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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_하마터면 롱기스트 상을 받을 뻔하다

하마터면 롱기스트 상을 받을 뻔하다

by 나승복

주말골퍼는 왜 롱기스트에 목말라 하는가?


아마도 전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물리와 화학이 조화를 이루어야 도달하는 경지여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자는 극도의 참담함과 결연한 집중 레슨으로 달라진 결과에 골프의 달콤함을 맛보기도 했다.

또한, 동반자들은 필자가 양측OB를 오가는 난초화가에서 만족스런 거리의 정타골퍼로 변신한 모습에 경이로운 시선을 보냈다.


더욱이, 주말 라운드나 3,4팀의 골프행사에서 뜻하지 않게 롱기스트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어깨가 으쓱했으나 애써 겸손한 모습을 취하려는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필자는 2018년 한여름 120명이 참여하는 대회에서 롱기스트상을 받을까 봐 노심초사한 해프닝은 잊을 수 없었다.


한 포럼의 모든 기수들이 참여하다 보니, 120명이 40팀으로 나누어 샷건 방식으로 진행됐다.
필자는 전혀 모르는 세 멤버와 함께 한 조를 이루어 라운드를 하게 되었다.
모두 구력이 10여 년 되어서 안정된 샷에 케미도 참 좋았다.


한 홀에 당도하니, 넓고도 길게 펼쳐진 페어웨이가 눈에 들어왔다.
캐디는 그 홀이 롱기스트 측정홀이라고 했다. 맞바람이 불어 간단치 않았지만 도전해 볼 만했다.


동반자들은 어느 정도 몸이 풀린 상태였으므로, 내심 롱기스트를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필자가 두 번째 플레이어로서 오로지 정타와 장타를 고대하며 풀슁을 했다.


골프공은 티샷 지점을 출발하여 맞바람을 뚫고 먼 곳을 향해 반듯하게 날아갔다.

근래 들어서 가장 잘 친 티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어웨이 한 가운데 안착했다.


[2020. 8. 필자 촬영]


동반자들은 필자의 샷을 보고 쾌재를 외쳐댔다.

한 동반자는 오늘 대회에서 롱기스트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거들었다.

캐디가 안착지점에 가서 측정하더니 250미터 정도 되겠다고 알려주었다.


이 샷이 틀림없이 롱기스트일 겁니다. 동반자들의 응원을 담아서 잘 적어주세요!

한 동반자는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캐디에게 다가가 얘기했다.


필자는 초유의 만족스런 티샷에 내심 기쁨을 감추면서, 다음 샷을 위하여 공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캐디가 실거리를 적거나 좀 늘려 쓰더라로도 약간의 보너스 정도라고 생각하여 신경쓰지 않았다.


라운드를 마친 후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면서, 스코어카드에 적힌 드라이버 거리가 궁금했다.

그 거리는 무려 305야드(275m)로 적혀 있었다.


캐디는 동반자들의 열띤 응원을 뿌리치지 못한 채 넉넉하게 적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이미 주최측에 알렸다고 했다.


아~ 이러다가 롱기스트 상을 받게 되면 큰 일인데, 어쩌지?"
"이거 큰 일 났구나!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한담?”


필자의 걱정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동반자들의 쾌재와 흥분을 방관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후회막심이었다.


골프대회의 시상식이 열렸다.

다버디 상, 다파 상, 니어리스트 상, 롱기스트 상의 차례로 진행됐다.

제발 진정한 롱기스트가 출현하여 필자를 구원해 주기를 학수고대했다.


이번엔 남자 롱기스트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330야드를 보낸 000씨입니다!”


"아휴~ 살았다!"

사회자가 롱기스트 수상자를 호명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필자가 그 상을 받았더라면 어떻게 필드에 나설 수 있었으랴!


롱기스트 상을 받을까 애 태우기 수년 전, 필자는 현역 군인들, 기업인과 함께 라운드 한 적이 있었다.
뜻밖의 변칙적인 드라이버 거리로 장군봉 능선을 넘은 스토리는 지금까지도 소소한 웃음거리를 선사했다.


"변칙적인 드라이버 거리로 장군봉 능선을 넘은 스토리는 어떻게 펼쳐졌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짤순이 드라이버 탈출기_1화 주말골퍼의 드라이버 거리는 최대 고민거리
_2화 참담한 비교열위에 대오각성하다
_3화 상하이 출장으로 연습이 중단되다
_4화 정타에서 장타를 향하여 과학에 노크하다
_5화 드라이버 거리는 스윙 스피드에 정비례하다
_6화 롱티 사용과 상향타격으로 백 스핀을 줄이다
_7화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화학적 비결은 무엇일까
_8화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제2의 화학적 도움은 무엇일까

_10화 난초화가가 드라이버로 장군봉 능선을 넘기다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집중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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