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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바구니 Oct 11. 2023

착한 상술

타인의 마음을 얻는 기술


주말에 고기가 당겼다. 

요즘 체력이 달리는지 몸이 본능적으로 단백질을 원하고 있다. 최근에 아이들도 뒷고기, 앞고기 할 것 없이 고기를 먹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기꺼운 마음으로 동네 고깃집을 찾았다. 

마침 최근에 새로운 식당이 입점을 했는데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개업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나갈 때마다 긴 줄 선 모습들이 몇 주 간 지속된 것 같다. 외관도 깔끔하고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 맘 잡고 한 번 팔아줘야 하겠다고 다짐을 하던 차에 마침 가족 간 마음도 맞아서 예약 없이 바로 돌진했다. 


사실 몇 주 전에 이 식당에서 한 번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주말 저녁에 아무 생각 없이 방문했다가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현장 예약을 해 놓고도 식사를 못했다. 그래서 잠시 마음을 접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 이번 주말 점심시간에 다시 한번 방문해 보기로 했다.


이번엔 웬일이래? 주말 점심때 갔더니 식당 앞이 한산했다. 

주말 저녁에는 붐비지만 낮에는 한산하다고 직원이 귀띔해 주었다. 손님이 적으면 서비스도 잘 받을 수 있고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도 있으니 손님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 싶었다. 


한 직원이 밑반찬을 세팅해 주고 가자 잠시 후 나이가 든 분이 오셔서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고 음식을 추천해 주셨다. 메뉴판 맨 위에 스페인 이베리코 고기를 안내해 주시면서 제일 맛난 고기라고 설명을 곁들이신다. 마침 배도 고프고 군침이 돌던 차에 맨 위에 비싼 종류로 2인분, 바로 아래 비싼 종류로 2인분을 주문했다. 곧 고기가 나왔고 바로 옆에서 그 직원분이 직접 구워주셨다. 생고기 위에 직접 시즈닝을 하고 요리조리 고기를 잘 굽는 동시에 고기 부위에 대해 맛깔나게 설명을 해 주셨다. 입에 참기름을 발랐는지 설명이 구수하고 막힘이 없다. 직원 설명대로 고기 맛이 좋았다. 친절한 서비스가 더 해지니 고기 맛이 더 좋게 느껴졌다.


4인분이 아쉬워 고기를 좀 더 시키기로 했다. 메뉴판을 들고 살폈다. 조금 전 첫 번째와 두 번째보다 좀 많이 저렴한 다섯 번째 메뉴인 생고기 요리를 2인분 더 주문하려 했다. 그 순간, 조금 전 그 직원분이 불쑥 나타나시더니 네 번째 부챗살 메뉴가 맛있다며 꼭 드셔보시라 권했다. 가격은 두 번째 메뉴랑 같았다. 잠시 고민을 하려는데 틈을 주지 않고 세차게 몰아붙였다. 역시나 입에서 참기름이 난무했다. 이번에도 그 사내가 이겼다. 결국 네 번째 메뉴를 주문하였고 공깃밥까지 먹었다. 나중에 계산표를 보니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비싸서 놀랐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왠지 기분이 찝찝했다. 직원 곁에서 먹을 때는 무척 맛있다고 느꼈는데 막상 식당을 벗어나서 생각해 보니 가성비가 그다지 좋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와이프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마지막 메뉴는 그다지 맛이 없었다고 평했다. 다른 고깃집들이 생각났다. 그 가격이면 더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동네 음식점들이 많았다. 왠지 직원의 상술에 당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상술'이란, 장사하는 재주나 꾀를 말한다. [출처 : 네이버 사전]

사업하는 사람이 고객을 대상으로 꾀를 내거나 재주를 부려 이윤을 남기는 기술이라 할 수 있겠다. 

사업가는 시장조사와 주변 시세, 재료비, 자릿세, 인건비 등을 생각하여 최적의 가격을 산정하려 노력한다. 이 가격이 소비자의 요구 수준과 맞으면 거래가 이루어지고 만족도도 비례하여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동네 장사'를 할 때는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유동인구가 아닌 고정인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최대의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동네에는 소위 '고인 물'들이 많다. 입이 세기로 유명한 '아줌마'들이 상시 대기 중이다. 아줌마의 입맛을 잡는 데에 실패하면 그 업소는 1년 내에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한다. 동네 장사는 아줌마들의 입소문에 좌우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가게를 오픈하고 첫 주에 등장하는 아줌마들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 빛나는 전략이 하나 있다. 바로 '착한 상술'이다. 

동네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처음부터 뽑아먹으려는 마음을 접어야 한다. 한동안 훈훈한 이미지를 쌓으면서 지속적으로 동네 손님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상품이나 음식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시세와 비슷한 가격이라면 서비스가 좋아야 한다. 만약 시세보다 비싸려면 상품이나 맛의 질이 높고 서비스가 좋아야 하고, 시세보다 아주 비싸려면 인기 있는 주력상품이나 메뉴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한 편, 신상품이나 신메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꾸준히 서비스가 좋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님에 대하여 '약간의 손해 보려는 마음'과 '꾸준히 퍼주려는 자세'이다. 그렇게 되면 손님들도 가게 주인의 '착한 상술'에 감동하게 되어 고마운 마음을 가지거나, 약간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한 번 더 방문하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속에는 소위 '품앗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고받는 마음속에 싹트는 우리 우정'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방문한 고깃집은 일단 우리 집 아줌마의 마음을 잡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다. 장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첫 방문객을 대상으로 너무 뽑아 먹으려 했다. 손님에게 부담을 주는 가게는 오래가지 못한다. 공들여 쌓은 탑도 한 방에 무너지는 장사가 동네 장사이다. 


우리 회사와 장기간 거래를 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 사장님의 마인드가 바로 '퍼주는 장사'이다. 급한 사정이 있어 연락을 드려도 언제든지 '콜'이다. 멀리 있어도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와 일을 도와주신다. 구매하려는 제품의 양이 많건 적건 항상 최선을 다해 납품해 주신다. 우리는 늘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일거리가 생길 때마다 이 회사 사장님을 가장 먼저 찾는다. 사장님의 '착한 상술'이 보답을 받게 되는 순간이다. 


물질보다 마음이 먼저다. 

남의 물질을 얻으려는 자, 물질을 가진 자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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