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최면 걸다-에필로그

by 홍종민

당신의 언어가 달라질 때, 삶도 달라진다


사람들은 흔히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말’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지녔다. 누군가에게 스치는 말 한 마디는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밀턴 에릭슨이 제시한 ‘대화최면(Conversational Hypnosis)’은 이러한 말의 힘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길을 보여준다. 전문 최면사나 복잡한 무대 장치 없이도 상대방의 무의식을 존중하며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것만으로 서로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힘을 일깨울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깨달음을 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에릭슨이 언어를 “지시적 명령”이 아니라 “은유적 초대”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는 늘 ‘상대 안에 이미 있는 씨앗’을 믿었고, 말이라는 따뜻한 햇빛으로 그 씨앗이 스스로 싹트게 하려 했다.


에릭슨식 대화의 핵심은 ‘상대가 이미 갖고 있는 가능성’을 함께 발견해 내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흔히 최면을 ‘상대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기술’이라고 떠올리지만, 에릭슨식

접근은 정반대이다. 은유·비유, 간접 제안, 예/아니오 게임 등 여러 기법을 통해 상대의 “네”라는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고, 그 안에 잠재돼 있던 힘이 스스로 발현되도록

돕는다. 이 모든 과정의 기저에는 “상대를 진심으로 믿고 존중한다”는 태도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말솜씨 좋은 사람의 ‘교묘한 설득’으로 끝나 버릴 위험이

크다.

여기서 “존중”은 단순한 예의범절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존재론적 신뢰이다. 라캉식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타자의 ‘결핍’을 메워 주는 사람이 아니라, 타자가 스스로의 ‘욕망’을 발견하도록 곁에 서 있는 증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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