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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Jan 24. 2023

인생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인생>이라는 시가 있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인생을 꼭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길을 걷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의 선물을 받아들이듯


아이는 꽃잎을 모아

간직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머리카락에 머문 꽃잎을

떼어내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아프기 전에는 인생에 대해 심각하고 진중하게만 생각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부질없는 질문에 얽매여 해답을 찾고자 애를 썼다. 릴케의 시처럼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인데 지나치게 심각한 고민만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살아가려 해도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되지 않았다. 어느덧 인생을 반추할만한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얽매여 사느라 현재의 순간을 놓치고 살아온 것이 후회로 남는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현재의 만족을 지연시키며 사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였다. 인내의 열매는 달지 않았다. 아무리 참고 희생해도 보상이나 대가는 주어지지 않았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요구하고 바꾸어 나가지 않으면 개선되는 것은 없다. 무조건 참고 기다린다고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다. 계속 참기만 하면 호구로 보고 악랄하게 더 이용하려고만 드는 게 세상의 인심이다. 살아오면서 좋은 일도 있었지만 상처받고 억울했던 일들이 더 많았던 한 사람으로서 내 목소리를 내고 내 주장을 했더라면 억울하고 교묘하게 이용만 당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내게 주어진 모든 일이 다 기회는 아니었다. 기회를 위장해 찾아온 골치 아픈 일도 많았고 구원투수로 이용당해 잘하면 본전 못하면 커리어나 평판에 금이 가는 일도 많았다. 기회를 준 사람의 저의를 면밀히 검토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때로는 거절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나를 지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거절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조건 기회라고 생각해 덥석 받아들이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 속에 숨겨진 저의가 무엇인지 판단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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