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필요한 디지털 지식은 무엇일까
2016년, 마을활동가로 일할 때 기획했던 일 중 하나가 핸드폰으로 동영상 만들기였다.
동영상을 대충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제'로 출품하기 위해 기획, 스토리 짜기, 촬영하기, 편집 기술 배우기 등 총 10차시에 걸쳐 9명 대상, 3명의 강사가 있었다.
마을로 찾아온 강사는 첫 시간 간단하게 엄마들(주로 40대) 핸드폰 사용 능력을 테스트했다.
"이거 거의 어르신 수준인데요."
나름 가방 끈이 긴 엄마들이어서 핸드폰 사용 및 지식수준이 어르신과 비슷하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처음으로 키네마스터와 미디어 프리미어를 배웠다. 풀샷, 미디엄숏, 인터뷰를 진행할 때 정 가운에 있으면 불편하니 약간 사선에서 편안한 시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다.
강사가 여러 명이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자세하게 체크해주면서 팀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10차시 수업을 하는 동안 목표대로 10분에서 15분 정도의 짧은 영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과제로 해내야 하는 일이 많았다. 팀워크를 발휘했다. 인터뷰 대상자를 구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인터뷰를 꺼리는 성인이 많았다. 직접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얼굴 내보이는 게 싫다고 했다. 인터뷰는 응해줄 수 있으나 불편하니 블러 처리해달라는 분도 꽤 있었다. 편집을 처음 배우는 엄마들은 고등학생 시절 후 처음으로 몇 날 밤을 새워 과제를 했다. 서로 만들었던 동영상을 공유하는 날, 블러 처리한 게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하고 집중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인터뷰 대상자를 늘리고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걸. 아쉬웠지만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빡센 고생보다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성취감을 느꼈다. 이때 배웠던 동영상 만들기는 이듬해 중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에게 요긴하게 쓰였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동영상 편집을 해야 했는데, 엄마들이 먼저 배웠으니 알려줄 수 있었다.
2018년 마을공동체 공간이 마련된 아파트에서 일할 때였다. 어르신들에게 핸드폰으로 동영상 만들기 수업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핸드폰으로 저장된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두면 자녀들과 소통하기 좋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배우고 싶다고 하는 분이 없었다. 문자 보낼 줄 아는데 왜 배워야 해? 귀찮게! 반응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성인 대상으로 '핸드폰으로 동영상 만들기' 수업을 열었다. 2016년과 달리 3회 차로 1명의 강사가 짧게 간단히 키네마스터 앱 사용법만 알려드렸다. 그때 참여한 한 어르신이 노인정에 가서 동영상 자랑을 했다. 때로 자랑질이 요긴하게 쓰일 때도 있다. 그렇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어르신들이 대거 갑자기 배우겠다고 빨리 강좌를 열라 재촉했다.
노인정에서 '동영상 만들기' 수업을 시작한 첫날, 아뿔싸! 어르신들의 디지털 활용 수준 차이가 너무 심했다. 문자 하는 게 불편해 전화 통화가 편하신 분들이었다. 네이버 밴드 가입도, 카톡으로 사진 공유하는 것도 모르셨다. 단톡방을 만드는 법도 알지 못하셨다. 앱이 뭔지도 몰라 앱을 검색하고, 찾고, 설치하는 법부터 알려드려야 했다. 핸드폰에 이미 찍어둔 사진을 불러와야 동영상에 이미지로 삽입하여 영상을 제작을 할 수 있는데, 어르신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이 어느 폴더에 있는지 찾지 못했다. 강사 1명이 10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수업은 3회 차로 끝날 수 없었다. 수업 연장을 계속했다.
이때 나는 알게 되었다. 어르신들의 디지털 교육에 대한 욕구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인식해야 생긴다는 것을. 뭘 몰라 불편한지, 먼저 알아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금융 앱이 뭔지 몰라서 은행 가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데 익숙한 어르신들이다. 한 번 알면 얼마나 편한지 그걸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게 최고다. 또 어르신들은 수강료를 내고 참가하라고 하면 주저하신다. 그래서 교육비는 지원해 주는 것이 맞다. 내가 열었던 수업도 일부는 교육비 지원 프로젝트로, 일부는 강사 재능기부로 열었다. 또 사비를 털어 간식까지 챙겨드렸다. 열심히 배우시고 있다는 표현을 확실하게 해 드려야 동기부여가 된다.
X세대인 나도 어르신과 비슷하기는 마찬가지. 갤럭시폰만 쓰고 아이폰으로 바꾸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새로 핸드폰 사용법을 배우고 싶지 않아서다. 처음에 아이폰으로 시작했으면 지금도 아이폰일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를 바꾸지 않았던 것도 비슷하다. 자판을 새로 익히고 싶지 않아서였다. 처음엔 '프사'라는 말도 못 알아들었다. 공짜 이모티콘도 친구 추가를 넘어 미션이 많아지면 그냥 포기해 버린다. 동영상 만들기 프로그램도 처음 접한 게 키네마스터여서 지금도 키네마스터이다. 다른 좋은 프로그램도 많이 나왔는데... 비슷한 걸 또 배우기가 귀찮다. 이 귀차니즘을 벗어나려면, 내가 필요한 것 역시, '알면 엄청 편하다. 알면 업그레이드되는 디지털 생활'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오늘을 사는 내가 알아야 할 '확실한 디지털 세계'는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MKYU 디지털 튜터 강사과정을 신청한 것은 '강사'가 되기 위한 것보다는 콘텐츠가 이곳은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궁금해서였다. 1,000원 수강료도 기부로 쓰인다니 아주 좋은 콘셉트이다!
내가 강의를 할 때는
- 쉽게 가르칠 것이다.
-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도와드릴 것이다.
- 나도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고, 배울 것이다.
- 배우는 사람이 당장 필요한 생활 욕구를 디지털 교육과 연결할 것이다.
디지털 교육 격차는 생활 격차를 가져온다고 한다. 어떤 생활 격차일까. 그것이 없으면 손해 보는 건 뭘까. 키오스크를 할 줄 몰라서, 그냥 햄버거를 먹지 못하는 게 건강에는 좋을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걸어서 은행까지 나가는 게 움직이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핸드폰으로 동영상 만들기 수업을 시작한 것은 비싼 핸드폰 가격에 비해 활용하는 게 너무 없어서였다. 문자와 검색 말고 쓰는 기능이 없어서, 조금이라도 핸드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구글 렌즈를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은, 내거는 파일로 있는 정보를 통째로 가져가면서, 자기 꺼는 종이로 꼭 인쇄만 해서 나눠주는 직장 동료가 얌체족이었기 때문이다. 인쇄물로 나눠준 그의 회의 자료를 사진 찍은 것이 아니라, 프린터기를 이용해 디지털 파일로 변환시켜 PDF 파일로 저장시켰다. 이미지 파일을 글자로 불러 편집해 재활용했다. 만약 아이패드의 기능을 좀 더 알았다면 다르게 활용했을 것이다. 캡처 기능도 마찬가지다. 일회성 캡처밖에 몰랐는데, 모든 브라우저를 손 한 번 까닥하여 검색한 모든 자료를 캡처해 바로 전송하는 기능을 알았다면, 분명 또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나는 나만의 방식을 최고인 줄 알았다.
내가 줌 회의를 하고, 구글 공유 드라이브를 쓴 것도, 스웨덴어와 독일어를 몰라 구글 번역기를 돌린 것도, PDF 파일을 쪼개는 기술을 배운 것도, 그걸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만약 해외 자료 조사라는 미션이 없었다면 익힐 필요가 없는 디지털 도구였다.
PT 한 번 받지 않고 근육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건강 앱 덕분이었다. 먹는 것을 입력하면 식단의 영양을 체크해주는 앱, 체중계와 인바디 앱이 연결되어 몸의 상태를 자세하게 알려주는 정보가 동기부여가 되었다. 똑같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만, 나보다 몇 살 많은 내 남편은 전혀 활용할 줄 모르는 기능이다. 어쩌면 남편은 그런 앱이 생활에 필요하지 않아서 알 필요가 없고,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벌어지는 생활 격차! 그건 분명하다. Z세대인 내 딸은 가심비를 위해 유튜브를 광고 없이 본다. 넷플을 구독하다가도 자기가 좋아하는 예능이 많은 다른 채널을 주저 없이 구독한다. 유튜브 광고를 짜증내면서 참는 나와는 다르다. 넷플도 함께 볼 사람 찾는 나와는 다르다. 딸은 내가 동영상 만들기를 배우기도 전에 혼자서 키네마스터를 익혀 초등 때 동영상을 만들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레고 프렌즈를 이용해 '천둥치는 밤'이라는 영상을 만들어 내게 보여주었는데, 공부 못하는 아이가 이걸 어떻게 혼자 배웠나, 신기할 따름이었다. 딸은 내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온갖 마켓을 활용해 직거래를 한다. 가심비로 굿즈를 사고, 쇼핑을 하는 Z세대. 이 딸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을 배우기로 했다. X세대인 내가 서비스 마인드로 어르신들에게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해서 배운다. 하지만, Z세대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서도 역시 디지털을 배워야 한다.
*대구시 디지털 역량 프로젝트 홍보지를 보다 끄적 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