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와 설탕, 전분당 담합에 이어 휘발유 담합까지?

1주일새 15% 이상 폭등 경유와 휘발유.. 정유사·주유소는 담합했을까?

by 이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운송 원유의 약 20~27%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한 곳입니다. 지리적으로 해협의 전체 폭은 약 55km이지만 수심과 암초 등을 고려하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실제 항로 폭은 10km 남짓입니다.

지리적인 약점보다 이 비좁은 통항 가능 구역의 대부분이 이란의 영해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이 더욱 치명적입니다. 한국은 2025년 기준 전체 원유 수입 물량의 약 70%가 중동 지역에 해당됩니다.

3월 7일 기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Oil 등 국내 핵심 정유사의 원유 운반선 총 7척이 호르무즈 해협 내부 및 인근 묘박지에 발이 묶였습니다. 총 7척은 총합 1,000만 배럴 이상 추정되는 원유를 싣고 있으며 한국 내 7일 치 소비량에 육박합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fn3d1bfn3d1bfn3d.png 호르무즈 해협 안에 갇혀있는 유조선 모습, 출처: Gemini(생성형 ai)에 의해 그려짐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와 한국석유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약 200일을 독자적으로 버틸 수 있는 양의 원유가 있습니다. 정부 비축량 약 7,650만 배럴과 민간 업계 비축량 약 7,380만 배럴, 한국 석유 개발 기업들의 해외 유전 직접 생산에서 3개월 이내 들어올 수 있는 3,500만 배럴을 포함하면 약 1.9억 배럴(200일 치)로 막대한 양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비축된 원유가 있지만 실물 경제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가 시작된 지 일주일여 만에 오피넷(Opinet) 실시간 데이터 기준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85원 이상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서울은 3월 초 리터당 1,840원에서 불과 며칠 만에 1,900원을 넘기고 3월 6일 1,93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충격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도달한 고점입니다. 화물차, 버스, 선박 등에 쓰이는 '경유' 가격도 비슷한 시가 단기간에 약 25%나 상승했습니다. 3월 6일 기준, 서울의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54원, 전국 평균은 1,887.38원으로 각각 동급 휘발유 가격을 웃돌고 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ta469dta469dta46.png 오를 땐 빠르게, 내릴 땐 천천히 - 출처: Gemini(생성형 ai)에 의해 그려짐

현재 주유소에 있는 기름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전혀 없던 저렴한 원가표를 달고 수입된 '과거의 원유'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현상은 국회예산정책처(NABO) 및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다수 실증 연구에서 지적되어 왔습니다.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비대칭성', 일명 '로켓과 깃털 가설'로 설명됩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베이컨(Bacon, 1991)이 체계화한 이 가설은 국제 원유 가격이나 원가가 상승할 때는 그 충격을 소매가격에 마치 로켓이 솟아오르듯 즉각적이고 가파르게 반영하여 유통 마진을 극대화하는 반면 국제 유가가 하락하여 원가 부담이 덜어질 때는 그 인하 폭을 마치 깃털이 떨어지듯 아주 천천히, 그리고 최소한으로 반영하여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후생을 기업의 초과 이윤으로 은밀하게 흡수하는 현상입니다.


즉, 정유사와 주유소들은 중동에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아직 창고에 쌓인 물건의 원가가 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 물건을 다 팔고 새로 사 올 때 지불해야 할 '미래의 대체 원가'의 상승분과 막연한 불안감이라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현재의 판매가'에 선반영하는 기형적 방식으로 막대한 횡재 이익을 편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름값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전국적으로 폭등하자 여론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유 4사 간의 조직적인 가격 담합(Collusion) 의혹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검찰(서울중앙지검)의 대대적인 수사와 공정위의 조사, 그리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국내 설탕, 밀가루의 가격 담합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3g7o4l3g7o4l3g7o.png Gemini(생성형 ai)에 의해 그려짐

소수의 대기업, 유통 기업 등이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극소수의 과점(Oligopoly) 기업들은 무려 9조 2,62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시장 교란 행위를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자행했습니다.

제분사들은 한국제분협회를 창구로 삼아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5년 9개월에 걸쳐 밀가루 출하량과 공급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했습니다. 이들이 주도한 약 6조 원 규모의 담합 기간 동안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까지 폭등하며 물가 상승률을 아득히 초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장의 빅 3라 불리는 제당사(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 동안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정밀하게 맞추는 수법으로 3조 2,715억 원 규모의 설탕값 담합을 자행했으며 이 기간 설탕 가격은 무려 66.7%가량이나 치솟았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ukr6ukukr6ukukr6.png Gemini(생성형 ai)에 의해 그려짐

이들은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原糖)이나 밀가루의 원료인 밀 가격이 국제 곡물 시장에서 오를 때는 즉각적으로 그 폭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반면, 국제 가격이 하락하여 원가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을 때는 3사가 굳게 결의하여 절대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티며 차익을 전부 흡수했습니다.

제분 및 제당 업계의 담합처럼 현재 하루가 다르게 기름값을 100원씩 올리고 있는 정유 4사와 주유소들 역시 사다리를 타며 가격표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분노와 의혹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정유 시장은 SK,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라는 단 4개의 대형 정유사가 시장을 완벽히 분할 지배하고 있는 전형적인 과점 시장입니다. 4사는 각자의 간판을 단 수천 개의 주유소를 통해 전국적인 유통망을 수직적으로 장악하고 있습니다.

출처
1. 호르무즈 봉쇄 직전 한국행 유조선만 ‘유유히 통과’…사진 화제 - https://www.hani.co.kr/
2. 한국 기업 유조선 7척, 호르무즈 해협 갇혔다 - https://www.chosun.com/
3. 한국 유조선 7척, 호르무즈에 갇혔다…“1척당 국내 하루 소비량” - https://www.donga.com/
4. '너무 빨리 오른다'…30년 만에 가격상한제 꺼내나[기름값 쇼크①] - https://www.newstong.co.kr
5. 李 대통령 “원유 208일 물량 비축...전세계 기준으로 가장 많아” - https://m.sedaily.com/article/20015530
6. 국내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적 반응에 관한 연구 - https://www.nabo.go.kr/board/file/bulkDown.do?idx=7410&bid=27
7. 정부, UAE서 ‘600만 배럴’ 긴급수혈… 주유소 폭리 현장점검도 - https://www.donga.com/
8. [인사이드 스토리]그들의 '사다리 타기'에 소비자만 울었다 - https://news.bizwatch.co.kr/
9. ‘밀가루·설탕 왜 비싼가 했더니’…검찰, 수조원 담합 적발 / KBS 2026.02.02. - https://www.youtube.com/
10. 밀가루·설탕 어쩐지 비싸더라… 검찰 '10조 담합' 무더기 기소 - https://ww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