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의 시작은 헤이조이스에서 주최한 온라인 강의였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종말> 이라는 제목을 보고 신청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강사는 원테이커 CEO인 홍유리 대표님이었고, 더잠이라는 속옷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누적 매출 400억이지만 2022년 매출 20억 손실로 작년과 올해 왜 회사가 어려워졌는지,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와 그에 대한 대책을 적나라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나만 듣기 아까운 내용이라 중간에 PPT를 켜서 메모하며 들었고, 강의가 끝날 무렵에는 꼭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Giver의 마인드가 아니면 줄 수 없는 솔직함과 자신의 비전을 Motivator라고 얘기하는 모습에 가슴이 떨렸다. 밤 11시의 설렘이 가슴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그 이후 직접 매장에 가서 더잠 속옷도 구매해보고, 대표님 인스타도 팔로우하고, DM도 보내는 등 꾸준히 염탐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그녀를 직접 만나게 되었다.
일요일 저녁 우연히 트레바리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타이틀과 환하게 웃고 있는 홍유리 대표님을 보게 되었다. 꺅!하고 내적 환호를 지르고 바로 강의를 신청하면서 생각했다. ‘역시 나는 운이 좋아!’ 붙들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를 잡게 된다. 역시!
첫 모임은 총 21명이 참여했다. 서로를 모르지만 존중하고 경청하며 손가락 끝에 힘을 꽉 쥐고 대화의 공을 주고 받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금요일 저녁의 열기는 자정까지 이어졌고, 성장과 그릿을 이야기하다니 낯섬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스타트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신생 창업기업이나 젊은 사업가가 시작하는 게 전부 스타트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나고 보니 더잠은 장사였구나 싶더라고요. 가치 있는 장사죠. 하지만 제조업은 J커브를 그릴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은 대중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 M&A나 IPO까지 갈 수 있는 회사, J커브를 그릴 수 있는 회사인 것 같아요. 그러려면 땅 파고 버티기를 해야겠죠.”
“더잠은 M&A 진행 중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는 뭔가요? 장사라고 표현하셨지만 더잠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차피 사업이 힘든 거라면 지독하게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22살 때 창업해서 10년 동안 돈은 벌어봤으니까 이제는 더 가치 있는 쓰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담백하게 정의하는 그녀를 보며 경험의 깊이가 느껴졌다. 용어 자체가 젊고 꿈틀거리는 느낌이라 나도 종종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하곤 했는데 단어 정의를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드림널스는 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출판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팀원들에게도 강조했던 이야기는 우리는 출판사가 아니라 스타트업이라는 거였는데, 물론 출판업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지만 그걸로 그친다면 스타트업이라 정의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초반에는 책과 강의 매출 비율이 9:1 정도였지만 강의를 확대하고, B2C와 B2B로 영역을 넓혀가며 매출도 확대되고 비율도 조정되어 갔다. 그렇다면 지금의 드림널스는 스타트업인가? 그 답은 성장으로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님의 말씀을 통해 막연하게 한계를 느꼈던 지점이 그 부분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나라면 내 사업을 장사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 그게 무엇이든 의미 있는 장사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지독하게 의미 있는 일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