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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와 정신분석이 만나는 신비로운 지점

욕망의 자리, 운명의 시간표

by 홍종민

두 개의 질문, 하나의 진실


안녕하세요, 해담입니다! 오늘부터 정말 특별한 여행을 시작해보려고 해요.

1985년 봄, 서울 인사동의 한 점집에서 할머니가 만세력을 들여다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을축년 정묘월 기해일 을해시... 아이고, 이 사주 참 기구하네." 바로 그 순간, 지구 반대편 파리의 정신분석 클리닉에서는 한 여성이 분석가에게 털어놓고 있었습니다. "왜 나는 항상 같은 유형의 남자에게 끌리는 걸까요? 마치 운명처럼..."

이 두 장면이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진실을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40년 후, 이 두 이야기가 하나로 수렴될 줄 그때는 아무도 몰랐죠.


�️ 언어의 비밀: 기표와 기의의 숨바꼭질


라캉이 발견한 혁명적 진실


1953년 로마에서 자크 라캉이 던진 한 마디가 정신분석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이게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무의식이 정말로 언어의 법칙을 따라 작동한다는 혁명적 발견이었거든요.


기표와 기의의 복잡한 춤


기표란 말이 갖는 감각적 측면이에요. 예를 들어 "바다"라는 글자나 /바다/라는 소리 자체를 말하죠. 기의는 이 기표가 가리키는 의미 내용, 즉 바다의 이미지나 바다라는 개념이에요.

그런데 라캉은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기표와 기의가 일대일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마치 끝없이 미끄러지는 비누처럼, 기표는 계속해서 다른 의미로 미끄러져 나가요.


사주명리학도 똑같다!


이게 사주명리학의 구조와 너무나 비슷해요. **갑목(甲木)**이라는 기표를 생각해보세요:

어떤 때는 **"큰 나무"**로


어떤 때는 **"리더십"**으로


어떤 때는 **"고집"**으로


어떤 때는 **"성장욕구"**로


상황에 따라 의미가 계속 바뀌는 거예요. 마치 라캉이 말한 기표의 연쇄처럼 말이에요.


⚡ 의미가 고정되는 마법의 순간


포인트 드 카피통의 비밀


라캉은 포인트 드 카피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어요. 카피통은 소파의 단추 같은 건데, 천을 고정시키는 점이에요. 끝없이 미끄러지는 기표의 연쇠가 특정 순간에 의미로 고정되는 지점이 바로 이거예요.

사주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사주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갑목이라는 기표가 다른 십성들과 만나는 순간 구체적 의미로 고정되거든요.

갑목과 정재의 조합에서는 "안정적 리더십"으로, 갑목과 상관의 조합에서는 "반항적 개혁성"으로, 갑목과 정관의 조합에서는 "책임감 있는 지도력"으로 의미가 결정되죠.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두 체계 모두 구조주의적 사고를 공유하기 때문이에요.


⏰ 시간의 두 얼굴: 토케와 오토마톤


라캉이 말한 시간의 이중성

라캉은 시간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했어요:

토케(Tuché) - 우연한 만남의 시간

예측 불가능하고 충격적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운명적 만남이 일어나는 순간


오토마톤(Automaton) - 반복의 시간

상징계의 법칙에 따라 규칙적으로 돌아옴


신경증적 증상의 반복


일상의 패턴


사주의 시간 구조와 완벽한 대응


놀랍게도 사주명리학의 시간 구조가 이와 정확히 대응돼요!

세운은 토케의 시간입니다. 매년 바뀌는 간지로, 갑자기 찾아오는 이별, 뜻밖의 만남, 예상치 못한 기회들이 세운의 작용이에요.

대운은 오토마톤의 시간입니다. 10년 단위로 변하는 큰 흐름으로, 개인의 성격과 운명의 기본 틀을 결정하는 구조적 시간이에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

흥미롭게도 진정한 변화는 토케와 오토마톤이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나요. 세운과 대운이 동시에 작용할 때, 즉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순간에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오는 거예요.


� 욕망의 네 차원과 십성의 만남


라캉의 욕망 구조

라캉은 욕망을 네 가지 차원으로 나누었어요:

α(알파) - 욕구의 차원: 생물학적 필요, 본능적 충동의 영역

β(베타) - 요구의 차원: 언어로 표현된 욕구, 타자에게 향하는 호명

γ(감마) - 욕망의 차원: 언어화될 수 없는 잉여, 근본적 결핍

δ(델타) - 환상의 차원: 욕망을 지탱하는 무의식적 시나리오


십성의 욕망 지도


사주의 십성 체계가 이와 놀라운 유사성을 보여요:


비견은 α 차원에 해당해요. 자아 보존의 욕구, "나는 존재한다"는 가장 원초적 선언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겁재는 β 차원이죠. 타자에게 향하는 경쟁적 요구, "나도 너만큼 할 수 있다"는 외침이 겁재의 본질이에요.

식상은 γ 차원입니다. 창조와 표현의 욕망, 언어화되지 않는 내적 충동이에요. 예술가의 창작 욕구, 어머니의 모성애가 여기에 속해요.

재성은 δ 차원이에요. 소유에 대한 환상, "저것을 가지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믿음이 재성의 핵심입니다.

관성과 인성은 이 모든 욕망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상위 구조예요. 라캉의 용어로는 상징적 아버지와 원초적 어머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요.


�️ 1392년의 실험: 조선 건국과 욕망의 구조


역사적 사건 속 숨겨진 패턴


1392년 임신년,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어요. 이게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욕망의 구조 자체가 바뀐 사건이었다는 걸 아시나요?

흥미롭게도 조선 건국의 핵심 인물들을 사주로 분석해보면 놀라운 공통점이 발견돼요. 이성계(1335년 을해생), 정도전(1342년 임오생), 조준(1346년 병술생) 모두 수 기운이 강한 사주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수는 변화와 흐름의 기운이에요.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에너지죠. 라캉의 용어로는 상징계를 재구성하는 힘이에요.

구조적 동맹의 비밀

조선 전기 성리학자들이 표면적으로는 사주명리학을 배척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달랐어요.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는 역학이 포함되어 있었고, 음양오행과 주역은 선비의 기본 교양이었거든요.

퇴계 이황도 『성학십도』에서 음양오행론을 적극 활용했어요. 이는 성리학의 이기론과 사주명리학의 음양오행론이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 현대의 징후들: 전이와 반복의 분리


사주 카페 급증 현상의 진실


2020년대 한국 사회에서 사주 카페가 급증하고 있어요.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20대 여성이 타로 카드를 뒤섞고, 스마트폰에는 "오늘의 운세" 앱들이 가득해요.

이 현상을 라캉의 전이 개념으로 보면 명확해져요.

개인화 시대의 새로운 신경증

전통적인 권위(부모, 교사, 종교)가 해체된 시대에,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으로 가정된 주체를 찾고 있어요. 사주명리학이 이런 전이의 새로운 대상이 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어요. 라캉이 강조했듯이 전이와 반복은 분리되어야 해요. 전이는 치유의 도구이지만, 반복은 증상의 고착화예요. 사주에 의존해서 모든 선택을 회피하는 것은 전이가 아니라 반복이에요.


불안의 시대, 예측의 환상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대인들은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을 느끼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사주명리학은 시간의 질서에 대한 환상을 제공해요.

하지만 진정한 정신분석적 작업은 이런 환상을 횡단하는 것이에요. 환상에 의존하지 않고도 불안과 마주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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