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끝이 안 보인다
중동이 불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에픽 퓨리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란 핵 시설과 군사 기지를 때렸다. 샤루드와 파르친의 미사일 생산 기지가 파괴됐고, 테헤란 인근 정유 시설은 대규모 폭격을 받았다. 하늘에서 기름비가 내린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영화가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란도 가만있지 않았다. 혁명수비대가 '진실한 약속 4' 작전을 개시하며 이스라엘 본토, 중동 내 미군 기지, 사우디와 UAE 에너지 시설에 미사일과 드론을 퍼부었다. 그리고 결정타. 매일 1,500만 배럴의 원유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았다. 세계 경제의 대동맥에 지혈대를 감은 셈이다.
여기서 한 발 물러나 냉정하게 판을 읽어보자.
먼저 확실한 것 하나. 미국은 전면전으로 가지 못한다. 이라크전의 트라우마가 아직 생생한 미국 여론이 중동 땅에 다시 지상군을 보내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바디백이 돌아오는 그림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의 역할은 공습 지원과 해상 봉쇄 참여 정도에서 선이 그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어떨까. 공군력과 정보전 능력에서 이스라엘은 중동 최강이다. 이번에도 이란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며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사이에 이라크와 요르단이 있다. 아무리 이스라엘이 강해도 육군을 이란 본토에 투입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공습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란 쪽을 보자. 단기 전투력에서 이스라엘에 밀리는 건 사실이다. 공군력 격차는 크고, 방공 체계도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에게는 다른 카드가 있다. 국토 면적 165만 제곱킬로미터. 한반도의 일곱 배가 넘는 땅덩어리다. 인구 8,800만 명. 이스라엘의 열 배다. 시설 몇 개 부서졌다고 이란이 무너지진 않는다.
이란 입장에서 최선의 전략은 명확하다. 시간을 끄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하면서 세계 경제에 고통을 전가하고, 국제 여론이 휴전 압박으로 돌아서길 기다리는 것. 단기전에서는 불리하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넓은 땅에 분산된 군사 시설을 전부 파괴하는 건 불가능하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과 미국의 경제적·정치적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란은 이걸 안다. 어떻게든 버틸 것이다.
결국 이 전쟁은 어느 한쪽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기 어렵다. 이스라엘은 이란 본토를 점령할 수 없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아낼 수 없다.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양쪽 모두 지치는 소모전의 양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소모전의 비용은 고스란히 유가와 글로벌 시장에 전가된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유가가 114달러를 돌파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는 한 유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분석 기관들은 봉쇄가 장기화되면 150달러, 극단적으로는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 더 처참하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은 이런 상황에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다. 3월 4일 코스피는 12.06% 폭락하며 9·11 테러 때의 기록을 경신했다. 코스닥 -14%. 서킷브레이커 발동. 삼성전자 -11.7%. 원·달러 환율은 1,506원을 찍으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뚫었다. 외국인은 한 달간 20조 원어치를 팔아치우고 빠져나갔다.
정부가 100조 원 안정기금을 꺼내 들었고, '환율 안정 3법'까지 서둘러 처리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 유가가 안 잡히면 이건 전부 진통제다. 시장은 정책이 아니라 교전 중단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공격적인 투자다.
위에서 분석했듯이 이 전쟁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란은 시간을 끌 것이고, 이스라엘은 공습을 계속할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한동안 막혀 있을 것이다. 유가는 더 오를 수 있고, 시장은 더 빠질 수 있다.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두 가지다.
첫째, 손실 종목 물타기. "이 가격이면 싸지 않아?"라는 논리로 총알을 소진하면, 진짜 바닥이 왔을 때 빈손이 된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고, 지하실 밑에 지하 주차장이 있는 게 전쟁장이다.
둘째, 유가 레버리지·인버스 베팅. 방향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쟁은 차트로 예측할 수 없다. 수개월 이어질 수도 있지만, 내일 아침 뉴스 속보 하나에 전부 뒤집힌다. 트럼프가 이란과 깜짝 합의를 발표하는 순간 유가는 하루 만에 20~30달러 폭락한다. 그 순간 레버리지를 쥐고 있다면 손절 버튼 누를 틈도 없이 끝이다.
지금 해야 할 건 단순하다. 현금을 모아라. 워런 버핏은 현금을 시장이 공포에 질려 우량 자산을 헐값에 내던질 때 사용할 '금융 탄약'이라고 했다. 지금은 그 탄약을 장전하는 시간이다. 유가가 더 오르고, 시장이 더 빠지고, 뉴스가 더 참혹해지는 걸 현금을 쥐고 지켜봐라. 조급해하지 마라. 쉬는 것도 투자다.
불안한 마음에 역사를 한번 돌아보자.
1990년 걸프전. 유가가 한 달 만에 57% 폭등했고 주가는 10% 넘게 빠졌다. 전쟁이 끝나자? 전량 회복. 2020년 코로나.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했다. 이후? 역대급 상승장. 바로 며칠 전, 코스피가 12% 폭락한 다음 날에도 시장은 9.6% 반등하며 한국 시장 특유의 탄력을 보여줬다.
현재 시장의 저울추는 '공포'와 '매도'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펀더멘털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제자리를 찾는다.
전쟁은 반드시 끝난다. 교착 상태가 길어질수록 양쪽의 협상 유인은 커지고, 국제 사회의 중재 압력도 세진다. 끝나는 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끝난다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끝나는 순간, 억눌렸던 시장은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다.
그때 총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지금은 참을 때다. 유가가 더 오르는 걸 보면서, 시장이 더 무너지는 걸 보면서, 현금을 쥐고 이를 악물고 기다려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을수록 기회는 가까워지고 있다. 가장 어두운 밤이 새벽 직전이라는 말은 주식 시장에서도 틀린 적이 없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냉정하게, 단단하게. 그때를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