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일기 Mar 26. 2024

영어와의 사투

영어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끝까지 가보자


요즘 나는 영어 공부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 노력 중이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아예 영어를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 영화 대사를 3 문장씩 외우는 스터디도 1년 가까이했었고, 링글(원어민과 영어회화 수업을 하는 플랫폼)도 꾸준히 했으며, 원서도 틈틈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하루에 쓰는 99%의 언어가 한국어이고, 더구나 영어로 말을 할 기회가 잘 없다 보니, 내 영어는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대로인 것 같다. 때로는 내 영어가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래도 대학 졸업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영어를 거의 쓰지 않을 수밖에 없는 전공의 길로 빠졌기 때문인 것 같다. 


영어가 중요한 것은 알고 있었다. 특히나 우리 회사는 영어를 쓸 일이 많다. 다행히 입사해서 아직까지는 영어를 본격적으로 쓰는 부서에 배치되지는 않았었다. 늘 준비한다고 하고는 있었지만 자신 있을 정도로 준비하지는 못했다. 누군가의 앞에서 영어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어느 날 예기 치도 않게 외국인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전화를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런던에 와보니, 영어의 중요성을 새삼 더욱더 절감하게 된다. 내 영어실력이 얼마나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한 상태인지, 너무도 정확하게 직시하게 되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어설프게 적당히 하는 영어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튜터들로부터 아무리 잘한다는 얘길 들어도, 외국인치고 잘한다는 정도론 택도 없다. 


자꾸만 내 영어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하니, 영어가 처음 런던에 왔을 때보다 더 잘 안 나온다. 갑자기 더듬거리기도 하고, 말하고 싶은 단어가 평소보다 더 안 떠오른다. 피로와 자신감 부족이 합쳐지니 리스닝도 안 되는 지경에 이른다. 아직도 일부 영국인들, 호주나 뉴질랜드 출신들의 영어가 한 번에 안 들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영어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다. 


최근 런던에 와서 내가 하고 있었던 영어 공부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1. 링글(Ringle) 영어회화 수업 주 1회 (https://www.ringleplus.com/)

2. Audible에서 매일 영어 원서 1장 듣고, kindle에서 해당 원서 읽기

3. 쏙쏙 뉴스잉글리시로 AFKN 뉴스청취 및 쉐도잉 하기 주 1회 (잉글리시퍼펙트 (engper.co.kr))

4. 샤워 후 출근준비할 때, 자기 전과 잘 때 CNN 틀어두고 듣기 

5. 위에 열거한 영어공부를 너무 하기 싫을 때는 Keeping up with Kardashians 틀어두고 듣기

6. 하루동안 사람들과 가급적 대화 많이 하기 


사실 1번은 내가 매주 꾸준히 하지 않으면, 링글에서 주 1회씩 수업권을 차감해 버리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계속하고 있었고, 2번의 경우 최근 며칠 동안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을 읽다가 해서 빼먹는 날이 좀 있었다(반성). 3번도 저번주에 아예 하지 못했다(더더더 반성). 그래도 4~6은 계속 꾸준히 잘 해온 것 같다. 특히 6번은 회사에서나, 집에 와서나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나는 여름이 되면 한국에 돌아간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이만큼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내가 계속 노력할 것이고 노력해야겠지만, 지금 이곳에서만큼 영어공부를 하기에 좋은 환경은 없을 것이다. 


중간에 한 번씩 게을러지기는 했지만, 나는 런던에 와서 1~6을 꽤나 지속적으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겨우 한두 달 가지고 드라마틱한 영어실력의 변화가 오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지에 오면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특히 내가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어느 순간부터 영어가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그대로 가다가는 계속 그저 그런 상태로 머물다가 한국에 돌아가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뭔가 한 번쯤은 영어를 마구 쏟아부어서 빠진 독이라도 물이 차오르도록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1~6을 계속하면서, 하루에 영화 대사 100 문장씩을 외워보기로 했다. 무언가 변화를 보려면 극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100 문장을 설정한 것인데, 너무 불가능하다면 중간에 목표를 수정하겠지만 일단은 한번 덤벼볼 생각이다. 첫 영화로 선택한 것은 "노팅힐"이다. 전체 대사가 1,000 문장 정도 되니 한번 다 보려면 적어도 열흘이 소요될 것이다.


먼 옛날, 중학생 나이로 캐나다에 이민 간 사촌동생이 처음 몇 달을 영어 때문에 고생하다가 '인어공주'를 통째로 외운 후에 영어가 편해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중학생의 말랑말랑한 뇌는 아니지만, 이 나이에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인지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예전 영문학을 공부하던 시절에 미국의 어느 작가가 20살이 되어서 처음으로 영어를 배웠음에도 영어로 소설을 펴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사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의 대부분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한 달간 실천을 해보고, 이곳에 중간점검 결과를 올려보고자 한다. 


- 나의 수정된 영어공부 가이드라인


1. 링글(Ringle) 영어회화 수업 주 1회 (https://www.ringleplus.com/)

2. Audible에서 매일 영어 원서 1장 듣고, kindle에서 해당 원서 읽기

3. 쏙쏙뉴스잉글리쉬로 AFKN 뉴스청취 및 쉐도잉하기 주1회 (잉글리쉬퍼펙트 (engper.co.kr))

4. 샤워 후 출근준비할 때, 자기 전과 잘 때 CNN 틀어두고 듣기 

5. 위에 열거한 영어공부를 너무 하기 싫을 때는 Keeping up with Kardashians 틀어두고 듣기

6. 하루동안 사람들과 가급적 대화 많이 하기 

7. 하루에 영화 문장 100개 쉐도잉하고 외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