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내 저작권은 누가 갖게 될까?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저작권과 관련된 복잡한 현실

by 봄봄


내가 저작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진작가를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그녀가 죽은 후, 우연히 그녀의 사진을 손에 넣게 된 사람들이 비비안 마이어의 뛰어난 작품에 매료됐고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어서 그녀의 작품을 홍보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판매해 수익도 올렸다. 하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엄청난 예술가의 작품을 우연히 저렴한 비용에 갖게 되고 그 덕분에 돈도 벌게 된 행운의 주인공은 순탄하게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는 못했다. 바로 저작권 때문이었다.



우선 비비안 마이어가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2000년대 후반, 미국 시카고의 한 동네 창고에서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물건을 처분하는 경매가 열렸다. 존 말루프는 여기서 네거티브 필름 뭉치를 샀다. 바로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사진이었다. 예상외로 뛰어난 사진에 감탄한 그는 사진작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죽은 뒤였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보모로 일했던 비비안 마이어는 미국에 친인척이 한 명도 없었다. 친척도 친구도 없이 은둔적이고 비밀스러운 인생을 살면서 사진에만 몰두한 것으로 보였다. 존 말루프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는 대성공을 거뒀고, 이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덴마크, 프랑스에서도 전시가 이어졌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저작권에 대한 소송이 시작됐다. 존 말루프를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소송을 통해 비비안 마이어의 저작권자가 정해진다.



존 말루프: 비비안 마이어 사진의 최초 발견자
과연 저작권을 가질 수 있을까?

존 말루프는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필름의 소유권만 가진 상태였다. 저작권을 갖고 있어야 법의 저촉을 받지 않고 그녀의 사진을 여러 장 인화해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를 파악한 존 말루프는 프랑스에 있는 비비안의 가장 가까운 혈족인 사촌을 찾아냈고 그를 상속인이라고 여겨 그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해 주고 저작권을 양도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데이비드 딜: 변호사, 전직 사진작가
저작권은 후손에게 상속되어야 한다


변호사이자 전 사진작가였던 데이비드 딜은 존 말루프가 찾아낸 사촌보다 더 가까운 사촌을 찾아내서 그가 상속자가 되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딜이 찾아낸 사촌 중 어느 누구도 상속인으로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일리노이주의 공공재산관리인이 비비안 마이어의 유산관리인이 되어 저작권을 관리하게 되었다.



제프리 골드스타인: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발견한 사람
비비안을 세상에 알린 노력의 대가를 포기할 수 없다

존 말루프 이외에 그녀의 사진을 손에 넣어 전시와 판매를 하던 사람들이 몇명 더 있었다. 그중 제프리 골드스타인은 시간과 돈을 들여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을 세상에 알린 자신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녀의 뛰어난 사진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본인이 비비안 마이어 사진의 전시와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기각되었고, 오히려 일리노이주 공공재산관리인이 그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 공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고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전시하고 판매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존 말루프와 하워드그린버그갤러리
소송의 결과로 전시와 판매를 계속하게 되다

한편 존 말루프는 저작권을 둘러싼 긴 법정 공방 끝에 비비안 마이어의 유산관리인과 그녀의 사진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을 맺는다. 이로써 존 말루프는 뉴욕에 있는 사진전문갤러리인 하워드그린버그갤러리와 함께 전시와 판매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에는 소유권, 저작권, 저작권을 이용하는 방법 등 창작자와 관련된 권리가 얽혀 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저작권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소유권과 저작권은 엄연히 다른 권리라는 것이었다.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이 찍은 사진의 저작자로 저작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사망하면서 저작권 상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주인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와중에 그녀의 사진을 손에 넣게 된 사람들이 사진을 전시하고 판매해서 수익을 올렸다. 미국 법원은 비비안 마이어의 후손이라며 나타난 그녀의 프랑스인 사촌들이나 그녀의 사진을 대량으로 소유하고 전시한 존 말루프 어느 누구도 저작권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비비안 마이어의 유산관리인으로 지정된 일리노이주의 공공재산관리인이 저작권을 관리하게 되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는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1인가구가 증가하는 최근의 사회변화와 관련해서도 시시점이 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경우처럼 사망 후 상속인이 없는 경우나 적법한 상속인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상황도 늘어날 것이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이용가능한 간편한 법적 절차를 마련해서, 창작자가 본인 사후에 저작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공식적으로 정해놓을 수 있게 한다면 창작자의 사후에 복잡한 절차 없이 수월하게 저작권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참고자료>

비비안 마이어 셀프 포트레이트. 엘리자베스 아베돈 글; 존 말루프 편집; 박여진 옮김, 파주: 윌북, 2015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파주: 윌북아트, 2022

Kinsella, Eileen (2014. 9. 8). Legal Battle for Vivian Maier’s Legacy Escalates. 《Artnet News》. URL: https://news.artnet.com/market/legal-battle-for-vivian-maiers-legacy-escalates-95367

Meisner, Jason (2015. 5. 14). Rogers Park artist fights for control of photographer Vivian Maier's estate. 《Chicago Tribune》. URL: https://www.chicagotribune.com/news/breaking/ct-vivian-maier-photos-court-fight-met-20150512-story.html

Seymour, Tom (2019. 5. 12). “After years of copyright limbo, Vivian Maier comes to London.” 《The Art Newspaper》. URL: https://www.theartnewspaper.com/news/after-years-of-copyright-limbo-vivian-maier-comes-to-london

Walker, David (2017. 4. 24). Vivian Maier Estate Sues Jeffrey Goldstein for Copyright, Trademark Infringement. 《Photo District News》. URL: https://pdnpulse.pdnonline.com/2017/04/vivian-maier-estate-sues-jeffrey-goldstein-copyright-trademark-infringement.html

Walker, David (2018. 7. 27). Would-be Heirs Petition Again for Rights to Vivian Maier Estate. 《Photo District News》. URL: https://pdnpulse.pdnonline.com/2018/07/would-be-heirs-petition-again-for-rights-to-vivian-maier-estat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