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온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그걸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어릴 적부터 평온은 내게 허락되지 않은 풍경이었다.
늘 긴장했고, 눈치를 봤고, 마음의 중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조이고 살았다.
누군가는 “이제 좀 쉬어도 돼”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이 가장 낯설다.
쉼이란 뭔가를 다 해낸 사람에게 주는 보상 같고,
나는 늘 다 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모처럼 조용한 날,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볼 때면
어딘가에서 불쑥, 죄책감이나 불안이 고개를 든다.
이래도 되는 걸까?
지금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평온을 누리지 못해왔기에,
어느 순간부터 평온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감정이 되었다.
아니, 어쩌면 부러움과 분노가 섞인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긋지긋한 평온’이라는 말은 그래서 내 심장을 탁 치고 지나갔다.
그건 내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삶에 대한 질투이자,
그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 내 안의 슬픔이었다.
나는 안다.
누구보다 평온을 갈망한다는 걸.
하지만 그게 오면 자꾸 뒷걸음질치고 싶어진다.
몸이 기억하는 건 긴장 속에서만 살아남았던 나니까.
어쩌면 나는 이제
그 지긋지긋했던 평온을
조금은 다시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평온을 참는 법이 아니라,
평온을 누리는 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