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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국 May 17. 2024

남이 운전하는 자동차

당신을 위해 기꺼이 감수하는 도로 위 스트레스

얼마 전 학교에서 ‘우주 공강’을 해소하기 위해 송도 근교로 드라이브를 갔다 왔다. 그때 같은 과 동기의 차량 조수석에서 노래를 고르고 친구들과 떠들면서 몇 시간을 보냈다.

      

요즘 이렇게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탈 때 예전보다 더 편안함을 느낀다. 내가 운전석보다 조수석이나 뒷자리에서 훨씬 더 편안함을 느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과거와 다르게 내가 최근 운전을 시작해서인 것 같다. 운전을 긴 시간 해온 건 아니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운전을 했지만 짧다면 짧은 1년의 시간 속에서도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운전자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버스나 정말 큰 트럭에 둘러싸여 운전하거나, 나는 맨 뒤부터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에 끼려고 하는 사람이 있거나 하는 상황들 말이다. 특히 퇴근 시간에 송도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도로를 운전하면 정말 다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운전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와 같은 스트레스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며칠 후 친구 한 명과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이 운전해 주는 차 타는 게 그렇게 편하더라.”

“ㅋㅋㅋㅋ 나도.”

“....” 

    

생각해 보니 얼마 전 그 친구는 내가 운전하는 차 옆자리에 타서 바다도 보고 카페도 갔던 친구였다. ‘아 맞네’하고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좋았어?”

“응, 완전.”  

   

당시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지만, 지금은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조금만 생각을 해 보아도 운전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보통 혼자 운전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친구와 같이 있을 때는 운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동네 친구들에게도 입버릇처럼 말한다. 

    

“드라이브 가자.”     


이렇게 생각하면 운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혼자 하는 운전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 같다.  

    

상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이나 불편한 사람과 단둘이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해보자. 그럼 과연 당신은 그 자리가 혼자 운전하는 것보다 편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운전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때는 내가 어떠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나와 유대감이 있고,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같이 탔을 때가 아닐까?   

  

아마 당신의 가정에서도 운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전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보통 당신의 아버지가, 아니면 남편이, 어쩌면 당신이 운전을 할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가 운전을 하셨다. 한 성깔 하시는 분이지만 가족들이 타고 있을 때만큼은 운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그 사실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확률적으로 누군가와 같이 탔을 때와 혼자 운전할 때 도로 위 좋지 않은 것들과 마주할 확률은 어느 한 값에 수렴해야 한다. 운전 횟수를 무한히 반복한다면 말이다.  

   

그 말은 즉, 운전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은 모든 운전에서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운전을 싫어하는 사람은 당신과 같이 탔을 때도 운전하는 것 자체는 그리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만약 지인의 권유로 그의 차에 탔다면 그 지인은 당신을 아끼고, 어느 정도의 유대감이 형성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 지인은 도로 위 어떤 불편한 존재와 마주해도 당신과 같이 있으면 그런 스트레스쯤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 혹은 그에 준하는 것들을 많이 탑승한다. 버스와 택시도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버스와 택시는 내가 대가를 주고 탑승하는 것이기는 하다. 따라서 기사님들이 감당하는 도로 위 스트레스는 우리가 지불하는 금전적 대가로 상쇄된다. 

    

하지만 보통 지인의 자동차를 탈 때는 보통 타는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운전하면서 마주하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되는 것일까?

     

바로 당신과의 유대감에서 해소된다. 유대감이나 애정의 깊이가 깊다면 오히려 운전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좋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당신은 주변에 본인의 차에 타라고 권유하는 지인이 있는가? 있다면 그 지인은 당신을 조금은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한 번쯤 고맙다고 전해주는 건 어떨까? 당신도 상대방을 아끼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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