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V 시장의 과열 양상과 건전성 유지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벤처 캐피털(VC)들은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유망한 AI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VC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 자산가 등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소액 투자자들이 SPV(Special Purpose Vehicle)를 통해 Anthropic, Groq, OpenAI, Perplexity, Elon Musk의 X.ai 등 주목받는 AI 스타트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PV는 복수의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단일 기업의 지분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투자 구조이다. AI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들은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자신들의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SPV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SPV를 통해 자신의 지분 중 일부를 외부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그 대가로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며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SPV를 운영한다.
OpenAI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기 있는 AI 기업들의 경우, 소액 투자자들도 SPV를 통해 비교적 쉽게 지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Anthropic은 FTX 파산으로 인해 대량의 지분이 시장에 풀리면서 다양한 SPV가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다. 일례로 멘로 벤처스(Menlo Ventures)는 올해 초 Anthropic에 투자하기 위해 7억 5천만 달러 규모의 SPV를 조성했는데, 이 SPV에 투자한 일부 펀드들이 자신들의 지분을 다시 다른 투자자들에게 되팔면서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2차 SPV를 만들기도 했다. 한편, Elon Musk의 xAI는 최근 6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상당 부분을 SPV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PV 투자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 SPV 투자자들은 운영자가 부과하는 높은 수수료와 수익 배분을 감수해야 하며,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투자자들은 불과 몇 년 전 2020년과 2021년의 과도한 투자 열풍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SPV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가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로 인해 SPV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SPV는 소액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AI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높은 수수료와 정보 부족 등의 위험성도 안고 있다. 투자자들은 SPV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SPV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우선 SPV 운영자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SPV의 구조와 수수료 체계를 꼼꼼히 파악한 후에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SPV 시장에 대한 규제 당국의 모니터링과 감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SPV를 통한 AI 스타트업 투자는 기회인 동시에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 모두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