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어려운 사용자에게 공감하는 방법
*원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은 발행 이후 수정될 수 있으며, 본 번역은 발송 시점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공감은 프로덕트 디자인의 기초입니다. 우리는 공감을 기르고 지도로 만들며 이를 바탕으로 설계하는 일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공감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용자와 공통점을 찾기 어렵고 그들의 행동이 낯설거나 심지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최근 피트니스 앱을 디자인하며 이런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이 문제를 처음으로 극복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뜬금없게도 만화 속 뱀 캐릭터의 대사를 쓰던 때였습니다.
2012년 저는 니켈로디언의 새로운 핵심 프로그램인 <산제이 앤 크레이그>에 스토리보드 디렉터로 합류했습니다. 시나리오 집필부터 스토리보드 제작 그리고 유머와 캐릭터를 다듬는 일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역할이었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한 소년과 말하는 애완용 뱀의 이야기입니다. 분위기는 거칠고 황당하며 생리 현상을 활용한 유머로 가득했습니다. 당시 어린이 TV 채널을 보셨다면 아마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에피소드를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말하는 뱀 '크레이그 슬리더스'의 대사를 도저히 쓸 수 없었습니다.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크레이그는 대담하고 성급하며 주목받기를 즐기는 캐릭터였습니다. 반면 저는 니켈로디언에 오기 전 겪은 힘든 프로젝트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고 조용히 일어서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는 소란스럽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당시에 저는 주변에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를 위해 글을 써야 했습니다. 그의 사고방식과 본능 그리고 목소리를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캐릭터의 특징을 정리해 보고 대본을 다시 읽으며 그의 서사를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는 여전히 평면적이고 가짜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저는 스스로에게 작은 과제를 하나 주었습니다. 바로 크레이그와 저 사이의 공통점을 딱 하나라도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대본을 쓰다 이 문장에 멈춰 섰습니다. "크레이그는 멋진 녀석이었다. 아니 사실 그렇지 않았지만 스스로는 정말 멋지다고 믿었다."
순간 머릿속에 느낌이 왔습니다. 웃겨서가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때때로 실제 느끼는 것보다 더 멋진 척하고 더 자신감 넘치며 더 유능한 척 가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감정의 아주 작은 교집합 혹은 미세한 떨림 같은 감정의 공유만으로도 시작하기엔 충분했습니다. 갑자기 크레이그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를 완전히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 하나의 감정적 진실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 진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쌓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저만의 '연결 고리'를 찾은 셈입니다.
이 '연결 고리'는 줄리아 베니니가 IDEO 아티클에서 언급했듯 사용자와 그들의 니즈에 몰입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가 우연히 발견한 이 과정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매일 하는 업무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관찰하고 가설을 의심하며 감정적 진실을 찾는 과정 말입니다. 대상이 만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라는 점만 다를 뿐입니다.
UX 디자인에서 우리는 때때로 공감을 전등 스위치처럼 취급하곤 합니다. 공감이 되거나 혹은 안 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진짜 공감은 여러 층위로 이루어집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완벽히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쩌면 단 하나의 감정적 진실만 연결되면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 '연결 고리' 하나만으로도 말이죠.
이러한 '연결 고리'는 대개 인터뷰나 현장 조사 그리고 사용성 테스트 같은 리서치 과정에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훌륭한 데이터가 있어도 사용자와 공감하기란 여전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행동할 때 우리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들이 혼란스러워하거나 비합리적이며 혹은 그냥 틀렸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사용자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와 다를 뿐입니다.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고 묻는 대신 “어떤 진실이 이런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해 보세요. 저는 크레이그의 자신감에는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신감 이면에 숨겨진 욕구에는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필요로 했던 실마리였습니다.
캐릭터나 사용자에게 공감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들을 고정관념에 가두기 쉽습니다. 초기에 저는 크레이그를 그저 혼란 그 자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끄럽고 강요하며 애정을 갈구하는 존재로만 보았죠.
하지만 질문을 던질수록 (무엇을 숨기고 있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지?) 익살스러운 농담 밑에 깔린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는 갑자기 단순히 시끄러운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시끄러운 척 노력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제야 그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사용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온보딩 과정을 건너뛰거나 과업 중간에 이탈할 때 우리는 그들을 쉽게 판단해 버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대개 두려움이나 좌절 혹은 스트레스나 주의 산만처럼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주변의 운동 시설을 찾아주는 피트니스 앱(아직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프리랜서 프로젝트입니다)을 디자인하면서 저만의 공감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혼자 운동하는 것을 선호하고 스트라바(Strava) 같은 소셜 피트니스 앱을 사생활 침해라고 느끼는 제 성향 때문에 사용자들이 위치와 운동 종류에만 집중한 깔끔하고 프라이빗한 경험을 원할 것이라 단정했습니다. 저는 소셜 기능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지도 보기와 필터 옵션만 강조하며 제 가설에 맞춰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인터뷰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근처의 러닝 코스나 하이킹 장소를 찾고 싶어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의 추천을 원했습니다. 한 사용자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기에 제 '연결 고리'가 있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소셜 기능을 소음으로 여기는 대신 신뢰하는 지인으로부터 얻는 양질의 추천을 위한 가장 확실한 필터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 피드백 덕분에 제품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흔한 지도 기반 탐색 도구를 만드는 대신 네트워크 내 신뢰할 수 있는 추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피벗(Pivot)했습니다. 핵심 인사이트는 단순히 주변 운동 시설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실제로 즐겼던' 운동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지인들의 활동과 평점을 기반으로 운동을 노출하는 '지인 추천' 소셜 피드를 중심으로 전체 경험을 재설계했습니다.
좋은 프로덕트 디자인은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나옵니다. 사용자를 교정하려 드는 대신 지금 그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특이 취향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위해 디자인합니다. 그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찾을 때 비로소 최선의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창작물에서 '보이스'는 단순히 캐릭터의 말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캐릭터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그런 관점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프로덕트 디자인에서 우리는 주로 목표와 과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디자인은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바로 그 순간의 감정까지 반영합니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었을까요?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일까요? 사용자는 무엇을 바랐으며 제품은 그 기대를 충족하고 있을까요?
사용자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백지상태로 제품을 찾아오지 않습니다. 스트레스와 주의 산만 그리고 희망과 피로 같은 온갖 감정을 품은 채 우리를 찾아옵니다. 우리가 그들의 감정적 실체에 다가갈 '연결 고리'를 찾는다면 이상적인 상황이 아닌 실제 사용자의 심리 상태에 맞춘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감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랙션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러로서 쌓은 과거의 경험은 저만의 UX 철학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크레이그의 대사를 쓰며 본능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대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질문과 관찰 그리고 감정을 통해 접점을 찾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은 프로덕트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운 길로 저를 이끌어주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무엇이 관객을 웃게 만드는지 혹은 언제 흥미를 잃는지 등 관객의 참여를 끌어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인도 본질적으로는 이와 같습니다. 관객을 즐겁게 하고 시선을 붙잡아두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에 중요한 실질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두 분야 모두 심리학을 이해하고 직관적이며 만족스러운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덕트 디자인은 애니메이션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합니다. 바로 사람들의 삶을 단순히 즐겁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더 편리하게 만들 기회 말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사용자와 똑같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열린 마음을 유지하면 됩니다. 호기심을 갖고 인내하며 표면 너머를 기꺼이 들여다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감정적 진실을 찾는다면 우리는 '연결 고리'를 얻은 셈입니다.
원문 출처: https://uxdesign.cc/empathize-like-they-are-a-cartoon-snake-ccf5c61c3f4e
DEET를 구독하고 커리어 성장을 위한 작은 습관을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