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s Bar

by 작가의 방

동네 친구의 인생이 변비 같아, 비코그린 같은 나를 찾는 요청이 있었다. 우리는 고2 때부터 쭈욱 단골이었던 M's bar로 향했다. 어딜 갈 것인가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우리를 맞아주는 the bartender에게 말한다. "늘 마시던 걸로..." 바텐더 주위에서 저마다의 고민들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잠시 훑어 본다. 그러다 보면 곧 우리가 늘 즐겨 마시고 가끔은 keep도 해놓았던 술과 함께 안주가 나온다. '소주 and 술국....'


시장통 안에 자리 잡은... 술집이라고 하기엔 먼가 어설픈... 또 포장마차라고 하기도 왠지 어색한.. 이곳이 내 10년 단골 술집이다. 바텐더 언니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는 것을 보아오며 우리도 자랐고, 소주 한 병 값이 800원에서 1500원이 되듯 세상도 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10년째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은 어떻게 보면 테이블이 딸랑 하나밖에 없는 술집이다. 모든 테이블이 주인 언니를 감싸듯 'ㄷ'자로 연결돼 있다. 옆 테이블이라는 개념도 없다. 모두 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다. 10분만 앉아 있다 보면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은 쓸데 없어진다. 옆에 앉은 아저씨 세 명은 날품팔이 아저씨들이고 가운데 아저씨는 오늘이 생일이란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수밖에 없다. "내일 일거리는 없지만 혹시 몰라서 부천에 가보려고 한다."라고... 맨 오른쪽 아저씨는 생일 맞은 아저씨의 젤 친한 친구인가 보다. 아까부터 "오늘 돈만 많았으면 588 데리고 갔을 텐데."란 말을 10번도 더했다.


그 옆에는 나이 일흔 줄의 할아버지가 혼자서 소주를 마신다. 이곳에선 그리 어색하지도 않은 광경. 옆에서 술 마시던 날품팔이 아저씨 중 한 명이 기분이 좋은지 하릴없이 그 할아버지한테 술을 따른다. 바텐더 언니는 그 할아버지는 원래 술 천천히 드시는 분인데 왜 그렇게 재촉하냐고 그 아저씨를 나무란다.


빈자리에 완전 맛탱이 간 아저씨 한 분이 혼자 와서 앉는다. 안자마자 소주 한 병 달라고 부득부득 우긴다. 우리 바텐더 언니, 수십 년의 노하우 나온다. 얼레벌레 달래서 그 아저씨는 술 한 잔도 입에 안 대고 20분 넘게 앉아 자기 가슴속을 풀어헤쳐 보이곤 일어선다. 일어서는 아저씨가 지갑을 손으로 더듬으며 '내가 돈 냈던가?" 한다. 우리 바텐더 언니, "응, 냈어, 조심해서 집으로 가~." 한다.


옆의 세 아저씨들... 계속해서 꽤나 시끄럽게 떠든다. 레퍼토리는 언제나 비슷. 쓸데없이 욕을 하고, 군대 적 얘기하고, 자기 자랑을 한다. 저 세 아저씨가 아니었더라도 그 레퍼토리는 언제 어디서나 비슷할 거 같다.


이때 대머리 아저씨 등장. 말없이 1,000원짜리 한 장을 바텐더 언니에게 불쑥 내민다. 역시 말없이 우리 바텐더 언니 글라스 잔 가득 소주를 따라 건넨다. 아저씨 벌컥벌컥 원샷! 바텐더 언니 능숙한 손놀림으로 구운 김 한 조각 건넨다. 대머리 아저씨는 김을 입에 문채로 또 바삐 어디론가 간다. 말없는 공감대. 일사불란한 움직임. 감동스럽다.


저 옆테이블엔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 한 쌍. 분명 부부는 아닌 듯하다. 아주머니 화장이 참 천박하게 야하다. 소곤소곤... 웃어도 조용하게... 남들 다 소주 마시는데 맥주다. 아니 여기라서 맥주다.


사람들... 그렇게 M's bar에서 어제처럼 오늘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수십 년째 같은 메뉴에 같은 인테리어... 또 언제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똑같은 이야기로 괴로움을 토하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프라이버시는 없지만, 옆 사람 안주도 탐할 수 있는, 내 단골주점 홍제동의 명소, M's bar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2003년 겨울 어느 날 홍제시장 먹거리 장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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