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한 큰 술, 감수성 한 꼬집

당신에겐 있고 나에겐 없는 것

by 글짓는 날때

AM.10:20

질투!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명백히 질투다.

다시 글 목록을 천천히 올려본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거야.

오전에만 올라온 글이 50여 편이다.

괜히 심술이 나고 그렇게 쓸 수 있다는 게 부럽다.

생산성에 대한 감탄과 지속성에 대한 질투다.


'저도 나름 글을 쓰고 있답니다' 라고 말할 순 있다.

'단지 치열함도 열정도 없습니다' 가 뒤에 따라와야 할 것 같다.


오전. 공복임에도 모자람만 한 뼘 자란다.




PM.13:10

공백 포함 244자.

글에 대한 생산성이 문제가 아니고

인간 자체의 생산성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살짝 이 공간의 심사기준마저도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Q. 심사 기준이 무엇인가요?
어째서 저는 이런 생산성을 갖고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나요?
A. 딱히 생산성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만!
어쨌든, 어떻게든 뭔가 생산하고 있지 않습니까?
Q. 정말 그 정도면 되는 건가요?
A. 네, 앞선 질문에 답했듯이 뭘 딱히 기대하진 않습니다. 만!
앞으로도 뭔가 계속 생산하시게 될 거라는 건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쨌든 넌 이곳에 있는 한 어떻게든 쓰게 될 거라는

위로 빠진 희망을 들었다.

젠장. 낭만 가득한 자발적 고립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다.




PM.16:00

글자 수 세기에도 지쳤다.

어쩌면 그에겐 나에게 없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기억 두 큰 술, 생각 한 큰 술, 감정 세 큰 술 넣고

따뜻한 물을 부으면 따뜻한 글이 되고

시원할 물을 부으면 청량한 글이 되는 것이다.

음,,, 여기까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그에겐 있고 나에겐 없는 건?


한 꼬집 정도의 감수성?

어쩐지 논문을 읽어도 재밌더라니.

감칠맛의 차이였다.


털썩.

그의 마음에 감수성이라는 조미료가 채워질 때

나의 위장엔 녹색병에 담긴 희석식 이슬이 채워졌다.

이제와 게워낸다 한들 무얼 채워 넣어야 감칠맛이 살아날까.


저기 죄송하지만 혹시 상상력이나 감수성...


- 짧게 '지어낸' 이야기 [ 한 꼬집만 빌릴 수 있을까요? ]




오후 1시 10분.

오전 내내 244자의 글자를 타이핑하고 고민에 빠집니다.


"일을 할걸. 오전 내내 나는 뭘 한것인가.

게으름인가. 열정의 부재인가, 노력의 부재인가.

나름 애는 쓰는데 이렇게나 힘이 들진 몰랐네.

도대체 저 많은 글과 이야기들은

어떻게 쓰고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마음을 다잡고 몇 편의 글을 더 읽습니다.

역시 좋은 글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따끔하게 깨닫습니다.

상상력도 감수성도 부족한 자신을...

그럼에도 뭐라도 써보 자고

마음(멱살)을 다잡고 타이핑을 시작합니다.


"244자 이긴 하지만 시작은 했다.

느끼고 깨닫고 납득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백하게(라고 쓰고 '무미건조하다'라고 읽는) 써보자"


이렇게 짧은 '지어낸' 이야기 한편을 쓰고 응급처방으로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 을 펼쳐 들었습니다.

만날 수만 있다면 정말 만나고 싶은 서점 주인을 뵙기로 합니다.


episode -「책, 그후」

1. 다 읽은 책, 너덜너덜해진 책은 '책 재활용 센터'로 갑니다.
2. 거기서 책은 여러 요소로 분류됩니다.
3. '이야기'는 분해 센터에서 다시 미세한 '감정'으로 분해됩니다.
4. 각각의 '감정'은 하늘에서 뿌리거나 길가의 틈에 놓거나 다시 사회 속에 녹아들게 합니다.
5. '작가의 감수성'은 전문 기술자가 선발한 '미래의 작가'에게로 몰래 전수됩니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 ]

episode - 「베스트셀러가 되길 바랐던 책」

오늘도 전혀 못 팔았군. 다 재미있는 책인데...
이렇게 책에 귀를 대보면 그 책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episode - 「베스트셀러가 되길 바랐던 책」

이 시집, 전부 혼자서 만든 거니?
예!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내 목소리가 닿았으면 해서요.
('하지만, 혹시 우연이라도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episode -「베스트셀러가 되길 바랐던 책」

어? 과장님, 소설 쓰시는 거예요?
아니 뭐, 그냥 취미 삼아.
('그래도... 누군가의 눈에 띄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info.

그림책_「있으려나 서점」_요시타케 신스케作 / 김영사

그리고 기억나는 장면.


epil.

봄이 와서 그런가요. 마음이 싱숭생숭. 생각도 갸웃갸웃.

우울할 때 입맛 없을 때 글이 안 써질 때 식후 관계없이 한 숟갈씩!!!


notice.

이 글을 연재글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혼란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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