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출간 소식
이 나이에 둘째를 잉태하고 산고를 거쳐 드디어 탄생했다.
첫째는 아픈 손가락이다.
글쟁이로 살고 싶은 열망이 꿈틀거릴 때 무식해서 용감하게 저지른 하룻밤의 정분에 그만 덜컥 잉태되고 말았다.
'시작을 씁니다'
학급 문고 수준의 글이었기에 혹시 이 아이를 소장하고 있으신 분들을 찾아가서 다시 받아 오고 싶다.
하지만 어디선가 잔잔한 여운을 주며 살고 있을 그 아이의 삶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내 손을 떠난 아이는 이미 나의 소유가 아니라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문창과에 입학해서 글쓰기 공부도 했다.
그러다 대망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것이 올 1월의 일이다.
"브런치 작가가 뭐야? 브런치 먹으며 글 쓰는 거야?"
친구의 귀여운 반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흠, 브런치 먹으며 글 쓰면 너무 폼나는 작가 맞아."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_연재글을 마치고
지난여름 벼락처럼 매거진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다.
큰 계획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매거진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나의 좌우명이 '못 먹어도 고! 일단 지르고 보자!'로 바뀐 것은 60고개를 힘들게 넘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에, 기회가 되었을 때나 내가 하고 싶을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해 보기로 작정하고 준비태세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매거진에 노크를 하고 고맙게도 문을 열어 주셔서 냉큼 들어왔다.
참가하시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니 상당한 수준인 분들이 많아서 괜히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꽃밭의 꽃이 모두 해바라기나 장미만 있으면 무슨 맛이겠는가.
맨드라미도 있고 채송화도 있고 가끔 잡초도 있어야 조화로운 멋이 있다.
채송화 같은 소박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짜증 나고, 짜증 나고, 힘든 일도, 힘든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꿈이 크고 고운 마음이 자라는 따뜻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세요 동요 패러디-
별생각 없이 맞이한 숱한 여름의 하나처럼 떠나보냈을 이 여름을 이렇게나 시원하고 특별한 계절로 기억하게 된 것은 순전히 매거진 덕분이다.
용기 내길 잘했다고 나를 토닥이며 다음 매거진인 가을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기에 그 길은 이미 아름다운 길이다.
학예발표회에 참석한 엄마의 눈에는 내 새끼만 보이듯이 표지에서 내 이름 '정유스티나'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안 비밀이다.
나와 같이 여름을 걸어 주신 14명의 작가님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 작가들과 함께 가을을 지나 겨울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현재 진행형이기에 매서운 추위도 따스한 햇살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가 낳았고 낳을 아이들을 병풍처럼 거느리는 호사를 누릴 것이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책의 판매 수익금은 전액 '민들레 장애인 야학'에 기부될 예정이다.
민들레 장애인 야학은 전체 장애인 인구 50% 이상이 중졸이하의 학력으로 살아가는 교육차별의 현실을 바꾸고자 설립된 교육 공동체로, 문해교육 검정고시교육 문화예술교육 등 자립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제공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한 여름이 누군가에게 뜨거운 '기회'와 '열정'이 되길 바란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잉태한 녀석을 된서리 내리는 겨울에 만났다.
올 한 해 브런치 작가가 되고 많은 글을 쓰며 멋진 작가님과 훌륭하신 독자님을 많이 만났다.
게다가 이렇게 책까지 발행하고 보니 모든 것이 좋은 한 해가 되었다.
연말연시에 산타가 되어 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강매를 촉구하며 두 손 모으고 무릎을 접는다.
15명의 작가들이 마음으로 낳은 우리 아이 많이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마른 틈 외 14명 - BOOKK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