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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크러쉬 Mar 06. 2022

미술을 재미있게 "읽어내는" 방법

어렵게 느껴지던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주는 미술서적들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지금까지 출간된 미술서적중 가장 유명한 책중 하나이며, 1950년 그 초판이 영국에서 발행된 이후 전세계에서 서양미술사 개론의 필독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선사시대 동굴벽화로부터 오늘날의 실험적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와 시대를 다룬 미술사 입문서이며, 이 책을 통해 세계 전역에 걸친 모든 세대의 독자들은 곰브리치가 가진 해박한 지식과 지혜를 엿보며 그가 예술 작품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깊은 사랑을 겸비한 대가였음을 확인할수 있는데요.

우리에게 아직은 낯설게 보이지만 매력적이고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미술이라는 분야에 입문하기 위해선, 약간의 이론적 훈련이 필요한건 분명합니다. 이제 막 미술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여러 사람들에게 미술사의 윤곽을 안내하며 미술을 "탐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엔 어떤 것들이 존재하고 있을까요?




발칙한 현대미술사


발칙한 현대미술사의 원제는 What are you looking at?입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BBC에서 아트 에디터로 활동하며 미술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 중인 윌 곰퍼츠가 집필한 책인데요. 그는 훌륭한 미술사나 미술서적들이 서점에 가면 즐비하지만, 자신은 인상파부터 현대미술에 이르는 미술사를 바로 앞에 앉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듯 흥미롭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싶었다는데요. 어렵고 난해하닥도 느껴지는 현대미술을 사람들에게 쉽고 편안하게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책으로 평가받습니다.


스토리텔링의 형식때문인지 <발칙한 현대미술사>는 마치 역사 소설을 읽는듯 유려한데요. 글에 언급되는 그림이 첨부되지 않은 책인데도 어려움이 없으며 화가들을 위주로 설명이 진행되는 형식입니다. 실화를 중간중간 섞어가며 내용을 진행하니 읽을거리가 생기고, 상상력이 더해져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미술사책이며, 작품 안에 갇히기보단 새로운 미술사조가 탄생할 시기의 세계 정치 상황과 문화예술계 전반을 아우르며 진행되기 때문에 보는 시각도 넓혀나갈수 있습니다. 이 책의 부록으로는 지하철 노선도처럼 생긴 현대미술 사조 흐름도를 볼수 있는데, 이는 과거와 현대가 어떠한 영향 관계 안에서 이어져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며 무릇 예술이라함은 하늘에서 떨어지듯 창조되는것이 아닌, 어제와 오늘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관점 또한 드러납니다.




위작의 미술사



미술작품이 많은 관람객들과 호사가들에게 매혹적으로 느껴지는건, 그 작품이 단 하나뿐이라는 희소성과 절대성 때문일텐데요. 때문에 그 작품들의 가치는 수백억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예로부터 특권이었으며 하나뿐인 진품은 그 가치를 높여왔고 여전히 세계의 미술관을 오가며 관람객의 지갑을 열고 있는데요. 그 명성이 높아지수록 그 절대성을 허물고자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지속되어왔으며 <위작의 미술사>는 위작의 세계를 조망하여 작품 자체보다는 미술사가 지닌 독특한 매커니즘의 이해를 도와주는 책입니다.


미술 범죄는 마약유통, 총기 및 무기거래와 함께 세계 3대 범죄에 꼽히는 범죄인데요. 이 책은 그 본질적인 의문, "왜 잊을만하면 가짜 미술이 판을 치고, 고대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논란은 끊이지 않을까?"를 조명합니다. 원작과 똑같이, 혹은 원작보다 더 원작같이 그려내기 위해 사용한 기법을 통해 미술사조별 특징을 알아보고, 미술과 위작이 우리 일상에 끼친 영향도 재미있게 풀어봄으로서 미술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미술계는 공공연하게 위작을 용인했으며 고객은 실제 진품보다 작품을 싸게 살수 있다는점에서, 파는 쪽은 실패한 미술가를 이용해 저렴한 제작비용으로 큰돈을 벌기 위해서였는데요. 심지어 위작이 유명세의 증거로 여겨져 진짜 작가도 묵인할 때도 있었습니다. 작가 본인도 분간하지 못할만큼 정밀한 위작은 원작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대중에 공개되었는데요. 이런 구조는 가장 순수한 예술로 불리면서도 그 어떤 예술세계보다 돈에 움직이는 미술계의 생리를 잘 보여줍니다.




방구석 미술관

<방구석 미술관>은 2018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명실상부 대세 미술 교양서인데요. 높게만 느껴지는 미술 문지방을 가볍게 넘으며 새로운 미술 교양의 지평을 연 책이 바로 <방구석 미술관>입니다. 저자인 조원재 작가는 누구보다 미술을 쉽고 유쾌하게 전하는 "미남"(미술관 앞 남자)을 자처했는데요. 미술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사람들에게 부담과 걱정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계 거장을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기도 합니다. 


방구석 미술관은 야화 위주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교양서인데요. 외국 가십지를 보는듯한 자극적인 머리기사처럼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독자의 흥미를 자극시켜 미술로 유인합니다. 예술가의 사생활은 그림만 보고서는 알 수 없는 작품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늘 흥미로운데요. 특히나 이 책은 연애와 가족문제같은 분야를 그의 작품과 연관지으며 극적 효과를 자아냅니다. 고흐의 알콜중독, 칸딘스키의 바람기, 피카소의 여성편력, 세잔의 기행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들이 모두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30만부가 넘게 팔리며 "대박"이 난 1편의 흥행에 이어 2편인 "한국"편으로 돌아온 방구석 미술관은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국미술의 참맛을 끄집어내는데요. 이응노, 나혜석, 김환기, 백남준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집요하게 추적해 재치 넘치는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것은 물론, 총 150여점의 도판을 수록해 그 어떤 한국미술책보다도 다채롭고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또한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는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의 QR코드를 실어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수도 있습니다.




줄리언 번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줄리언 반스는 캔버스의 그림자 하나하나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마침내 하나의 에세이를 완성해냈는데요. 줄리언 반스만이 쓸 수 있는 가장 지적이고도 인간적인 미술에세이라는 평을 받는 책이 바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입니다. 그의 첫 미술 에세이인 이 책은 그의 현학적이고 감각적인 소설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생활인이자 미술애호가 반스를 엿볼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요. 이 책의 특징은 경계없는 미술관람의 방식입니다. 제리코에서 들라크루아, 마네, 세잔을 거쳐 마그리트와 올든버그, 하워드 호지킨까지 낭만주의부터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17편의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은 저마다 다 다른데요. 이 책은 결국 하나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다방면의 지식이 얼마나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는지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유머와 통찰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그만의 스토리텔링이 미술계의 진입장벽을 가뿐히 넘어서며 관람객에게 자신만의 미술세계라는 방을 제공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감상하는건데요. 그만의 취향을 엿볼수 있는 기회이며 여태껏 몰랐던 작가의 작품을 보는 흥미로운 시각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읽으면 꼭 지적인 도슨트와 함께 그림을 보는 느낌인데요. 그만의 상상력을 더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작가와 작품에 흥미를 느끼게 해줄뿐 아니라 쉽게 가질수 있던 작가에 대한 편견을 바꿔줄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술 산책을 한 기분을 독자에게 주기도 하지만, 줄리언 반스라는 소설가의 사적인 시선을 엿볼수 있는 매력적인 미술 산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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