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에서 오셨나요?

시어머니는 외계인

by 흑곰아제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나요?


400년 전 지구에 온 도민준이 혹시 친척인가요?

도민준은 잘 생겨서 눈요기 거리라도있죠.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답답하게 행동하시는거죠?

베스트셀러인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생각난다.

같은 하나의 사건 혹은 행동을 다른 의미로 이해하는 남자와 여자를 화성과 금성에서 온 것으로 이야기했던 책인데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센서가 다르기에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다른 별에서 온게 꼭 남자 뿐일까? 같은 여자지만 다른 별에서 온 그 분.


바로 우리 시어머니다.


난 일곱 형제 중 유일하게 딸 둘만 낳은 부모님의 첫째 딸로 태어났다.

친가쪽에선 동네 꼴통이던 아빠 닮은 아들이 아닌 딸이 태어난걸 축하해주는 분위기였지만,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외가에선 꼭 아들로 태어났어야할 존재였다.

물런 부모님이 나에게 아들의 역활을 요구하신적은 없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되어서 아이들 먹이기 위해 어린 나와 동생을 할머니댁에 맡기고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의 빈자리의 무게와 매일 십원짜리 고스톱을 치러오시던 동네 할머니들의

"저게 달고 태어났어야하는데.."라는 말들의 무게감. 그리고 하나뿐인 동생을 챙겨야한다는 무게감까지 여섯살 어린 아이의 단순한 머리로는 나는 남자로 태어났어야했다.

어릴적 생각은 내 무의식에 남아있었나보다.

사춘기가 되어서도 나는 아들 없는 집안에 아들이 되어야했기에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 빨래 등 지금은 함께 하는게 당연시되는 여자들만의 집안일에선 손에 물 한 방울 안 뭍이고 자랐다. 대신 나는 편찮으신 아빠를 대신해서 무거운 짐을 옮기고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딸로 태어났지만, 아들로 자랐다. 후회 한 적도 없고, 잘 살아왔다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보니 아들 역활을 하는 남편이 존재했기에, 나는 아들이 아닌 딸의 역할, 며느리의 역할을 해야 했는데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는 역할을 강요당했다.

세 살 적은 남편을 잘 이끌어 주고 보필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이 많은 날 반대 하지 않으셨던 어머니는 선머슴같은 날 못마땅해 하셨다.

어머니가 원하시던 며느리는 키도 덩치도 작고 아담한 아기자기한 여자였고, 집안일 척척 해내는 여성스러운 며느리였다.


열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서 백일도 되기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외할머니 손에 자라셨던 어머니는 나이 차이 많이 나던 언니 오빠들은 자기 앞가림을 위해 일찍 돈벌이하러 나가고, 친척들 눈치와 구박에 손에 물 마를 일 없이 일만하셨다.

없는 형편에 입하나 줄이고자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아버님을 만나 결혼하셨다.

어머님이 알고있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편을 보필하는 방법은 쓸고 닦고 삼시세끼 따뜻한 밥을 챙기고 아이들을 챙기는 것 뿐이였다.

그러던 중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신 아버님이 한쪽 다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동안의 취미를 직업으로 발전시켜 서예학원을 차리게 하신 것도 어머님이다.

자식 셋. 없는 살림에 티 안내려고 더 열심히 쓸고 닦으셨겠지.

마침 그 당시 [가훈 써주기] 캠페인이 붐을 일으키면서 무료로 가훈 써주기를 하시던 아버님께 방송국의 연락이 왔고 이곳 저곳에 바쁘게 활동을 하셨다. 모두 어머님의 노력 덕분에 아버님은 대통령상까지 받는 영광을 누리셨지만, 몇 해 못 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남겨진건 자식들이 전부 셨으리라. 그리고 소원을 비셨겠지.

"우리 귀한 아들. 예쁘고 참한 아내 얻어서, 알콩달콩 살게해주세요. 저도 아담하고 예쁜 며느리랑 팔짱끼고 데이트도 하고 싶고 아이 낳으면 가끔 봐주시도하면서 살고싶습니다."

소원을 너무 구체적으로 비셨다. 우리 어머니.

너무 많은 기대가 내가 인사드리러 간 날 깨끗하게 무너지셨다.

아들 놈이 데려온 며느리는 덩치 크고, 이쁘장하지도 않고, 발도 크고 심지어 무뚝뚝하니 웃는 법도 없이 밥 두 그릇을 후다닥 먹어치우고는 뚱하니 앉아있었다.

- 물런 이건 어머니의 시선이였다. 난 무척 예쁘게 화장도 하고 머리도 헤어디자이너인 여동생에게 부탁하고 옷도 한 벌 마련해서 갔고, 웃음소리가 큰 나는 최대한 얌전해 보이려고 입 꾹 다물고 있었던 거였다-

그래도 아들 놈이 좋다니 반대할 이유없이 받아 들이셨을꺼다.

서로 없는 형편에 간소하게 식을 올리고 그래도 기특하게 홀시어머니를 모신다고 함께 산다니... 기특도 하셨겠지.

근데... 집안능력 ZERO인 나에게 어머니는 만렙의 기술을 요구하셨다. 요리가 뭔가요?

라면은 대충 끓일 줄 알아요. -여기서도 의견이 갈린다. 난 면을 넣자마자 먹는 꼬들면파이고 어머니는 푹 익히는 퍼진면파다. 그래서 난 라면도 못 끓이는 여자가 되었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아니라 골치 아픈 아들을 하나 얻은 기분이셨겠지.

2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에 지쳐있었고. 주 3일은 병원에서 투석을 받으시는 아빠를 병원에 모셔다 드려야해서 새벽 4시면 일어나서 인사도 못 드리고 출근하는 나를 이해는 하면서도 짜증 이나고 미우셨을리라.




몇 달을 서로 눈치 보며 스트레스 받다가 “어머니께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라며 운을 떼었다. 이날을 15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한다. 아....그냥 닥치고 있을걸...

"어머니. 전 집안일 잘 못합니다. 요리는 거의 안 해 먹었어요. 어머니 저 퇴근하고 오면 따뜻한 밥 주시려고 매일 새 밥 해주시는 거 감사한데 전 남편에게 그렇게 못하겠어요. 어머니. 시간도 안 맞고 남편과 저 서로 잘 하는거 하면서 살게요. 남편이 저보다 요리 잘하잖아요. 그리고 어머니도 밤에 식당일 다니시는데 일부러 힘들게 밥하지 마세요. 남편이랑 제가 번갈아 가면서 할게요. 제가 못하는 날은 대신 제가 설거지 하겠습니다. 요리도 안

배운다는 거 아닌데 천천히 하게해주세요. 칼질도 못하는데 너무 기대하시면 저 부담되요.

저 친정에서 아들처럼 자랐어요. 여동생은 집안일 잘하는데 저는 꽝이예요. 조금 힘들어요.“

친정에서 아들처럼 자랐다는 그 말이 화근이였다.

어머니께는 내가 한 말이 이렇게 들리셨나보다,

"어머니 전 아들처럼 귀하게 자라서 집안일 안 합니다. 해도 남편이 하면 되는데 제가 왜 합니까?"


어머니 저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 말 했어요.

왜 어머니 마음대로 듣고 싶으신 것만 들으세요?

혹시, 사람마다 언어 번역기가 따로 있어서 .. 내가 말하는 게 다르게 들리는 건가?


'어머니.. 전 지구인인데 어머니는 어디서 오셨어요? 달나라인가요? 아니면 수성? 목성? 설마...명왕성은 아니시겠죠?

나의 시집살이. 어머니의 며느리살이. 아닌가...

“어머니, 우리 각자 다른 행성살이 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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