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남편과 첫째 아들은 캠핑 여행을 떠났고, 10개월 둘째 딸아이는 8시 정도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 정말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밥을 차리지 않아도 되고 내 밥도 대충 해결했다. 설거지도 끝냈고 오늘 로봇청소기도 돌려 바닥도 깨끗해졌다.
혼자만의 시간이 생길 줄 알았던 어제부터 이 시간에 내가 뭘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눌지 아니면 그냥 혼자 시간을 보낼지...' 내 선택은 후자였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어쩌면 초대할 사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니 반강제적인 선택이 되었던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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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나는 늘 누구와 함께였고 함께하길 원했다. 회사에 가면 회사 동료들이 있고 학교 다닐 땐 물론 학교 친구들이 있었다. 필수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관계의 사람들이 늘 있었으니 나 스스로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특성상 무언가 혼자 한다는 것은 사회적 낙오자, 사회적 외톨이라는 인식이 깔려있었던 탓도 있는 것 같다. 혼자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그런 인식. '왜?'인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보편적 진실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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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생활, 직장도 다니지 않고 있고 친구나 가족 하나 없는 이곳에서 지내보니 육아하는 엄마들 위주로만 보게 된다는 한계가 있고 이제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사람 만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내가 이토록 I 성향이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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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외롭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내가 누구 한 명 만나 진득하게 이야기할 기회도 적어지고 할 이야기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 외롭다는 것. 과거에는 그토록 마주하기 싫었던 감정이라면 이제는 이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이 감정 덕분에 나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으로 보내게 되었다.
누군가를 통해 시간을 보내야지만 안정감을 느끼는 과거의 나와는 달리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을 보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덕분에 오랜만에 나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객관화해보며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