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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 돌리기전 그의 말이 걸린다…

조력자살 지켜본 작가의 소회

by 신아연

그날의 기억은 두려움과 무력감, 죄의식이 버무려진 모호한 감정과 함께 소환된다. 눈앞에서 한 남자가 홀연히 목숨을 버렸고, 죽음의 침상을 둘러선 우리 일행은 허탈함에 망연자실했다. 스스로 주입한 약물이 곧바로 돌아 남자의 고개가 툭 떨어지자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돌려보려던 동행들의 노력도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저렇게 가려고 이 먼 길을… 우리는 고인의 발치에 서서 한국식으로 큰절을 올린 후 고인만 남겨둔 채 방을 나왔다. 시신을 화장할 때 함께 태우기로 한 그의 검정 점퍼와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비로소 눈물이 났다.

2021년 8월 26일 한국시간 오후 7시쯤, 폐암을 앓던 64세 한국 남성이 스위스 바젤의 비영리 안락사단체 ‘페가소스’에서 조력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페가소스는 2018년, 호주 최고령 과학자인 104세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곳이다.

수년 항암치료, 마약성 진통제도 안 들어

고인은 평소 자신의 인생을 ‘아무리 재미있어도 다시 읽고 싶지는 않은 책’이라고 비유했다. 60세가 지났으니 더 산댔자 지난 시간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유대로 스스로 ‘생의 책장’을 덮었고, 편도 티켓을 쥔 그의 짧은 스위스 여정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아래 링크로 글이 이어집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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