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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량 비교 : 숫자로 판단해 봅시다

by 테서스

1. 서론


[지구온난화가 심하니 모두 탄소배출량을 줄입시다.]


자주 듣는 말입니다. 환경단체에서는 주구장창 주장하는 내용이고, 굳이 환경운동 안 하는 사람들도 받아들이는 주장입니다. 올 여름처럼 서울에 108년 만의 더위가 찾아왔다면 더더욱 신경 쓰이기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역사 관련 글에서 언급했듯이, '숫자'를 빼는 건 뭔가 꺼림칙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면 역공 당하고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으니 일부러 숫자를 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뭐 그런 기분입니다.


예를 들어,


- 한국 역사에서 고구려가 수나라를 물리친 살수대첩에서는 '수나라의 113만 대군이 고구려로 쳐들어왔고 그 중 30만을 별동대로 선발해 투입했다가 을지문덕 장군에게 역관광 당해 겨우 수천명만 살아서 돌아갔다'고 숫자를 제시하는 반면,


- 20세기 중반에 구체적으로 숫자 조사가 가능한 '광복군'의 경우에는 '일제 항복 직전에 확인 가능한 광복군의 숫자는 400명~700명 정도로 1~2개 대대 병력이었다.'는 건 숫자를 빼 버립니다. 광복군이 한줌단이었다는 걸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거죠.



탄소배출량을 줄이자는 좋은 주장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우리는 지구환경을 지켜야 하니 무조건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대로 하세욧 빼애애액!'으로 나오면 뭔가 의심이 들잖아요. 제가 소시오패스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뭔가 밑장빼기 당하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때마침 '비행기 여행의 탄소배출량'을 숫자로 제시하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사는 링크해야겠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486918?sid=105


이 기사를 보고 나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일단 정리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글 하나 써야겠습니다^^. 회사 업무시간에 업무를 가장해서 딴짓했다는 건 대충 비밀로 해 주시고;;


본론은


(1) 탄소배출량 수치 비교

(2) 1회용 컵 + 빨대 아끼는 게 '친환경'인가?

(3) 채식이 좋은 건 인정하지만 저는 못합니다

(4) 해외여행을 어찌할꼬

(5) 여담


정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2. 본론


(1) 탄소 배출량 수치 비교


우선, 위 기사 및 이것저것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를 요약 정리해 보겠습니다. 각 탄소 배출량은 이산화탄소환원톤 기준이며, 인터넷에 떠도는 수치를 취합한 거라 객관적인 근거까지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문송한 일반인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 정도만 알아 주시면 됩니다.



- 중형 승용차 : km당 131g. 20km를 출퇴근하면 하루에 5kg 정도 발생.


- 버스 등 대중교통 : 승용차의 76% 수준이라고 함. 평균 출퇴근 거리를 고려할 때, 대중교통 타면 1일에 3.8kg 정도의 탄소를 배출할 것이고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에 비해 약 -1.2kg 정도 절감


- 해외여행 : 하와이 기준 1인당 약 1100kg.


- 소고기 : 1kg당 99.5kg. 대략 100kg으로 잡을 수 있음.

(1kg당 250kg이 배출된다는 기사도 있어 편차가 큼)


- 육식주의자들의 1일 탄소배출량 :

1일 고기 섭취량은 통상 200g 정도고 돼지고기 / 닭고기는 각각 소고기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으므로, 회사식당밥 + 집밥 정도로 육식을 하는 일반인이라면 대략 고기 섭취로 1일에 15kg 정도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볼 수 있음.


- 채식 : 채식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0% 이상 절감 가능하다고 함. 즉, 육식주의자보다 1일에 -7.5kg 적게 배출한다고 계산하면 될 듯

두부의 경우 소고기에 비해 1/16 정도의 탄소만 배출한다고 하는데, 곡물의 탄소배출량이 고기의 50~60%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고 채식을 하게 되면 육식에 비해 더 많이 먹어야 하므로 대충 50% 줄이는 걸로 퉁치는 듯.

(쌀의 탄소배출량이 얼마인지 숫자로 나와 있는 자료는 확인 못했음. 식량생산시 탄소배출량 1위가 '소고기'고 2위가 '쌀'인데, 쌀 섭취량 당 탄소배출량을 집계한 자료는 한글검색으로 찾을 수 없음.)


- 플라스틱 컵 : 카페 컵 기준 1개 당 66g. 의외로 낮음


- 골프 : 소고기 계산하는 방식을 준용해 '숲을 베어 내고 골프장을 조성했다면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배출량으로 계산'하는 것으로 한다면, 골프장은 상당히 높을 것. 대략 1회 투어 당 50kg 이상일 듯.


- 서초구 환경보호 자영업자 모임 : 가입자가 대략 500명 가량 됨. 이용고객까지 다 합치면 5천명 이상일 듯. 이 인원이 활동하면서 탄소배출량 2만8천kg 절감했다고 하는데(자막표시는 안 하고 소리로만 웅얼거려서 정확한 단위를 확인할 수 없음. 기간도 확인 불가.)... 다들 해외여행 안 가시죠?



대략 이렇게 조사했습니다. 일부는 방송에서 본 내용을 옮겼고, 대부분의 자료는 블로그 등에 언급된 걸 숫자만 따 온 거라 근거까지 제시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 1회용 컵 + 빨대 아끼는 게 '친환경'인가?


위 수치에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플라스틱 컵은 1개 당 탄소배출량 66g입니다. kg이 아니고 g 단위예요. 플라스틱 컵 100개 사용해도 6.6kg라서 채식주의자들의 절감 폭에 못 미치고, 승용차로 출퇴근하시는 분들의 1일 배출량보다 조금 더 나가는 수준입니다.


빨대는 따로 집계가 안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컵(Cup)보다는 배출량이 낮겠죠? 거의 10g 수준일 겁니다. 어쩌면 컵의 배출량과 합쳐서 집계했을 수도 있구요.


물론,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그냥 버리면'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건 맞습니다. 잘 분리해서 버리도록 해야죠. 재활용이 어려우면 소각할 수 있게 조치해야 하구요.


하지만, '탄소배출량'을 따져서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쓰지 말라고 하는 건 객관적인 타당성이 없습니다. 수치 자체가 너무 낮아요. 차를 안 타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 골프 적게 치고 / 결정적으로 '해외여행'을 안 하면 다 커버되는 수준입니다.


(위에 인용한 기사에는 [4인 가족이 하와이 여행 다녀오면 6만 6800개의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버리는 정도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라고 명확히 기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운동 할 때 나왔던 게 '빨대에 코 꿰뚫린 거북이 사진'이었죠. 당연히 그 거북이 개인적으로는 인간들을 다 찢어 죽이고 싶겠지만 그런 불행을 당하는 거북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오히려 '폐그물'이 훨씬 더 위험하고 많은 해양생물을 죽입니다.


결국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운동은 '갬성팔이'였어요. 국가 단위로 갬성팔이에 휘둘렸던 겁니다만... 그 와중에도 '제트비행기 타지 맙시다'라는 얘기는 안 나왔죠. 해외여행의 탄소배출량이 폭증하는 이유가 제트비행기 때문인데 그건 이 악물고 외면했었어요.


뭐, 이제 종이빨대 유행도 지나가고 다시 플라스틱 빨대로 복귀하는 분위기니 이 정도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3) 채식이 좋은 건 인정하지만 저는 못합니다


이번에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출퇴근시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채식주의자들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대중교통의 탄소배출 절감량이 생각보다 적기도 하고, 인간이 하루 2~3끼 먹는 게 은근 탄소배출량이 많기도 하며, 육식의 탄소배출량이 꽤 높기도 하네요.


채식이 지구를 보호하는 건 맞습니다. 저는 골프를 안 치고 낚시도 안 하니 조금 더 탄소절감에 기여하고 있긴 합니다만, 일단 육식주의자인 이상 대중교통 프리미엄만으로는 육식주의를 다 상쇄할 수 없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그렇긴 한데...


저는 채식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일단 하루종일 영 불쾌하고, 결정적으로 '머리 회전이 둔해지는 느낌'이에요. 사무직이라서 하루종일 서류 보고 분석하고 의견 내야 되는데 머리 회전이 둔해지면 뭐... 환경보호하다가 회사 짤릴 수는 없잖아요.


채식주의자 분들을 조금 더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못하지만 채식주의 실행하시는 분들은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4) 해외여행을 어찌할꼬


인용한 기사에도 나오지만, 해외여행의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결국 '제트비행기' 때문이죠.


뭐, 저도 제트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다녀왔습니다. 국내여행 갈 때에도 제주도 가려면 제트비행기 타야 합니다. 수도권 인근이면 와이프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묻어)타면 되지만 좀 먼 곳으로 가려면 비행기가 좋습니다.


제트비행기는 투입 연료 대비 효율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제트엔진 자체가 효율을 고려한 게 아니라 '최대 출력'만 보고 운용하는 물건이거든요.


제트엔진은 '연료를 태워서 분사하는 방식'으로 추력을 냅니다. 물질이 연소할 때 나오는 열에너지가 잔여물 및 주위 공기를 팽창시키는데, 이 팽창력을 후방으로 집중함으로써 추력이 발생하는 구조죠. 화력 좋은 연료를 지속적으로 때려부으면 되니 최대 출력은 탁월하지만, 근본적으로 효율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트엔진을 포기한다면... 비행기 속도가 확 느려지겠죠. 지금도 일반석에 10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혈관이 막히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는데 속도가 느려져서 20시간 동안 쪼그리고 있어야 한다면 뭐... 비행기 타다가 요단강 건너는 경우가 상당히 늘어날 겁니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항공유를 개발한다는 얘기도 있고(원리는... 문송합니다;;), 기존 프로펠러 비행기의 성능을 개선해서 프로펠러만으로도 음속의 0.8(약 960km)까지 가속할 수 있게 만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이 또한 문송합니다;;). 잘 되면 좋겠죠.


다만, 현재 우리 일반인 수준에서는 제트비행기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적게 타는 수 밖에 없어요. 그러면 또 항공업계와 여행업계가 불황에 빠지고 실직자가 늘어나고 경기침체가 오겠지만 결론은 적게 타는 것 뿐입니다.


환경단체들이 해외여행에 대해 별 말 안하는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들도 해외여행을 가서 그런 건지, 국가적인 경기침체를 우려해서 그러는 건지, 그냥 빨대가 만만해서(?) 그러는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환경단체 모임 참석한다고 제트비행기 타고 날아가는 건 더더욱 이유를 모르겠구요.


각자 알아서 잘 하시겠죠.



(5) 여담


위 (1)에서 탄소배출량 수치를 비교하면서 '서초구 환경보호 자영업자 모임' 얘기를 했는데요. 500명 정도의 회원과 수천명의 고객들이 (1년간인지 / 활동기간 전체를 통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2만8천kg의 이산화탄소 톤 환원 기준 탄소배출량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다들 해외여행 안 가시죠?'라는 꼬리표를 달았구요.


서초구. 서초구... 해외여행 안 가시는 분들일까요? 28명만 하와이 여행을 가도 3만kg 이상의 탄소배출을 한다는 게 기사화되고 있는데 이 분들의 환경보호 노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 방송 끝자락에 자막도 없이 잠깐 웅얼거리는 걸 들었을 뿐이에요. 원본 영상이 어느 방송사 무슨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고 굳이 찾아볼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합리적인 환경보호 활동'을 기대할 뿐입니다. 탄소배출량 66g짜리 1회용 컵, 그보다 더 경미할 것 같은 플라스틱 빨대 같은 거에 집착하지 말고 진또배기 '제대로 된 절감'을 시도하고 또 그에 집중하는 환경보호 활동이 되길 기대할 뿐입니다.


이 또한 각자 알아서 잘 하시겠죠. 저희 같은 일반인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알아서 잘 하면 되는 것이고.


결말이 쪼큼 허무합니다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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