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쉼,

분주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by 우또

퇴근 후 가만히 거실 바닥에 누워

창밖으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얼마 전까지 매미 소리였던 것이 귀뚜라미 소리로 바뀌었음을 깨닫고 있다.

그와 함께 배달 오토바이 소리, 중고등학생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에겐 외출 후 루틴이 있다.

먼저, 입었던 옷을 스타일러 또는 옷장에 걸고, 양말과 이너웨어를 빨래통에 집어넣는다.

빨래통 맞은편 화장실로 향해 손과 발을 씻고, 외출을 준비하며 썼던 수건으로 손, 발의 물기를 닦는다.

그 짧은 루틴이 끝나면 밥을 먹는다거나, 거실 TV로 유튜브를 본다거나 하는데

주로 그 장소는 거실의 소파 위에 서다.


오늘은 좀 달랐다.

그냥 TV를 틀고 싶지도, 소파에 앉거나 눕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거실에 깔린 카펫 위에 멍하니 누워 눈을 감고 싶었다.

그렇다고 자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해야 할 일들이 남았기에 잠에 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누워 주변의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조금 시끄러운 배기음을 가진 오토바이나 버스가 지나가면,

그 소리가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창문을 열고 있는 것이 좋았다.


내 하루는 좀 조급하게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출근길까지, 출근부터 퇴근까지, 퇴근길부터 집까지

출퇴근길 많은 차들과 사람들, 회사에서 이 업무와 전화, 여가시간의 유튜브와 인스타 등등

삶의 대부분의 요소들이 나를 재촉하고 조급하게 만든다.


그냥 오늘은 그 조급함 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혼자만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잠시 쉬다 보니 다음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싶어졌다.

짧은 운동과 스트레칭, 샤워, 얼마 남지 않은 자격증 공부, 그리고 이 글을 쓰는 것까지.


마음이 조급할 때는 그저 해치워야 할 숙제같이 여겨졌던 것들이

잠시 쉬어 차분해지니 하고 싶어져 충분히 즐기며 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쉬는 것, 차분해지는 것,

내일도 잊지 말고 꼭 실천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스크린샷 2025-09-29 오후 10.40.48.png 창밖을 바라보며 휴식하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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