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내일 센터에서 또 부자 어르신의 대변을 처리할 생각을 하니 잠이 잘 오지 않아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들었음에도 딱 5시에 눈이 떠지는 걸 보니 늙긴 늙었나 보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제발 오늘은 부자 어르신이 센터에 오기 전에 집에서 대변을 보고오길 바라며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서 아침 준비를 한다.
선옥은 믿음 센터의여자 요양 보호사 중에 나이가 제일 많다. 다행인 것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남자 요양 보호사가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근무는 하고 있지만 집안에 일이 생기거나 여행 일정이 잡히면 월차,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업무의 질과 양이 요양원의 보호사보다 조금 더 낫다는 장점을 위로 삼아 6년을 버텨내었다.
도대체 몇 살까지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식들에게손 벌리지 않고 오히려 5살 손자가 올 때마다 넉넉히 먹이고 사입히고 자손들에게도움이 되는 멋있는 할머니의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센터에 배변 실수를 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져서 하루에 기본으로 2~3회는 그분들의 똥처리를 해야 하는데, 어떤 날은 그 일을 한 후에는 비위가 상해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때가 있기도 하다.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대부분이라 배변 실수를 하면 보호사가 빠른 시간 안에 깔끔하게 처리가 가능하나, 주간보호센터의 배변 실수 어르신들은 인지는 없어도 거동이 가능하고, 나름의 주장을 펼칠 수 있어서처리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벗지 않으려는 자와 벗기려는 자와의 힘 겨루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동이 가능하여 벗겨진 상태에서 화장실을 탈출하는 일도 빈번하고, 그럴 때마다 바닥에 똥칠이 되어 그것을 다른 사람이 밟는 경우도 있다.
65세 선옥은 이제 그 일이 너무 힘에 겹다.
센터의 출근 지문 인식을 한 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온 선옥을 보고 사무실에서 센터장이 나와 외친다.
선옥쌤! 오늘 아침에 부자 어르신 화장실에서 큰일 보고 센터로 보냈다고 보호자 문자 왔어요!
말을 하는 이도 듣는 이도 얼굴이 환해진다.
업무를 시작하러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생활실로 향하는 선옥의 발걸음이 가볍다.
어제는 화숙 어르신의 낙상 사고와 부자 어르신과의 똥기저귀 처리로 옥신각신 하며 벌인 신경전에, 망상 속 10만원 도난 사건으로 요양보호사들에게 [조용히 본인 가방에 다시 갖다 놓으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루종일 말하고 다니는 봉자 어르신을 달래기까지 여러 일들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는데, 오늘은 우선 화숙 어르신이 결석을 한다는 연락이 왔고, 부자 어르신도 댁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왔다고 하니 프로그램 도움과 식사도움에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선옥을 비롯한 여러 요양보호사들은 입을 모아 말하였다.
센터의 일정이 순적하게 흘렀고, 점심 식사 후 어르신들은 1시간가량 낮잠에 들어가면 그제야 요양보호사들은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쉼 마저 완전하게 누릴 수 없다.
낮잠을 자지 않고 배회하는 어르신들 때문이다.
선옥은 점점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티를 내고 싶지는 않다.
하루하루 정신력으로 요양보호사의 일을 이겨내고 있는 선옥은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멍하게 의자에 앉아 있지만, 10년 후의 자신을 상상하고 있는 시간이고, 그때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예상해 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