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장타에 흥분하여 뒷땅을 치다
“실제 라운드에서 어프로치 샷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동안 여러 모로 골치를 앓게 했던 어프로치 미스샷들...
탈출 수행이 상당 기간 지속된 효과는 적지 않았다.
특히, 그린까지 10m 내의 어프로치 효과가 가장 컸다.
어프로치를 짧게 잡은 채 우측 발 앞에 공을 놓고 퍼팅하듯이 밀었더니 종종 2,3m 거리에 근접했다.
간간이 컨시드 거리 내에 붙어서 동반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드물게 스코어 경쟁자를 바짝 긴장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어프로치 효과는 어느새 거리감이나 정확도가 흔들리면서 혼선을 일으켰다.
그린과 핀이 눈 앞에서 펼쳐진 나머지 순식간에 어프로치 샷의 기본을 망각한 터였다.
찰나의 건망증, 그것은 사소한 것처럼 보였지만 중대한 후폭풍을 초래했다.
파에 대한 진줏빛 희망이 보기나 더블보기라는 잿빛 실망으로 치닫게 되었다.
2022년경 늦가을 세종시 소재 골프장에서 벌어진 어프로치 미스샷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라운드는 대학 친구, 그의 지인들과 함께 했다.
한 동반자는 70대 중반을 치다가 현재 70대 후반을 친다고 했다.
대학 친구와 다른 동반자는 90대 정도였다.
두 동반자들은 초면이었으니 고도의 집중골프보다는 가벼운 명랑골프 모드를 취했다.
90대의 두 동반자를 고려하여 멀리건도, 컨시드도 관대한 편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라운드를 즐기다가 전반 마지막 홀(파4)에 이르렀다.
290m로서 짧았으나 페어웨이가 좁았다. 우측에 언덕이 있어서 시야를 일부 가렸다.
두번째 플레이어로서 드라이버 샷을 했다.
짤순이 드라이버 탈출기 6화(2025. 2.10. 연재)에서 소개했듯이 높은 티에 공을 놓고 상향타격을 했다.
공은 티를 떠나 힘차게 늦가을 하늘로 치솟았다.
50~60m 지나더니 드로우 노선을 표방하며 거침없이 날아갔다.
늦가을의 마른 잔디는 드로우 백구를 최대한 친절하게 페어웨이로 안내했다.
[2019. 10. 필자 촬영]
공은 그린으로부터 40m 정도 떨어진 페어웨이에 안착해 있었다. 순항거리는 250m 남짓 되었다.
오랜만에 만족스런 드라이버 샷이었다. 동반자들도 대단한 거리라며 엄지척을 내보였다.
“어쩌다가 가운데 맞은 것 같습니다!”
짐짓 겸허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으나, 내심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조절하기 쉽지 않았다.
“이 정도 거리라면 버디는 큰 문제가 없겠지! 잘 하면 이글도 해낼 수 있겠다!”
넘치는 의욕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공 부근에 가서 연습 샷을 두어 차례 반복했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동작만을 생각했지만, 어느새 결과에 대한 의욕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연습 샷을 마친 후, 나름의 루틴에 따라 핀을 향해 어프로치 샷을 했다.
“아뿔싸! 핀까지 40여m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공은 불과 1m 앞의 지점에서 물끄러미 필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격한 한숨에 내쉬며 연갈색 잔디만을 응시했다. 어두운 적막이 무겁게 흘렀다.
미스샷을 목도한 동반자들도 곤혹스러워 했다.
아마도 드라이버 샷이 뜻밖에 250m라는 원거리에 안착하니,
다음 샷보다는 지난 샷의 흥분에 도취해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어렵다는 '다음 샷'의 리스크에 소홀했던 후과였다.
이와 같은 어프로치 미스샷이 주말골퍼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프로골프에서도 간혹 터졌다.
큰 대회일수록,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경쟁이 치열할수록 그 가능성은 비례한 듯했다.
2015년 잭니클라우스CC에 치러진 프레지던트컵대회 3라운드에 갤러리로 참가한 적이 있다.
마지막 세번째 홀이었던 것 같다.
그린 주변에 자리를 잡고 세계 정상급 프로들의 현란한 샷들을 즐기고 있었다.
영상에서나 마주치던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가 그린 주변에 들어섰다.
수많은 갤러리들이 숨 죽이며 그들의 어프로치 샷을 지켜보고 있었다.
존슨은 그린으로부터 7~8m 떨어진 지점에서 오르막 어프로치 샷을 했다.
어인 일일까? 뒷땅을 치는 초대형 미스샷이었다. 필자의 모습이 투영된 듯했다
갤러리들에겐 인간적인 모습의 단면이었을지 모르지만,
프로골퍼에겐 비인간적 고통의 극치였으리라.
한때 PGA 랭킹 1위를 구가했던 프로골퍼도 주말골퍼의 유한한 모습에서 멀리 있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주말골퍼로서 위안을 되새기기보다는 '스윙의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꼈다.
위와 같은 어프로치 미스샷 사고는 라스베가스게임 같은 팀 플레이에서도 간혹 나타났다.
팀 멤버가 마지막 홀에서 큼지막한 어프로치 미스샷을 낸 후 아연실색한 표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연실색한 어프로치 미스샷은 어떤 것이었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5화 70대 고수의 팁을 보태어 파온 확률을 높이다
_6화 아이언 연습을 통해 벙커샷 이글의 행운을 얻다
_7화 프로와 함께 한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거머쥐다
_8화 홀인원에 10cm까지 다가가다
_9화 중국 쑤조우 라운드에서 벌어진 아이언 스토리
_10화 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_11화 파3홀에서 티샷 공이 앞팀 캐디를 향해 날아가다
_12화 아이언 생크로 생각지 않은 나락에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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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어프로치 탈출기_1화 어프로치 입스로 된통 골치를 앓다
_2화 세 가지 방책으로 어프로치 입스를 벗어나다
_3화 어프로치 샷의 거리감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하여
_5화 팀 플레이에서 어프로치 생크샷으로 패하다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여유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