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진심, 남은 온기
나의 생일이었다.
늘 생일이 되면
밝은 이모티콘과 함께
“생일 축하해!”라며
연락이 오던 여자애가 있었다.
나조차 관심 두지 않던
내 안부를 마구 묻곤 했다.
이십여 분쯤 이어진 짧은 대화가
끝나갈 무렵,
“우리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까?”
그 여자애 말에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러게.”라고 답했다.
무미건조한 두 번째
축하 메시지도 그렇게 끝났다.
내게 생일이나 기념일은
그저 귀찮고 가식적인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누구의 촛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
그 여자애의 생일을 넘겼다.
마치 축하 같은 건
애초에 없는 일인 듯.
그래도 여전한 온기가 느껴지는
세 번째 생일 메시지는
또다시 도착했다.
작년, 소소한 선물이라며 받은
복숭아맛 마이쮸는
사용기한이 한참 지나 죽어가듯
서랍 한켠에서 재처럼 굳어 있었다.
시간마저 재가 되어버린 듯한
그 작은 선물 하나,
취소환불이라는 빨간 도장이 찍힌
그 마이쮸 하나가
괜히 마음을 아리게 했다.
왜 하찮은 나에게
매년 알람이라도 맞춘 듯
축하를 해줬을까.
그저 진심이었을까.
그렇게, 서로 한 번도 진심을
알지 못한 채
축하 메시지는 멈췄다.
2020년 이후,
그 채팅방은 공허하게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