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과 인터페이스를 다시 설계한 미래 SUV의 실험
자동차의 변화는 대개 디자인에서 시작되지만, 진짜 전환점은 조작 방식에서 드러난다. 푸조가 공개한 폴리곤 콘셉트는 그 지점을 건드린다. 원형 스티어링 휠을 과감히 내려놓고, 조향과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합 재설계했다. 단순한 쇼카가 아니라, 향후 양산 모델로 이어질 기술 방향을 담은 제안에 가깝다.
폴리곤 콘셉트의 중심에는 하이퍼스퀘어 조향 시스템이 있다. 원형 핸들 대신 사각형 기반의 컨트롤러를 채택했고, 네 모서리에 배치된 포드로 주요 기능을 조작한다. 여기에 기계적 연결을 제거한 스티어-바이-와이어 방식을 결합했다. 전자 신호로 조향을 제어해 고속에서는 정밀함을, 저속에서는 부드러운 반응을 구현하는 구조다. 손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설계는 운전 행위를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실내는 차세대 아이-콕핏 개념으로 구성됐다. 마이크로 LED 기반 정보 패널이 전면 유리에 투사되며, 체감상 31인치급 화면 몰입감을 제공한다. 주행 모드에 따라 실내외 그래픽과 조명이 연동되는 구조도 특징이다. 전면과 후면, C필러에 적용된 마이크로 LED는 단순 조명을 넘어 충전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브랜드 고유의 라이트 시그니처 역시 수평 구조로 재해석됐다.
폴리곤 콘셉트는 소재와 구조에서도 변화를 시도한다. 재활용 플라스틱과 폐타이어 성분 도장, 회수 텍스타일을 적용해 환경 부담을 낮췄다. 좌석은 3D 프린팅 구조와 단일 몰드 폼으로 단순화했고, 부품 수를 줄여 경량화를 추구했다.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트림은 짧은 시간 내 교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개인화 확장성도 제시한다.
차체 길이 4m 이하의 컴팩트 비율에 이 같은 기술을 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폴리곤 콘셉트는 디자인 과시가 아니라, 2027년 이후 양산 모델에 적용될 기술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무대에 가깝다. 미래 SUV가 어떻게 조작되고, 어떻게 경험될지를 미리 가늠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