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 회복의 시간
온종일 복잡한 마음이
미칠 것 같아 걷기 위해 나왔다.
입구를 건너 출발점에 다다르자
거위들이 마중 나오고,
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호수를 따라 흘러나오며
새벽 공기가 두 뺨을 스친다.
이 시간대를 나는 가장 좋아한다.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든다.
두렵다기보단, 오히려 안정감이 든다.
이 시간은 세상과 나 사이의 틈 같은 때다.
달콤한 간식의 냄새가 남은,
불빛이 서서히 꺼져가는 공간.
회전목마가 잠들면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한다.
오늘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최고의 내일’을 준비하듯
반딧불처럼 이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
그의 하루가 들어있는 낡은 유모차를
끄는 노숙인 할아버지,
하루도 빠짐없이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아주머니.
나는 그들과 구면이다.
내적 친밀감만 남은 채,
아직은 인사를 건네지 못한다.
수많은 발자국이 닿은 이 길을
다시 걷다 보면, 괴로웠던 얼굴들,
그리고 잠시 행복했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들 역시 나처럼 이 길을 걸었겠지.
그 생각에 고요한 위로를 받는다.
롯데타워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린 듯
묵묵히 하늘로 뻗어 있다.
밑에서 올려다보며
오늘 처음, 별을 바라본다.
놓쳤던 별빛들이 다시 눈에 닿는다.
한 바퀴에 급류 같은 조급함을 버리고,
두 바퀴에 거친 숨을 고르고,
세 바퀴에 잔잔한 호수가 되어
비로소 평온한 나로 돌아온다.
푸르스름한 하늘빛이 번지면,
나는 오늘을 살아낼 준비를 마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