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쉽고, 폐업은 더 쉽다. 유행 아이템 창업의 진실
최근에는 ‘9,900원 한우집’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한우 꽃등심 100g, 그것도 투쁠 한우를 9,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으면서 가맹점이 급속도로 늘었다. 유행을 따라 비슷한 상호명으로 나온 카피 가게들까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이제는 성장세가 멈추고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마라탕, 탕후루,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버블티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 한때 열풍을 일으켰다가, 어느새 조용히 사라지는 현상을 반복해서 볼 수 있다. 마치 하나의 아이템이 뜨고 지면, 기다렸다는 듯 다음 유행 아이템이 빠르게 등장한다. 왜 이렇게 한국에서는 유행 사업 아이템들이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가, 금세 거품이 빠지듯 사라지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이렇게 유행이 급속히 번졌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이 왜 반복되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한국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경제·사회적 요인까지 함께 짚어보려고 한다.
유행 사업의 급성장과 몰락: 한국과 해외의 공통점
한국에서는 한 가지 아이템이 뜨면 전국적으로 관련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곧 시장이 포화되어 거품이 붕괴되는 일이 반복된다. 대만 카스테라, 마카롱, 흑당 버블티처럼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먹거리들도 모두 같은 길을 걸었다. 이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진입 장벽이 낮고 초기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외식·소매업 구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라탕·탕후루·요아정 같은 최근 유행했던 아이템들은 비슷한 패턴을 보여준다. 마라탕 프랜차이즈 창업은 평균 7,000만~1억5,000만 원 수준, 요아정은 4,565만~1억 원 선, 탕후루는 2,000만~5,000만 원으로 일반적인 외식업 대비 비교적 적은 투자로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탕후루 매장은 1,795개까지 급증했는데, 이 중 1,357개(75%)가 1년 만에 새롭게 생겼다. 하지만 같은 해 716개 신규 개업, 431개 폐업이 일어나 영업 업소의 절반 이상이 1년 내에 사라졌다. 특히 2024년에는 한 달~세 달 만에 폐점하는 사례도 속출했고, 신규 매장의 29% 정도가 문을 닫았다. '유행 타는 창업-폭발적 출점-시장 포화-품질 저하 및 수익성 악화-소비자 반감-급격한 폐업'의 사이클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복된다.
요아정도 2021년 1호점 오픈 후 2024년 6월까지 350~374개 매장이 생겼는데, 단기간에 수백 개로 늘었다가 시장 포화와 본사-점주의 분쟁, 수익 감소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마라탕 역시 2021년 이후 수백 개 매장이 생겨나고 있으나, 경쟁 격화와 비교적 낮은 수익성, 외식업 평균 수준의 원가율(약 40%) 등으로 점점 폐업률이 오르고 있다. 전체 외식업의 연간 폐업률도 19.4%로, 신규 10곳이 생기는 사이 8곳이 문을 닫는 수준에 이른다.
이처럼 진입 장벽이 낮고 소액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이 단기적으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이지만, 곧바로 시장 전체가 포화된다. 점포가 빠르게 늘수록 품질 하락과 원가 절감이 불가피해지고, 소비자들도 금방 등을 돌린다. 결과적으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파로 붐비던 가게 앞이 순식간에 한산해지고, 소문나게 유행하던 브랜드들이 1~2년 이내에 대규모로 폐업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유행→과열 경쟁→포화→거품 붕괴의 패턴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전자담배 "쥴(JUUL)" 이 있다. 젊은 층의 취향을 겨냥한 다양한 맛과 신선한 이미지로 급성장했던 JUUL도, 곧 경쟁 과열과 제품의 윤리적 문제,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단기간에 몰락했다. 일본과 대만에서도 버블티, 타피오카 음료 등 특정 디저트나 음료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유행을 탔다가, 과잉 출점으로 시장이 포화되고 곧 대거 폐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진입 장벽이 낮은 외식업이나 소매업 분야에서 특정 아이템이 단기간에 각광받았다가 거품이 빠지는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해외와 달리, 유행에서 급성장, 그리고 몰락까지 이어지는 사이클이 유난히 빠르게 전개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자주, 그리고 짧은 주기로 반복될까?
특히 한국에서 이런 유행 사업의 급등락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한국의 경제와 자영업 환경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다.
한국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5% 이상으로,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자영업자 비율이 매우 높다. 청년층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장년층은 조기 퇴직 후 생계 수단을 찾다 보니, 비교적 진입이 쉬운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정한 성공 공식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창업은 유망해 보이는 아이템만 있으면 너도나도 달려드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동일한 아이템에 우후죽순 뛰어들다 보니, 금세 과포화 경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인기 있는 상품은 금방 복제되어, 똑같은 마라탕집, 똑같은 탕후루 가게가 한 블록에 여러 개 생긴다. 가맹본부(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단기간에 가맹점을 늘려 눈앞의 수익을 추구하기 쉽고, 상권 분석이나 장기적인 브랜드 관리보다는 단기 붐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창업 후 생존율이 매우 낮아진다. the korean times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의 75% 가량은 5년 이내에 문을 닫고, 평균 생존 기간도 3년 남짓에 불과하다.
둘째,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취약하다.
한국 자영업은 특정 업종, 특히 소매업과 외식업에 편중되어 있다. 요식업의 경우 장사가 아무리 잘돼도 임대료와 식자재 원가 부담이 크고, 인건비(최저임금 상승 등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 전체적인 내수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작은 가게들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진다. 유행을 타고 창업 붐이 일어날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 있다. "본사만 돈 버는 구조"다. 즉,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을 모집해 프랜차이즈 수익을 올리지만, 정작 가맹점주들은 초기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한 채 문을 닫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취약한 환경에서는 잠깐 반짝 인기에 기대어 창업했다가, 곧 좌초하기 쉽다.
셋째, 소비자와 창업자 모두 유행 민감성이 높다.
한국은 사회·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의 바이럴 마케팅은 신생 브랜드나 아이템을 금방 유명하게 만들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번쯤은 다 해보는" 소비 현상이 펼쳐진다. 소비자들이 유행에 열광하면, 예비 창업자들 역시 검증된 장기 계획보다는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해볼까?" 하는 심리로 유행 아이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실속이나 지속 가능성보다는 유행을 쫓는 문화가 강하다 보니, 모두가 동시에 한 방향으로 몰렸다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넷째, 거품의 끝자락에서는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피해를 입는다.
유행이 절정에 달했다가 하향세로 접어들 때쯤이면, 이미 너무 많은 경쟁자들로 인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적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서로 살아남기 위해 무차별 할인과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잦은 불만과 실망으로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에 달하면, 시장은 갑자기 붕괴한다. 한국은 특히 트렌드 변화가 빠른 나라다. 무언가 한 번 유행하면 금방 소비되고, 또 빨리 식어버리는 '빨리빨리' 문화가 반영된다. 게다가 국민 소득 정체와 내수 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있다 보니, 한 번 거품이 꺼질 때 충격이 더 크다. 결국 유행이 지나고 나면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지만, 그 사이에 폐업이라는 현실을 마주한 자영업자들만 잔뜩 남게 된다.
결국, 한국에서 한 번 트렌드가 떠오르면 모두가 한 방향으로 몰렸다가, 분위기가 식으면 동시에 빠져나가는 집단 심리가 특히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높은 자영업자 비중과 과도한 경쟁, 빠르고 쉬운 창업 환경, 유행에 민감한 소비 문화가 맞물려 만들어진 특유의 반복 구조다.
최근 업계와 창업 트렌드를 보면 앞으로 몇 년간 유행 가능성이 큰 외식 아이템으로 푸드테크 기반 패스트푸드, 글로벌 디저트(젤라또, 크루아상와플, 슈톨렌, 도넛), 이색 샌드위치·브런치, 샐러드·단백질 간편식, 비건 및 친환경 푸드 등이 꼽히고 있다.
배민트렌드·공정위 정보공개서, 외식창업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특히 최근 MZ·알파세대를 겨냥한 ‘SNS 바이럴에 강한 비주얼 위주 디저트’, ‘간편 포장 및 배달에 특화된 푸드’, ‘맛+이색 경험’을 내세운 해외 레시피 카페와 글로벌 간편식이 빠른 속도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아이템들도, 지난 2~3년간 마라탕·탕후루와 같이, 한 번 바이럴 열풍이 일면 같은 업종의 프랜차이즈와 개인 창업이 폭증하는 장면이 또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장 구조와 창업 환경, 소비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신종 유행 아이템 역시
1. 짧은 기간에 쏠림과 시장 포화
2. 품질과 수익성 저하
3. 대량 폐업과 투자자(점주)의 손실
의 악순환을 또 한 번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미 외식·디저트 창업 시장은 임대료, 원가, 인건비 부담 등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한 번에 모두가 뛰어드는’ 쏠림 문화 때문에 지속적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해 왔다. 앞으로 유행할 새로운 먹거리 역시, 근본적인 시장 구조 개선과 신중한 진입, 창업자들의 장기 전략 없이 “또 한 번의 한탕성 열풍”에 그칠 경우, 같은 폐업의 고통을 반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스타데일리뉴스 "외식으로 삼겹살 대신 투뿔 한우…'한우집투뿔사위' 부평 직영점 오픈", 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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