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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Apr 29. 2024

범고래 틸리쿰, 웅담, 그리고... 인간 사육

(* 참고로 이 글은 며칠 전에 '거제씨월드에서 갇힌 생명이 또 태어났다'라는 기사를 보고 쓴 글입니다. 해당 기사 내용이 본문 중에 잠시 언급됩니다.


** 추가 참고사항으로 이 글 올린 지 며칠 안 되어 '웅담채취금지로 인해 사육곰 처분 문제 발생'이라는 취지의 기사가 났습니다. 24년 1월부터 웅담채취용으로 곰을 키우는 건 금지되었고 26년에 전면 시행이라고 하는데... 사육곰을 처분(다른 보호시설로 이송)하기 위한 비용 문제는 해결이 안 됐다고 하네요.)


우선 한 가지 명확하게 하고 가겠습니다.


저는 환경보호 운동가가 아닙니다. 동물애호가도 아닙니다. 채식주의자도 아닙니다. 불우이웃돕기 같은 것도 전혀 안 합니다.


다른 글에서 썼듯이 저는 소시오패스(Sociopath)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 외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아요. 제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자가 있다면 인권 따윈 0.001도 고려하지 않고 서슴없이 죽일 수 있지만 어지간해서는 저도 처벌되고 그럼 제 가족이 생활비 부족으로 더 고통받을 테니, 평상시에는 폭력성을 잠재우고 정상인으로 사는 것 뿐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 또한 다른 글에서 썼듯이, 인간은 모순된 존재입니다. 내로남불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한평생 수많은 모순을 겪고 스스로 만들어 내며 살아갑니다. 다 꿰뚫는 창과 다 막아내는 방패의 끝없는 대결을 매 순간마다 살아가는 것, 모순 그 잡채.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그렇게 모순된 존재의 한 명으로서. 오늘의 저는 잠시 소시오패스 본능을 내려놓고 동물애호가인 척 해 보려 합니다. 몇 년 전 기억을 더듬어 다시 정리해 보고, 제 스타일대로 암울한 디스토피아 SF 설정을 덧붙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틸리쿰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대략 7년 정도 되었겠네요. 저는 제주도 남쪽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퍼시픽랜드'에 가게 되었습니다. 놀러 간 건 아니고 회사 일로 갔었는데, 거기서 '돌고래 쇼'를 하더군요.


(방문했을 당시에는 돌고래 쇼를 못 봤고, 그냥 사육되고 있는 돌고래 몇 마리가 있나 보다 하는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딱히 관심이 없었어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서 갇혀 있는 동물들 볼 때에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고, 제주도에서 쇼 하는 돌고래가 남방큰돌고래인지 그냥 큰돌고래인지 혹은 혼종인지 등에 대해 전혀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퍼시픽랜드를 비롯한 '돌고래 쇼 사업자'가 공동으로 법률대응하는 사안이 있어서 그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와 해양수산부가 지속적으로 돌고래 쇼를 축소시키고 금지하려 하니 여기에 공동으로 맞서 싸우자 뭐 그런 취지였는데, 뭐 원래 관심이 없었으니 여기서도 그냥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기사를 찾아보게 되었죠. 돌고래 쇼, 범고래 쇼 관련 기사를 여기저기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동물보호단체가 무슨 논거를 갖고 떠드나 싶어서 찾아보는 정도였습니다. 즉, 사업자 입장에서 상대방의 논리를 알아봐야겠다는 정도였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습니다. (절대 백전백승 아닙니다. 위태롭지 않을 뿐이에요.) 법률논쟁이 시작될 것 같으면 상대방 주장의 논리구조와 근거를 미리 파악해 둬야죠.


그리고... 그 때 범고래 틸리쿰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감상적인 얘기는 빼고 간략히 요약하겠습니다. 범고래 틸리쿰은 인간 3명을 살해했습니다. 킬러웨일(Killer Whale)이라는 영어 이름에 걸맞게 아주 그냥 사람을 찢어발겨 줬죠. 인간 관점에서는 살처분 하는 게 당연할 것 같은 행동을 했습니다.


다만... 그럴 만 했습니다. 제가 틸리쿰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 이상으로 혹독하게 복수했을 겁니다. 제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많이 죽였을 겁니다.


틸리쿰은 야생에서 태어난 수컷 범고래였고, 만3세가 되기 전에 포획당해 좁은 수족관에 갇혔습니다. 야생의 힘이 살아 있어 씨종자 번식 일을 많이 했지만 가끔 간단한 범고래 쇼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북극해~대서양을 헤엄치다 어느 날 사람에게 붙잡힌 뒤 코딱지만한 수족관에 갇혀 30여 년. 인간이 아무 죄 없이 감옥에 갇힌 것과 비슷할 겁니다. 죽일 만 하죠. 저 같으면 간수들 다 죽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틸리쿰이라는 이름은 '친구'라는 뜻이랍니다. 죄 없이 감옥에 가두고 이름은 친구. "어이 친구 오늘도 열심히 씨종자 일 하라구 우리가 공짜로 생선 던져 주니까 좋지? 좋아? 니 팔자가 상팔자네." 라는 컨셉입니다.



틸리쿰은 사람 3명을 죽였고, 자연 상태의 수명보다 절반 정도 짧은 시점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틸리쿰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세계 돌고래/범고래 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2024년.


그 동안 한국에서도 돌고래 쇼가 비인간적이라는 인식이 확대되었습니다. 법령도 바뀌었죠. 과거에는 '이미 포획되어 길들여진 생물은 어쩔 수 없고 그 길들여진 생물이 낳은 새끼들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지금 있는 생물도 최소한으로만 쇼에 투입하고 새로 낳은 새끼는 소유하지 말아라'라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새로 낳은 새끼'는 여전히 문제입니다. 이 새끼에 대한 소유금지는 현행 동물원수족관법 시행령 해석에 따른 것인데, 이 시행령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거든요. 즉, 관련 법령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뿐만 아니라 법령 자체도 매우 부실합니다.


수족관에 갇혀 쇼만 하던 돌고래 암컷 수컷이 새끼를 낳았을 때 이 새끼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족관 소유가 아니라면 누가 소유하는가? 해양수산부가 인수하여 이를 방생해 줄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절차와 예산은 누가 책임지는가?


또한,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 새끼를 자연에 방생했을 때 이 어린 돌고래가 야생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 고등동물일수록 학습이 중요한데 성체 돌고래의 도움 없이 새끼 돌고래 혼자 잘 살 수 있는가? 괜히 자유를 준답시고 풀어 놨다가 끔살당하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되면 어떻게 할 건가?


여기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예산도 없겠죠.


동물보호단체가 여기까지 고민하고 주장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갬성 넘치는 기사만 있을 뿐.



(2) 웅담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앞서 얘기한 대로 범고래 틸리쿰에 대해 조사하고 있을 때. 비슷한 문제로 '웅담'이 나왔습니다. 이 쪽이 좀 더 어이없더군요.


웅담. 곰의 쓸개입니다. 쓸개 자체를 잘라낸 덩어리를 지칭하기도 하고, 현대에 와서는 '쓸개즙'을 뜻하기도 합니다. 곰 배에 구멍 내고 빨대 꽂아서 쓸개즙을 추출하는 기술(?)이 개발되었거든요.


중의학-한의학에서는 웅담을 매우 희귀하고 고급진 약재로 칩니다. 약효는 잘 모르겠지만 희귀한 건 사실이었을 거예요. 예나 지금이나 곰은 사람을 찢거든요. 곰 내장은 구하기 어렵고 까딱 잘못하면 사냥꾼이 사냥당합니다.


다만, 인간의 무장 수준이 높아지면 곰이나 멧돼지도 별 문제가 안 됩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인간은 곰을 잘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웅담 구하는 게 쉬워졌겠죠.


그래서, 1970~80년대의 대한민국에서는 웅담 채취하는 걸 '농촌진흥사업'으로 선정합니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웅담채취업을 장려하고 확대시킨 겁니다. 오 놀라워라 처음 보는 헬조선.


(당시 시행되었던 법령까지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70~80년대 법령은 전산화되어 있지 않아서 알아보려면 국회도서관 정도까지 가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더군요.)


아무튼 국가 차원에서 웅담 착취업(!)을 활성화시킴에 따라, 대한민국 농부 중에서 곰 사육업을 하는 농부가 꽤 많아집니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반달곰을 사 와서 배에 구멍 뚫고 빨대 꽂아서 쓸개즙 채취하는 사업, 그 쓸개즙을 한약방에 팔아서 쏠쏠하게 돈 버는 사업. 그 사업이 번창합니다.



계속 번창했을...까요?


그렇게 안 됐습니다. 90년대로 들어오면서 한약의 수요가 줄어들었고, 또 웅담 착취 현황에 대해 언론 보도가 되면서 사회적인 여론도 악화되었습니다. 웅담채취업은 급격히 축소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아몰랑'을 시전했다! 농부들은 대혼란에 빠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국가가 주도하고 국가가 권장한 사업이었는데 사회적으로 / 국제적으로 문제되니 아몰랑 시전. 90년대의 대한민국은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도 '우리는 개발도상국이고 중진국보다 좀 떨어져.'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대부분 그러려니 했구요.


국가가 아몰랑 무대책으로 일관하니 각 웅담채취업 농가에서 알아서 대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당수 농부들은 '그냥 하던 대로 한다'는 걸로 대응했죠.


하던 대로 한다. 이게 배때지 구멍 뚫리고 쓸개즙 질질 흘리는 곰 1대로 끝나면 좋았겠습니다만... 저 앞에서 얘기한 범고래/돌고래 문제처럼 일단 길들여진 동물은 인간의 소유물이고 인간은 자기 소유가 된 가축동물을 1대에서 끝내 주지 않습니다. '번식'이 일어나 버렸죠.


수족관 돌고래의 번식금지 문제가 2024년에도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는데, 90년대에 국가 차원의 아몰랑을 시전한 웅담착취곰 문제가 해결되었을 리 없습니다. 웅담착취곰은 알음알음으로 계속 사육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작년이었죠. 사고가 터집니다.


'웅담착취곰이 우리를 부수고 나와 주인을 찢어 죽였다.'라는 사고였습니다.


같은 한국인이니 과도한 표현은 자제하겠습니다. 다만, 곰 입장에서는 그럴 만 했습니다. 범고래 틸리쿰이 그랬듯이 이 곰 또한 그럴 만 했습니다.



현실 얘기를 하다 보면 우울해집니다. 이제 상상의 영역으로 넘어가 보죠.



(3) 상상의 영역 : 인간 사육 (19금)


어느 날 지구에 외계인들이 쳐들어 옵니다. 그리고 인간 수십만 명을 우주선에 강제로 태우고 다시 출발해 버립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우주선에 탄 사람들 중 여성들은 모두 10대 후반 ~ 20대 중반까지고 다들 예쁩니다. 얼굴은 V라인 몸매는 S라인 아주 그냥 이하생략.


그리고 남자가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전체 30만 명 중 남자는 1만명 가량. 남자는 별로 외모를 안 보고 뽑은 것 같지만 대부분 '똑똑하다'는 공통점은 있습니다.


틸리쿰 얘기를 했으니 대충 짐작하실 겁니다. 남자들은 씨종자 용도로 뽑힌 겁니다. 우주로 날아가는 하렘선. 어익후 좋으...려나?



인간은 어디서든 꿈을 꾸고, 또 어디서든 자유를 갈망합니다. 끝없이 몰아치는 씨종자 업무 속에서도 '왜?'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왜? 왜 이러는 걸까?


외계인들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인의 몸에 잠재한 '차원을 초월하는 정신 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게 지속적인 실험을 합니다.


그리고 그 실험의 결과, 이 우주선에서 태어난 2세대 인간들은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차원에서 에너지를 끌어와 이 차원의 물리법칙을 바꾸는 기적을 선보인 것입니다.


외계인들의 의도를 알아차린 하렘선의 실험체들은 분노했고, 단결했습니다. 핍박받고 착취당한 모든 생명체들의 의지를 모아 '해방을 향한 진군'을 시작합니다.


그들은 하렘선을 장악하고 그 배를 몰던 외계인들을 모두 다 죽여 버립니다. 우주선의 조종기술을 알아내지는 못해서 그냥 원래 목적지대로 향하지만, 도착하기만 하면 외계인 본거지까지 싹 쓸어 버릴 기세입니다. 2세대를 통해 마법의 힘까지 개방했으니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한 곳은 '지구'였습니다.



우리 지구는 오리지널(Original)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은하계에서 넘어온 존재가 태양계 5행성을 파괴시키고 그 조각을 잘라 3행성에 덧붙이면서 딱 맞는 크기로 만들어 낸 카피(Copy)버전 지구였습니다.


(이 태양계 5행성이 파괴된 흔적이 지구~화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Asteroid Belt)이고, 다른 행성 조각을 지구에 덧붙였다는 것은 원시 지구 때 있었던 '테이아 충돌 사건'입니다. 과학적 설명은 대충 문송하니까 넘어가겠습니다.)


오리지널 지구에 살고 있는 오리지널 인간들은 과거 마법과학을 발전시켜 크게 번창했으나, 자기가축화를 한 모든 종족이 그러하듯 전투능력이 조금씩 약화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야성(폭력성)을 되살릴 방법을 찾으려 했고, 결국 다른 은하계에 카피 지구를 만들어 폭력성이 강화된 카피 인간을 번식시킨 것입니다.


(겨우 이 정도 목적으로 45억 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나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우주적 차원에서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은하계 사이를 항해할 수 있고 행성을 잘라 붙일 정도의 마법과학력이 있다면 45억 년의 시간을 왜곡하고 외부적으로 단축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확을 거둘 때가 왔습니다. 오리지널 인간들은 이 지구의 카피 인간들을 '거두어 들였고', 우주를 가로질러 오는 동안 다시 한 번 폭력성을 발현하고 마법능력까지 끌어내도록 만들었습니다.


카피 인간들이 하렘선을 탈취하고 그걸 조종하던 외계인들을 죽인 건 페이크(Fake)였을 뿐. 이제 이들은 뇌가 파괴된 채 오리지널 인간들의 새로운 그릇이 될 운명입니다. 마법전투능력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오리지널 인간들 각각은 신의 힘을 갖고 있어 도저히 물리칠 수가 없습니다.


카피 지구에서 온 카피 인간들 전원 사망. 그리고, 반란을 주도했던 카피 인간이 마지막 꿈을 꿉니다.


북대서양을 헤엄치는 범고래 '틸리쿰'의 꿈을. 마지막 눈물에 녹아내릴 꿈을.



* 저는 원래 이런 배드엔딩을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이건 배드엔딩으로 끝낼 것 같네요.


중간에 나온 '행성 잘라붙이기'와 '하렘선' 이야기는제 최초 작품 [가이안 : 진화1]에 반영된 설정입니다. 제 작품을 자체 인용하는 거니 표절 내지 저작권침해 등과 무관하다는 점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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