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학교폭력(학폭)에 대해서

2022년 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The Glory)

by 이월

드라마는 학교폭력(이하 '학폭')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가해자들에게 치밀한 복수를 감행한다는 이 드라마의 서사는 한국 대중문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권선징악'의 욕구와 '사적 제재'에 대한 대리 만족을 동시에 자극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10대의 폭력이 더욱 가학적일 수 있으며 20대 이후 가해자가 법의 보호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촉발한 일련의 학폭 폭로 현상은 단순한 연예계의 스캔들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지닌 독특한 "도덕적 엄숙주의"와 "집단주의 문화"를 보여줍니다. 특히,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과거의 행적이 현재의 성취를 무너뜨리는 현상"과 "도덕성 쟁탈전(Moral Contest)"이라는 개념이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1948wm1948wm1948.png 넷플릭스 드라마 속 한 장면, Gemini(생성형 ai)에 의해 그려짐

"더 글로리" 드라마의 대본을 쓴 김은숙 작가는 학교폭력이 단순히 학생들 간의 다툼이 아니라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흥행 가도를 달리는 동안 드라마와 관계된 배우 및 연출자 등이 현실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의혹이 나오고 사실로 밝혀지며 사과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대중에게 '창작물 속의 정의'와 '창작자의 도덕성' 사이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대중은 드라마가 주는 카타르시스에 열광하면서도 현실 속 가해자들이 사회적 성공을 누리는 것에 대한 반감을 더욱 키우게 되었습니다. 이는 학폭 미투가 단순한 폭로를 넘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단죄'의 성격을 띠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753clj753clj753c.png 넷플릭스 드라마 속 한 장면, Gemini(생성형 ai)에 의해 그려짐

이후 이 흐름은 연예계 전반으로 확산되어 수많은 배우와 가수 등 라이징 스타들이 학폭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몇몇 배우는 드라마의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으나 학폭 의혹 이후 하차와 동시에 배역이 교체되어 드라마가 재촬영되는 추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이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학폭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음을 시사합니다.

H 엔터 기업의 걸그룹 L의 멤버였던 "김" 양의 사례는 초기 대응 실패와 공적 기록의 존재가 어떻게 아이돌의 커리어를 끝장내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였습니다. 사실 "김" 양의 학폭 의혹은 데뷔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소속사는 이를 "악의적인 음해"로 규정하고 오히려 "김"양이 피해자였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qmt5nhqmt5nhqmt5.png 넷플릭스 드라마 속 한 장면, Gemini(생성형 ai)에 의해 그려짐

이는 피해자 측을 자극하여 더 구체적인 증거 공개를 유발했고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과 통보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문서에는 김가람이 가해 학생으로 분류되어 '5호 처분(특별교육 이수)'을 받았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의 학폭 처분 체계에서 5호는 비교적 중한 처벌에 속합니다.

결과: "사실무근"이라던 소속사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결국 가수 "김" 양은 데뷔 2주 만에 활동을 중단하고 2개월 만에 전속 계약이 해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대형 기획사의 자본과 권력으로도 명백한 과거의 기록과 대중의 도덕적 기준을 넘을 수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도덕적 쟁탈전과 '완벽함'의 강박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러한 현상을 두고 "도덕성 쟁탈전(Moral Contest)" 혹은 "도덕적 엄숙주의"라고 표현하며 놀라움을 표합니다. 왜 한국 사회는 유독 연예인의 과거에 민감하며 그들에게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한국에서 연예인, 아이돌은 단순한 엔터테이너가 아닌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사는 '유사 공인(Quasi-public officials)'으로 간주됩니다. 서구 사회에서 연예인의 직업적 성취(노래, 연기)와 사생활을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에서는 이 둘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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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는 미국 소비자에 비해 개인의 '능력(Competence)'과 '도덕성(Morality)'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경향이 훨씬 강합니다. 즉,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은 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진정한 의미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학폭 사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현재의 그가 대중 앞에 설 자격이 없음을 증명하는 '결격 사유'가 됩니다.

또한,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는 개인의 일탈을 집단 전체의 수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폭 가해자가 TV에 나와 웃고 떠드는 모습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아는 대중에게 집단적 모욕감을 줍니다. 이는 타임(TIME)지가 지적했듯,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 동조 압력"이 학폭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집단적 응징(멍석말이)을 정당화하는 기제로도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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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Reddit) 등 해외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 서구 팬들은 "10대 시절의 철없는 행동으로 성인이 된 후의 직업을 잃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거나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그러나 한국 대중에게 있어 학폭 가해자의 복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정의의 실패'로 규정됩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한(恨)'의 정서와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가해자의 갱생보다는 피해자의 치유와 응보적 정의를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건사고를 통해 한국 사회는 거대한 '도덕적 원형 감옥(Panopticon)'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모든 청소년은 자신의 현재 행동이 미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학교폭력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동시에 모든 인간관계를 잠재적인 리스크로 여기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본 글은 기존의 멤버십 전용 글이었으며 내용을 일부 업데이트하여 전체 공개로 재업로드하였습니다.
1. School Bullying Allegations Continue to Strike South Korean Celebrities - https://time.com/
2. ‘We torment others’: the dark side of South Korean school life - https://www.theguardian.com/
3. Inside the Bullying Scandal Cancelling South Korean Celebrities - https://www.vice.com/
4. The Truth About Kim Garam - Fabricated Proofs - https://sites.google.com/view/garam-scandal/fabricated-proofs
5. https://www.aks.ac.kr/ikorea/upload/intl/korean/UserFiles/UKS3_Korean_Confucianism_eng.pdf
6. Korean Confucianism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https://plato.stanford.edu/entries/korean-confucianism/
7. Can Chrissy Teigen's Reputation Recover from Social Media Bullying Scandal? | Birmingham City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