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몸 낡은 생각, 늙은 몸 새로운 생각
어딘가에 작성해 둔 꽤 오래된 글이지만,
먼지를 후후 털어내고 공개합니다 :}
우리 집에는 2대 3세대가 산다.
월요일이면 가요무대를 챙겨보는 아빠, (지금은 사라졌지만) 7080 콘서트를 즐겨보던 엄마, 그리고 엠카 음중 뮤뱅 인기가요를 보는 나.
50년대 후반 출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하며 나이차 나는 형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빠.
60년대 중반 출생으로 386세대에 속하는 엄마.
90년대 초반 출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내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한 지붕 아래 2대이지만,
우리의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은 3세대의 차이만큼 다른 부분이 많다.
물론 여기에는 시대적 모습뿐 아니라 성격, 경제적 배경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가령,
옛것을 고수하고 새것을 두려워하는 성격과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며 도전적인 성격의 차이라던가
심각한 가난 아래 형제는 많고 먹을 것은 없는 집을 나와 기숙학교에서 운동선수로 학창 시절을 보낸 소년과
사업하는 아버지 밑에서 나름 부유하게 자란 소녀의 배경적 차이 등.
몸이 으슬으슬 추울 때를 비교해 보자면
나는 따뜻한 핫초코나 허브티를 마신 후 약을 찾아 먹고, 엄마는 쌍화탕과 약을 먹는다면
아빠는... 뜨거운 물에 설탕을 한가득 타 마신다.
이처럼 내 눈에는 이상해 보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세대와 배경이 주는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을 집 안에서 느끼며 왜 ‘90년 생이 온다’와 같은 책이 나오고,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직장 내 갈등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인물들이 함께 모여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뇌의 구조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
우리는 계속 갈등 속에 상처 주고받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할까.
사회적 젊음을 가진 사람은 사회적 늙음을 담당하는 노(老)를 ‘낡은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老)는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 돈과 명예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늙음은 더 쉽게 외면당한다.
사실 이건 사람뿐 아니라 사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돈과 명예를 가진 노인과 그것을 미처 확보하지 못한 노인이 사회에서 받는 대우는 다르다.
오래된 물건일지라도 돈과 명예의 가치를 지닌 것은 그 가치 덕에 보존된다. 오히려 더 높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물론, 늙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흐름이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이 있고, 그 결과가 현재의 모습일 텐데 뒤늦게 삐걱대는 몸으로 없는 명예와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불가능하게 여기고 그냥 삶을 고집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지 않는 노(努)도 존재한다.
시간에 따라 몸이 늙어가는 것을 멈출 수는 없지만, 노력을 통해 생각이 낡아가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한 달 된 물건과 삼 년 된 물건의 ‘낡음’ 정도가 꼭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낡음’의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젊은 몸 낡은 생각, 늙은 몸 새로운 생각이 가능하다.
몸은 자연적 현상을 따라가지만, 생각은 노력에 의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갑부이자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로 유명한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이 두 사람이 25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워런 버핏이 생각이 낡지 않도록 관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워런 버핏은 이미 성공한 투자자였지만 기술혁신과 인터넷 등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듣고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시간에 순응해 낡지 않도록 관리했다.
한편,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뒤 비슷한 사건으로 인터폴 수배령을 받았던 기업 총수의 공개된 녹취록 속 “나 늙지 않았지?”를 들으면 그는 육체도, 생각도 다 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에 따라 몸은 노(老)인이 될 수 있다. 이건 인간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낡지 않게 관리하는 노(努)인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육체의 젊음을 가지고 있다 하여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익히는 노(努)인의 삶을 살지 않고
정지된 상태로 시간을 흘러 보내기만 한다면,
젊은 육체의 낡은 생각을 지닌 노인과 다를 바 없으니까.
결국, 갈등은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 서로 다짐해야겠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내 눈에 낡아 보인다고 무안 주지 않기.
이해되지 않는다고, 나의 경험과 다르게 반응한다고 무안 주지 않기.
먼지를 후후 털어냈다고 썼지만, 사실 예전에 써둔 글 그대로 올렸습니다 ^^;
5-6 년 전 즈음 SBS PD 필기시험에서 이 글과 비슷한 내용의 작문으로 합격했었으니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네요. (돌아보니 벌써 꽤나 오래전이라 요즘 언시 트렌드와는 다를 수도 ㅎㅎ)
마지막으로 조금 덧붙이면 아무리 좋은 글이 있어도 시험에 나온 제시어 또는 주제에 맞춰 변형해야 합격하지 그대로 우라까이해 쓰는 것은 불합격의 지름길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총총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