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넥도트

마이쮸

식은 진심, 남은 온기

by 투명인간

나의 생일이었다.

늘 생일이 되면

밝은 이모티콘과 함께

“생일 축하해!”라며

연락이 오던 여자애가 있었다.


나조차 관심 두지 않던

내 안부를 마구 묻곤 했다.

이십여 분쯤 이어진 짧은 대화가

끝나갈 무렵,


“우리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까?”

그 여자애 말에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러게.”라고 답했다.


무미건조한 두 번째

축하 메시지도 그렇게 끝났다.


내게 생일이나 기념일은

그저 귀찮고 가식적인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누구의 촛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

그 여자애의 생일을 넘겼다.

마치 축하 같은 건

애초에 없는 일인 듯.


그래도 여전한 온기가 느껴지는

세 번째 생일 메시지는

또다시 도착했다.


작년, 소소한 선물이라며 받은

복숭아맛 마이쮸는

사용기한이 한참 지나 죽어가듯

서랍 한켠에서 재처럼 굳어 있었다.


시간마저 재가 되어버린 듯한

그 작은 선물 하나,

취소환불이라는 빨간 도장이 찍힌

그 마이쮸 하나가

괜히 마음을 아리게 했다.


왜 하찮은 나에게

매년 알람이라도 맞춘 듯

축하를 해줬을까.

그저 진심이었을까.


그렇게, 서로 한 번도 진심을

알지 못한 채

축하 메시지는 멈췄다.


2020년 이후,

그 채팅방은 공허하게 닫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꼬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