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거지 뭐
딸아, 이제 한국에 돌아갈 날이 딱 2주 남았어.
너는 어제도 날짜를 세며 좋아했지?
일 년 하고도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네가 그렇게 바라고 그리던
네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시간이구나.
넌 여기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생각했을까.
엄마는 네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건 아마도 인생이 참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 본단다.
한국과 너무나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지내보려고 고군분투했던
너의 일 년 여의 시간을 많이 많이 응원했어.
엄마는 그 응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지금에야 미안하고 속상하네.
가끔은 엄마에게 속내를 보여주고 눈물도 흘렸지만,
너는 그 안에서 소소한 너의 즐거움을 찾으며 잘 이겨냈구나.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잠깐 놀다가 오겠다는 전화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잠시 시내에 가서 구경도 하고 소품도 사서 돌아오는 네가 얼마나 대견했는지.
하루는 전화를 안 가지고 나갔었잖아?
그런데 넌 매장 직원에게 부탁해서 나에게 전화를 했어.
역시 내 딸이야,라고 생각했지.
엄마는 너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걱정이 많아.
그건 내가 너의 엄마니까 그런 거란다.
하지만 내 딸은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잘 헤쳐나가리라는 믿음이 더 커.
일 년 여의 시간 동안, 여기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들이 무작정 좋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이것들이 네 인생의 밑거름이 되어
너를 더 큰 나무로, 더 많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거라 생각해.
인생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느낄 때,
그럴 때는 그냥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보는 거야.
해야 할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리고 잠시 앉아 쉬기도 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또 힘든 순간은 지나가고, 비 온 뒤 무지개처럼 좋은 날이 오기도 하더라.
물론 그 순간이 짧게 지나갈 때도 있지만 말이야.
오늘 하루도 너에게는 쉽지 않은 하루이겠지만,
또 열심히 살고 나서 오후에는 함께 시내 구경을 가자꾸나!
크게 리액션하며 같이 즐거워하는 엄마가 되도록 애써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