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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화_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by 나승복

OB 라인 옆의 티샷 공은 어떻게 버디로 부활했을까?


2018년 가을 가평베네스트CC에서 열린 법인 골프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10팀이 참여하는 행사로서 2,3팀은 70대와 80대 초반으로 이루어졌다.


필자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메달리스트를 목표로 삼은 대회였다.
70대 고수가 있더라도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골프이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이 비교적 만족스러워서 무언의 도전장을 내보았다.


첫 홀 파4의 티샷이 시작되었다. 필자의 공도 동반자들과 비슷하게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하지만, 공이 페어웨어 우측 끝에 있는 데다 소나무가 시야를 일부 가리고 있어서 파온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언 샷이 조금 짧아서 파온에 실패했다.

하필 그린 앞 턱이 높은 벙커에 들어갔다. 예상치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그린에 올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든 벙커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첫 홀을 더블보기로 출발하니 메달리스트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서너 개의 파 외에 보기와 더블보기를 반복했다. 과욕이 초래한 결과였다.


전반을 마친 후 이미 9오버였으니 메달리스트는 공염불이었다.

그나마 노려볼 수 있는 것은 다보기상, 니어리스트, 롱기스트 정도였다.


후반 첫 홀의 티샷 지점에서 전반의 어두운 기억을 떨쳐버리고 새마음으로 집중샷을 지향했다.

기본에 충실하였으나 무언가 부족함이 남아있는 티샷이었다.


가 보실께요~~
티샷 후 캐디의 일성은 필자에게 불길한 여운을 전했다.


10팀이 참가하는 대회이다 보니 멀리건은 용납되지 않았다.

잠정구를 쳐야 했으나 진행상 티샷 공의 지점으로 무거운 발걸믐을 내딛었다.


공이 OB라인 밖에 있거나 찾지 못할 경우에는 OB티에서 치기로 했다.

후반에는 전반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겠다고 철석같이 다짐했건만, 첫 홀부터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노심초사하며 두 눈에 불을 켜고 공을 찾아나섰다.


[2016. 2. 필자 촬영]


천만다행이었다. OB라인에서 페어웨이 방향으로 1m 안쪽에 놓여 있어서 가까스로 OB를 면했다.
동반자들도 공을 찾다가 OB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훈훈한 응원을 보냈다.


아이언 샷을 하기엔 라이가 좋지 않은 데다 상당히 거친 풀 속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임팩트 후 10cm 정도 지날 때까지 쳐다보며 9시까지 짧은 피니시를 했다.


“이게 웬일인가! OB날 뻔한 위험이 행운으로 이어지다니!”
그 아이언 샷이 홀로부터 4m에 붙었다. 페어웨이에서 친 동반자들보다도 훨씬 가까운 파온이었다.


이젠 목표가 달라졌다.
이 홀에서 버디를 낚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샘 솟았다. 초집중의 퍼팅으로 임했다.


오! 나이스 버디! OB날 뻔한 공에서 멋진 버디로!
동반자들의 축하 속에 넘치는 버디의 희열을 누가 알겠는가!


라운드를 마친 후 대회 시상식이 열렸다.

메달리스트에 대한 목표는 이미 전반에 사라졌기 때문에 한결 마음이 편했다.


시상식에서 전혀 생각지 않은 행운이 몰려왔다.
신페리오 방식의 우승자로 필자가 호명된 것이었다.


이 버디는 필자를 OB의 위험에서 구출한 것을 넘어 큰 선물까지 가져다 주었다.
아마도 OB날 뻔한 홀에서 버디를 낚은 것이 신페리오 우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위와 같이 좌충우돌 아이언 샷이 이글과 유사 홀인원의 행운으로 이어가던 중,
파3에서 생각지 않은 아이언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아이언 사고는 도대체 어떻게 터진 것일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짤순이 드라이버 탈출기_11화 롱기스트 상품의 추억을 반추하다
_12화 동문 후배의 초장타에 경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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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1화 난초샷 드라이버에서 좌충우돌 아이언으로
_2화 문제점에 대한 원인 탐색인가, 구체적 방법론인가
_3화 루크 도널드를 탐방하다
_4화 템포 노하우도 루크 도널드로부터 구하다
_5화 70대 고수의 팁을 보태어 파온 확률을 높이다
_6화 아이언 연습을 통해 벙커샷 이글의 행운을 얻다
_7화 프로와 함께 한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거머쥐다
_8화 홀인원에 10cm까지 다가가다
_9화 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_11화 파3홀에서 티샷 공이 앞팀 캐디를 향해 날아가다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집중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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