확인 절차가 모두 규제 검토 대상이 됩니다. 이 점에서 AB 2426는 법무팀만의 이슈가 아니라, 마케팅과 사용자 경험 설계까지 묶어 놓는 규제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하지만 이 법이 바꾸지 않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 조항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영구적 소유권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플랫폼이 항상 콘텐츠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령하지도 않습니다. 오프라인 모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조문이 직접 다루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거래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입니다. 다시 말해, 이 법의 핵심은 권리구조의 재설계보다 거래의 투명성에 있습니다.


B2.png 물리적 소유와 디지털 접근은 같은 ‘구매’라는 말로 묶이지만, 법적 구조는 다를 수 있다.

업계 맥락


실무상 리스크는 어떻게 봐야 하나


AB 2426가 캘리포니아 허위광고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은 실무상 의미가 큽니다. 사업 및 직업법 제17535는 위반 또는 위반 예정 행위에 대한 금지명령과 원상회복 성격의 구제를 허용하고, 제17536은 공적 집행에서 위반 건당 최대 2,500달러의 민사상 제재금을 규정합니다. 상원 사법위원회 분석도 이 구조를 전제로, 허위광고법과 불공정경쟁법에 따른 금지·원상회복·민사 집행의 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을 볼 때는 “징벌배상” 같은 표현부터 떠올리기보다, 공적 집행과 민사상 금지·원상회복, 그리고 그에 따른 분쟁 비용을 먼저 보는 편이 실무적으로 맞습니다.


시행 1년이 지나면서 이 조항이 단순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문구가 아니라 실제 소송의 근거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2026년 1월, GameStop의 디지털 게임 판매 화면이 캘리포니아 사업 및 직업법 제17500.6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집단소송 소장이 연방법원에 제출됐습니다. 소장 단계의 주장 자체가 곧 위법 판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법이 이미 소비자 분쟁의 청구 근거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행 이후 업계는 이미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사업자는 결제 흐름과 고지 문구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RedShelf는 2025년 1월 1일 시행에 맞춰 자사 웹사이트 전반에 라이선스 고지를 적용했고, 해당 고지를 캘리포니아 이용자뿐 아니라 전 사용자에게 일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 법이 특정 조문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판매 화면의 기본 문법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게임 업계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보입니다. 2024년 10월부터 Steam 결제 화면에는 “디지털 제품 구매는 Steam에서의 라이선스를 부여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표시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공식 설명문이 법 준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시행을 앞둔 AB 2426와 맞물려 주요 플랫폼이 결제 단계의 표현을 조정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게 읽힙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회색지대도 있다


그렇다고 적용 범위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닙니다. 조문은 “디지털 영상물”에 라이브 이벤트(live events)를 포함시키면서도, 동시에 유선 텔레비전 서비스(cable television service), 위성중계 텔레비전 서비스(satellite relay television service), 그 밖의 텔레비전·비디오·라디오 서비스(television, video, radio service) 배포를 제외합니다. Greenberg Traurig는 바로 이 지점 때문에 라이브 이벤트나 일부 스트리밍 형태의 서비스에서 해석상 겹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전형적인 구독형 서비스 전반을 이 법의 직접 대상이라고 단정하는 설명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NFT나 게임 내 유료 아이템도 마찬가지입니다. Cooley는 입법 연혁이 이 부분을 분명히 다루지 않았고, NFT의 구조나 프리미엄 게임 내 결제의 설계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즉, 이 영역은 “당연히 포함된다” 또는 “당연히 빠진다”가 아니라, 거래가 실제로 무엇을 제공하는지, 접근 철회 가능성이 있는지, 결제 흐름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판례나 추가 집행이 쌓여야 조금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적 시사점


AB 2426는 디지털 콘텐츠를 당장 물건처럼 “내 것”으로 만들어 준 법은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사업자가 라이선스를 소유처럼 보이게 판매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법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디지털 거래의 현실을 바꿨다기보다, 그 현실을 더 숨기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결론


그래서 이 법이 남기는 가장 큰 변화는 문구 하나가 아닙니다. 이제 디지털 스토어의 “구매” 버튼은 더 이상 단순한 사용자 경험 문구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소비자가 무엇을 기대하게 되는지, 그리고 사업자가 그 기대를 어디까지 떠안아야 하는지와 연결되는 법적 표현이 됐습니다. 앞으로 이 법의 진짜 의미는, 결제 화면이 얼마나 정직해졌는지, 그리고 그 정직함이 어디까지 분쟁을 줄일 수 있는지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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