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노력의 가치, 외면당한 유저들
3월 7일(토) 던전앤파이터 천해천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다.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은 오랜만의 소통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디레지에부터 이어진 악평과 계속 유저들이 토로한 불만과 문제들이 그나마 해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라이브가 끝나고, 유저들의 희망은 절망과 분노로 변했다. 화려한 타이틀을 내세우며 나타난 것은 유저들의 고통에 무지한 운영진과, 지켜지지 않은 약속뿐이었다. 단순한 콘텐츠의 호불호를 넘어, 유저들이 쌓아온 시간과 신뢰가 완전히 붕괴되었다는 데 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새로운 그로기 시스템이다. 네임드, 보스 몬스터의 파훼 상태에 따라 제압된 시간과 딜링을 늘릴 수 있는 스킬 카운터의 도입이다. 이미 캐릭터와 장비 세팅, 플래티넘 크리쳐 유무에 따라 딜 격차가 30% 이상 벌어진 기형적인 구조에서, 특정 무기와 쿨타임에 따라 캐릭터마다 격차를 더욱 벌릴 수도 있는 달라질 홀드 시스템을 출시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는 정교한 수치 조정을 포기하고 시스템적을 통해 캐릭터 간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밸런스 방치 선언과 다름없었다.
이번 시즌, 유저들은 지속적으로 게임의 피로도에 대해 호소했다. 단순히 게임 내에서 소모되는 피로도, 행동할 수 있는 포인트의 문제가 아니다. 숨 가쁘게 이어진 상급 던전과 레기온, 3 연속 레이드 진행 과정에서 따라가야 할 급격한 성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증발하는 막대한 재화를 준비하기 위한 플레이 타임이 본질이다. 그러나 운영진은 상급 던전의 클리어 권과 레기온 피로도 삭제라는 핀트가 어긋난 처방을 내놓았다. 강제로 달리는 사람에게 숨이 가쁘다고 하니 산소통은 줄 테니 계속 뛰라고 말하는 격이다.
새롭게 발표된 안개 서약 시스템은 유저들에게 깊은 허탈감과 혼란을 안겼다. 유저들은 자신의 주력 스킬에 맞는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해, 그리고 기형적으로 무너진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불과 지난주까지도 시간과 재화를 쏟아부으며 융합석 파밍과 장비 재제작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그 고통스러운 최적화 과정은 단숨에 무너졌다. 안개 서약이 도입되며 기존의 융합석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 기존의 안개 융화가 가지던 레벨 30과 다르게, 안개 서약의 레벨 100 설정은 향후 4월에서 8월 사이 출시될 신규 콘텐츠의 필수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는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단 한 번의 패치로 유저의 노력을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들며 혼란을 남기는 족쇄가 생겼다.
라이브가 끝나고 모든 화살은 디렉터에게 향했다. 중천을 시작하며 태초 장비가 없어도 불만이 생길 정도가 아닐 것이란 말부터 노력의 가치까지, 유저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선언했던 약속들이 단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특히 부족했던 소통으로 인해 유저들은 모든 기대와 신뢰를 없앴다. 그렇게 신뢰를 잃은 리더의 발언은 유저들에게 울림을 주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라이브를 지켜보겠다던 유저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며, 이번 라이브 방송은 그 인내의 끈을 끊어버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의 인내의 끊을 완전히 잘라 버린 것은 디레지에 연출의 역차별이었다. 한국 서버에서 보여준 미흡한 연출과 달리, 중국 던파의 영웅 모드에서 선보인 압도적인 연출 개선안, 한국 유저들이 그동안 계속 말했던 것이 그대로 반영된 것에 한국 서버는 유료 테스터에 불과한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유저들의 폭발적인 불신과 분노를 인지한 것인지, 던전앤파이터는 오는 3월 10일(화) 오후 8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예고했다. 다만, 지난 라이브와 달리 유저들은 신뢰대신 분노하며 이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 방송에서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노력의 가치를 보존할 실질적인 대책을 보일 것인가.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보상이 아니다. 무너진 신뢰를 재건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행동과 비전이다. 화요일 밤의 시간은 다시 신뢰를 쌓을 것인지, 무너져 내릴 것인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