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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엄마 Apr 23. 2022

아이스 뺀 아이스크림은 안 될까요?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갑자기 더워진 봄날,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의 큰 흔들림을 보고 서늘할 것이라 착각해버린, 엄마의 그 오류를 나의 아이가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휴일이었다.


동네 마실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땀이 뻘뻘난 우리는 근처 까페로 향했다.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였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눈길을 주는 나의 사랑스런 아이.

손톱만큼 작은 숟가락으로 반의 반도 못 채우고 아이에게 달콤함과 시원함을 맛보라고 권했다.


역시였다.


귀엽지만 확실히 싫다는 표정. 혀로 밀어내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늘 그랬다. 먹고자하는 아이스크림이 얼음에 가까운 형태와 온도일수록 더 많이 거부했다.


차가운 것을 못 먹는건 아니다. 얼음과 함께 있는 쥬스는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달라고 할 때도 있는데 유독 아이스크림은 받아들여지지 않나보다.


나의 아이는 어느 부분은 감각이 예민하고 어느 부분은 감각이 둔하다. 나의 아이처럼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은 맛이나 식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평범하지 않은 어떤 미식가 아이는 한 종류의 치킨 너겟을 일정한 온도, 일정한 시간, 일정한 조리방법으로 요리하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는다고 들었다.

 

나의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극일 수도 있다. 음료수와 다르게 숟가락에 전달되는 차가움, 뭉텅이로 입안으로 들어와 혀에 닿는 그 짜릿함이 나의 아이에게는 평범한 자극이 아닌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원할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평범한 아이스크림 한 입을 권한다. 안전한 상황에서 아이가 원한다는 것을 표현하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주고 대응해야 아이가 계속  원하는것을 '원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나의 아이한테는 '행동의 지속성'과 '행동의 일관성'이 엄청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평범한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다. 감각이라는 것은 노출 기회가 많아지면 어느 정도 무뎌진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끝까지 무조건 꼭 먹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평범한 자극을 거부하지 않고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필요하다.


예쁜 연인이 소프트 아이스크림 한 개를 나눠먹으며 사랑의 눈빛과 재잘거림을 나누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나의 평범하지 않은 아이도 예쁜 연인들처럼 평범한 달콤함을 누릴 수 있는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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