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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락 Oct 05. 2024

그림이란 친구, 아니면 또 다른 나를 만나다.

소심했기에 표현할 방법이 필요했던 아이.


다들 어렸을 때 부모님들이 이것저것 다양한 활동과 학원을 보내듯이 나 또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권유로 다양한 학원들을 다녔었다.


특히 우리 누나는 운동신경이 좋았고 또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태권도부터 수영, 농구등 운동위주의 학원들을 다녔었는데, 나 역시 누나를 따라다니며 태권도 도장, 수영장, 농구교실등 스포츠 학원들을 다녔었다.


하지만 확실히 나에겐 운동신경은 거리가 먼 부분이었고 어릴 때부터 트리플 A형으로 완전 소심이었던 나는 체육시설 특유의 활동적인 분위기와 큰 소음 그리고 특히나 태권도의 경우 한 명씩 차례로 순서대로 동작을 선보일 때 내 순서가 되었을 때 남들의 시선에 긴장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릴정도였다.

사실 이런 운동학원을 다닐 때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상당히 소심한 아이였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잘 못하였고 부모님의 지인들이나 친척들을 만날 때도 인사를 하기보단 엄마뒤에 숨어 고개만 까딱하고 어쩔 땐 그냥 없는척하며 숨어있을 때도 있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너무 긴장해서 말을 더듬는 일이 흔했고 항상 긴장된 상태로 식은땀을 여름 겨울 할 거 없이 늘 흘리고 다닐 정도였고, 당황하게 되면 사소한 일이라도 울음부터 터져 나왔었다. 난 정말 꽤나 심각한 울보였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치를떨정도로 엄청 소심했던 거 같다..)


그렇게 외향적이었던 누나와 정반대로 극 내향적이었던 난 피아노나 그림 같은 정적인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또 재밌어했었다. 그렇게 내 기억상으로 7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보고들은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걸 좋아했고 또 주변에서도 내 그림에 대해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그렇게 내 그림을 보고 칭찬을 해주고 좋아해 주는 주변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점점 그림 그리는 것이 재밌었고 질리지 않고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다.


새하얀 도화지는 나에겐 마치 놀이터와 같았고 도화지란 놀이터에 색연필과 물감, 지우개와 연필이란 놀이기구들로 그 위에 다채로운 놀이를 하며 도화지를 알록달록하게 채워나갔다. 그렇게 다른 친구들보다 내 색연필들은 유난히 짧았고 내 손은 다른 친구들보다 다양한 색으로 물들 때가 많았다. 어느새인가 그림이란 것이 내 삶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애정이 늘어날수록 욕심도 늘어나는 걸까? 어느 순간 난 나만의 가치관이라고 해야 할까 합격선이라고 해야 할까 그림의 기준선이 생기게 되면서 애써 완성을 해도 맘에 들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그리는 순간도 있곤 했다.


주변에선 애써 완성한걸 왜 버리냐, 왜 시간낭비하냐, 그냥 괜찮으니까 그대로 둬라 라며 날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으로 볼 때도 있었지만 나에겐 억지로 그려나가며 겉으로만 완성한듯한 그 그림들은 마치 날 부정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림은 단순 종이 위에 선과 색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아닌 소심하고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기에 서툴렀던 내가 꿈꾸는 것과 말하고자 하는 것, 내가 느끼는 기분 등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이 되어갔다.


그렇게 난 어쩌면 내 인생을 함께할 그림이란

친구이자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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