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는 이제 공과대학 졸업생들의 미래

by 윤세윤


공대생 여러분, '문송합니다'는 이제 당신들의 미래입니다


앨빈 토플러의 명저 '제3의 물결'은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예언하며 세상을 뒤흔들었습니다. 그의 예측대로 컴퓨터가 보편화되고 모든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사무직과 행정직에 집중되었던 문과 졸업생들의 일자리는 설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씁쓸한 유행어는 시대의 아픔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물결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자동화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ROS(로봇 운영체제) 같은 기술이 무섭게 발전하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파도는, 과거 문과생들이 겪었던 고통을 이제 공과대학 졸업생들에게 정확히 되돌려주려 하고 있습니다. 전공과 관계없이,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첫 번째 희생양: 몰락하는 컴퓨터공학 개발자 신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모셔가기 위해 혈안이었습니다. '네카라쿠배'는 선망의 상징이었고 컴퓨터공학과는 입시 최고의 인기 학과였죠. 하지만 GPT 기술의 등장은 이 모든 것을 단숨에 뒤집어 버렸습니다.


이제 간단한 지시만으로 GPT는 인간이 몇 시간 동안 짜야 할 복잡한 코드를 순식간에 완성합니다. 대학 4년간 배운 지식으로는 GPT의 코딩 실력을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결과는 처참합니다. 기술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부터 신규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이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넘쳐나는 컴퓨터공학과 졸업생들은 갈 곳을 잃고 있습니다. 화려했던 개발자 신화는 그렇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영광, 내일의 위기: 반도체 엔지니어의 모순


현재 공과대학의 인기는 단연 전자공학과, 특히 반도체 분야에 쏠려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지급하는 막대한 성과급은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입니다. 하지만 가장 아이러니한 사실은, 컴퓨터공학 다음으로 자동화가 가장 쉬운 분야가 바로 반도체 공장이라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천에, 삼성전자는 평택에 최첨단 신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 공장들은 최근 강화된 안전 규제와 효율성 극대화라는 목표 아래,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완전 자동화'를 지향점으로 설계되었을 것입니다. 이 스마트 팩토리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구형 공장들은 업그레이드를 위해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출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많은 엔지니어와 기술자의 손에 의존하던 공정들은, 사람 한 명 없는 자동화 공정으로 완벽하게 대체될 것입니다. 지금의 영광이 미래의 위기를 잉태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복되는 패턴: '일시적 붐, 그리고 대체'


컴퓨터공학과 반도체 산업의 사례는 공과대학 모든 전공이 맞이할 미래의 패턴을 보여줍니다.


AI와 자동화 로봇에 완벽히 대체되기 직전, 특정 분야의 인력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발하는 '붐'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성숙하는 순간, 해당 분야의 일자리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게 사라집니다.


기계공학, 화학공학, 건축공학... 어느 전공이 더 빠르고 느리냐의 차이일 뿐, 결국 모든 공대생은 정보화 시대의 문과 졸업생들이 느꼈던 깊은 좌절과 위기를 똑같이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취업 깡패'라 불리던 공대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최후의 엔지니어는 누가 될 것인가?


그렇다면 이 거대한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가장 늦게까지 살아남을 엔지니어는 누구일까요? 모순적이게도, 지금 대학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직무들입니다.


끊임없이 현장이 바뀌는 현장직 엔지니어,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가득한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와 직접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컨설턴트. 이처럼 정형화할 수 없고, '블루칼라'의 특성이 짙게 묻어나는 일자리일수록 AI와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깔끔한 사무실과 연구실이 아니라, 흙먼지 날리는 현장에 답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것 역시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육체적·지적 능력을 완벽하게 넘어서는 순간, 최후의 보루마저 대체될 것입니다. 향후 10년 안에 "공송합니다"라는 신조어를 신문기사에서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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