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녀 츄 <Heart Attack> 평론
* 오늘의 케이팝 페어링
- 케이팝 : 이달의 소녀 츄 〈Heart Attack〉
- 한국 현대시 : 이혜미 〈딸기잼이 있던 찬장〉
- 고전 명화 : 히에로니무스 보쉬 〈세속적 쾌락의 정원〉
억압된 에덴보다 행복한 타락을 택한 소녀들이 있다. 이들에게 지상에서의 사랑과 해방이란 천상과 비교할 수 없는 낙원이다. 소녀들의 관계성은 퀴어성과 연대에 기반한다. 욕망에 솔직하며 원하는 것을 용감하고 당당하게 탐색하는 주체적 태도로, 서로를 향해 성애적 감정과 유대감, 동질감을 형성한다. 서로가 '우리'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자유롭고 안락한 정원을 가꾼다.
이달의 소녀 츄의 〈Heart Attack〉과 이혜미 시인의 〈딸기잼이 있던 찬장〉은 '딸기'의 메타포를 사용하여 여성들의 퀴어적 관계와 유대, 기존 규범으로부터의 이탈, 그리고 자아정체성 탐구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달의 소녀 yyxy 유닛의 세계관은 성경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성경 속 에덴 동산에 살던 소녀들은 에덴을 탈출하고 지상으로 추락하여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여기서 에덴은 이들을 통제하고 속박하는 정상성 사회의 규율을 의미한다. 소녀들은 원죄를 저지를수록 역설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해방되며, 자아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이는 〈딸기잼이 있던 찬장〉에서 화자가 성애를 경험하고 감각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화자는 '언니'라고 지칭하는 동성의 존재에게 사랑을 느끼고, 언니의 신체를 성적으로 탐미한다. 세상의 시선은 여성의 욕망을 억압해왔기에, 소녀가 느끼는 이 생경한 끌림은 죄의식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욕망에 충실한다. 언니를 사랑할수록 덮치는 죄의식은 달디달고 짜릿하며 아름답다. 죄책감이 마음을 뒤덮을수록 더욱 사랑스러운 희열을 꿈꾼다. 언니와 함께하는 "여분의 계절"을 희구한다. "부리가 사라지려는 새"가 되더라도 부리를 잃기 전에 "서둘러 속된 말들을 속삭"인다. "언니에게 선물"하려는 노래는 "썩기 직전"이지만 그렇기에 "가장 달콤"하다. 화자의 무지개(LGBTQ+의 상징), 즉 퀴어적 경험은 아무리 뭉개보아도 "분홍만으로 이루어진" 예쁜 빛깔을 뽐낸다. 낯선 자극에 잠 못 이루는 화자는 "죄의식의 묘한 기쁨으로 아침의 올빼미를 불러"온다.
Yyxy의 주요 키워드는 '믿음, 사랑, 소망, 분노'다. '믿음, 소망, 사랑'은 성경 고린도전서 13장 13절에 등장하는 세 가지 감정이며, 분노는 가톨릭에서 규정하는 7대 죄악 중 하나다. 믿음은 멤버 이브의 상징, 사랑과 소망은 츄와 고원을 모두 아우르는 상징, 분노는 올리비아 혜의 상징이다.
이 모든 감정을 관통하는 목적은 하나다. '진짜 나를 찾는 것'. 소녀들이 사랑하고 동경하고 분노하는 모든 세계는 결국 자아정체감 형성으로 귀결된다.
멤버들은 각자의 솔로곡과 뮤직비디오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브 - "나는 사과를 베어먹고 지구에 떨어져, 처음으로 내가 믿는 '나'를 발견했다."
츄 - "'너'를 사랑하고 소망함으로써, 새로운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고원 - "내가 에덴에 없더라도, 내가 존재하는 곳이 곧 천국이 될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나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올리비아 혜 - "'너, 즉 에덴'에게 분노한다. 이제 '네'가 아닌 '나'를 사랑할 것이다."
고원과 올리비아 혜의 서사는 "이 커다란 우주 속에서 내가 나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는 주제를 관통하기도 한다.
〈딸기잼이 있던 찬장〉의 화자는 yyxy와 정반대 속성의 행위를 한다. Yyxy가 추락을 통해 욕망을 인식한 반면, 화자는 "발끝을 힘껏 들고 높은 곳을 더듬어" 찬장 위의 붉은 것, 즉 딸기가 상징하는 성애적 욕구를 느낀다. 화자는 상승의 속성을, yyxy는 정반대로 하락의 속성을 지닌다. 그리고 이 둘의 공통점은, 자신을 속박하는 기존 질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높이 혹은 낮게 도망치는 용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올리비아 혜의 솔로 앨범 티저 문구는 "I an thou, thou art me(나는 그대, 그대는 나)"이다. 같은 굴레의 속박, 같은 욕망, 같은 목적성에서 출발한 소녀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딸기잼이 있던 찬장〉에서 화자는 말한다. "언니, 우린 분명 교묘히 어긋난 한 사람일 거야." 유사한 영혼을 지닌 소녀들은 성애에서 더 나아가 서로를 동일시하며 유대를 느낀다. 복잡하고 긴밀하며 한 단어로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랑을 경험한다.
츄의 솔로곡 〈Heart Attack〉 뮤직비디오에는 두 개의 과일 메타포가 등장한다.
츄가 사랑하고 동시에 소망하는 존재는 멤버 이브다. 성경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먹었듯이, 이달의 소녀 세계관에서 이브의 상징 과일은 사과다.
그리고 츄와 항상 함께하는 오브제는 풋사과다. 츄는 이브, 즉 사과를 사랑하고, 그 감정을 풋사과에 투영하는 것이다. 덜 익은 풋사과는 다 자라지 않은 미성숙한 츄의 자아를 표현하는 존재다.
이브가 츄에게 큐피드의 화살을 쏠 때 츄의 심장 역할을 하는, 즉 사랑의 상징이자 관계의 매개체 또한 풋사과다.
사랑을 깨달은 츄는 이브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담긴 거대한 풋사과를 껴안는다.
사랑하는 이브를 멀리서 바라보는 츄는 풋사과를 깨물고, 풋사과는 붉은색으로 물든다. 미성숙한 자아와 정서가 성장을 이루고, 타인을 사랑하는 일이 곧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는 '숨어있던 날 만나게 돼, 하얀 내 맘에 너를 담았더니 빨간색이 돼' 라는 〈Heart Attack〉의 가사와도 연결된다.
이브를 사랑하고 소망하는 츄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두 사람은 행복한 파티를 즐긴다. 이때 이브와 츄가 나누어먹는 과일은 사과가 아닌 딸기다. 딸기는 세계관에서 츄의 상징 과일이다. 이브만을 바라볼 때 츄의 세계를 형성하는 존재는 사과, 즉 이브뿐이었으나,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장한 뒤에는 딸기, 즉 자기자신이 공존한다.
츄가 이브를 짝사랑할 때는 이브가 츄를 자신의 울타리에 들이거나 긍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았기에, 둘 사이에는 이브를 상징하는 사과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브는 자아를 확립하며 한층 더 성장한 츄를 인정했다. 동시에 그런 츄를 향한 자신의 감정 또한 인정하고 츄를 자신의 안으로 들였다. 이브가 츄를 인식하는 순간, 두 사람은 이브의 상징인 사과가 아니라 츄의 상징인 딸기를 서로에게 먹여준다. 비로소 둘은 하나로 완성된다.
또한, 딸기는 풋사과에서 성장한 소녀들의 성애적 욕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예로부터 딸기는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쾌락과 탐닉의 상징이었다.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세속적 쾌락의 정원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은 에덴 동산, 인간 세계, 지옥으로 구분된 삼단화다. 그림 속 인간 세계에서는 에덴을 벗어난 이들이 딸기라는 매개로 환락을 경험한다. 이는 에덴에서 추락함으로써 자유의지를 얻은 이브와 츄가 딸기를 나눠먹으며 사랑을 하는 서사와 유사하다. 선악과를 베어먹는 이들 옆에서 딸기로 여성을 유혹하는 남성, 딸기를 곁에 두고 성적 유희를 즐기는 연인 등, 벌거벗은 이들은 태초의 몸가짐으로 태초의 본능을 만끽한다.
천상에서의 순수한 진리와 고차원적 이념은 찾아볼 수 없는 인간 세계. 이 세속의 향락과 탐미는 원죄로 명명된다. 그러나 이 쾌락이 꼭 나쁘고 저급하며 무의미한 감각으로 치부되어야만 할까. 이들은 사랑을 하는 과정 속에서 자유롭고 진실되며 행복하다. 그렇다면 그 자체로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로코코 시대의 예술 사조가 '달콤하고 요란하고 화려하고 아름답다면 그것만으로도 의의를 갖는다'는 가치를 표방하듯이 말이다.
언니를 사랑하며 입가를 온통 붉게 물들인 화자는 "한 쌍의 유두가 된 기분"이라고 말한다. 〈세속적 쾌락의 정원〉 속 인간처럼 마음껏 벌거벗고, 언니와 함께 마음껏 태초가 된다. 입가의 붉은색은 딸기의 메타포이며 언니와 나눈 입맞춤의 흔적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이불 속에서, 둘만의 아늑한 세계에서 딸기를 닮은 열락에 흠뻑 빠진다. 서로를 주인공으로 여기며 "초록 왕관(딸기잎)"을 쓰고, 기꺼이 "함부로 은밀"해지고 "달고 끈적"해지며 "말랑"해진다. 모든 땀구멍마다 딸기의 수많은 씨앗처럼 온기와 쾌락을 밀어넣으며 서로를 오직 둘뿐으로 가득 채운다.
이달의 소녀는 케이팝 아이돌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걸그룹이다. 탄탄하고 높은 퀄리티의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세계관, 작업물을 통해 전달하는 퀴어-페미니즘적 메시지, 팬덤의 구조와 결속적 측면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트렌디함을 보여주었고,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4세대 걸그룹에 이르러서는 자기애, 자기긍정, 자아실현의 욕구를 담은 컨셉과 가사가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3세대 걸그룹까지는 '이성애'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는, 이성의 대상을 향한 성애적 감정을 다룬 노래가 많았다.
이런 3세대의 르네상스 속에서 데뷔한 이달의 소녀는, 지금까지의 걸그룹이 제시한 테마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선보였다. '여성의 자기긍정, 자아의 성찰과 탐구'와 같이, 이성의 대상이 아닌 여성 화자의 자아정체감에 집중하는 작업물이 중심이었다.
EP 1집 리패키지 앨범 《[X X]》는 '이 세상의 모든 이달의 소녀들에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타이틀곡 〈Butterfly〉의 뮤직비디오는 나비처럼 날며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다양한 인종의 자유롭고 용감한 여성들을 담았다.
이달의 소녀가 나비효과가 되어 이달의 소녀의 음악을 통해 용기를 얻고, 자아를 찾고, 스스로 일어서는 목소리를 낸다면 '너 역시도 이달의 소녀'
- 《[X X]》 앨범 소개 발췌
또한 이달의 소녀가 가장 크게 끼친 영향 중 하나는, 이전까지 거의 비가시화되었던 '퀴어 서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츄의 〈Heart Attack〉 뮤직비디오는 케이팝 퀴어 팬덤 사이에서 레즈비언 서사로서 적극적으로 해석되고 소비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국내외의 성소수자 팬덤이 이달의 소녀로 결집했고, 세계관이 표방하는 메시지에 감응했다. 이달의 소녀는 퀴어들이 가장 사랑하는 '퀴어픽' 걸그룹이 되었다. 〈Heart Attack〉은 2018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서 퀴어퍼레이드를 기념하여 진행한 '당신의 프라이드 송' 설문조사에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Heart Attack〉 뮤비의 주인공인 멤버 이브도 미국 MTV 인터뷰에서 이 뮤비가 동성애 서사로 해석되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성별과 인종과 국적을 뛰어넘는 음악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4세대 이후 케이팝은 사회적 정상성, 성별 이분법, 이성애 질서에서 벗어났다는 지점에서 퀴어들이 자아를 투영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케이팝과 퀴어 문화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논문과 이론서가 발간되고 학술포럼이 열렸다. 퀴어틱한 케이팝 작업물들이 무수히 탄생했으며 가사에서의 성별 지칭 또한 상당수 사라졌다. 이제 퀴어 팬들, 특히 해외 퀴어 팬들은 케이팝 팬덤의 대표적인 한 축이 되었다.
그러나 3세대는 아직 케이팝에서 이성애 중심 서사가 디폴트였고, 케이팝과 퀴어 문화의 관계를 연구한 자료나 퀴어 케이팝 팬들이 결집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훨씬 부족하던 시기였다. 이달의 소녀의 음악과 세계관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성애 규범을 뒤집고 퀴어성을 담은 내러티브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간 작업물이다.
Yyxy는 존재 자체로 '퀴어한' 유닛이다. Yyxy라는 이름의 뜻은 'youth youth by young'으로, 에덴을 거부한 소녀들이 세상에 부딪치며 자아를 찾는 서사를 담은 명칭이다. 보통의 규칙, 일반적인 질서라고 일컬어지는 사회로부터 탈피하는 서사는 퀴어하다. 또한 이름의 다른 뜻은 'xx나 xy가 아닌 yyxy라는 신인류 염색체의 선언'으로, 젠더 이분법 및 이성애 규범성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 내러티브를 구현한다.
기나긴 역사를 지나는 내내 금기시되고 억압되며 비가시화되어온 존재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시도는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에 더 솔직하고 더 당당해야 한다. 우리는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